한 달에 한 번, 정말 근사한 저녁을 먹는다.

초장모임이라는 것인데....


네 가정이 모이는 모임에 주인이신 목녀님께서는 정말 엄청난 요리를 하신다.

요리의 가짓수도 그렇고, 재료의 고급스러움도 그렇고, 양도 그렇고...

늘 감탄을 하며 맛있게 먹고 오기는 하지만 우리 부부의 결론은 그것이었다.

'잘 먹었긴 하지만...과연 이런 분들을 우리 집에 초대할 수 있을까?'


이 댁에 가서 식사하는 것이 반복되면서 그 풍성한 식탁 뒤에 있는 마음을 알게 되고 배우게 되었다.


네 커플의 목자 부부가 모이는 모임이 초장모임인데, 초장 전체 모임을 작년 12월에 하게 됐었다.

그러니까 쉽게 말해서 4,50명의 사람들이 모이는 것이었다. 당초 계획은 밖에서 칼국수 정도를 사 먹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미 반 쯤 예상한 대로 목녀님은 그 식구의 식사를 혼자 다 준비하셨다.

언제나 처럼, 풍성한 식탁을 말이다.


직장생활을 하시는 목녀님께서 그 많은 음식 준비를 혼자 하시는 것이 참으로 부담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아~ 그러면 다른 목녀들에게 미리 하나씩 해 오라고 부탁을 하시지요'하는 원망조의 표출도 없지 않았다.


'여러분이 언제 저희 집에 또 오시겠습니까? 평생에 한 번 오시는 귀한 분들 아니십니까? 우리에게 섬길 기회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기회가 주어질 때 기쁨으로 섬기려고 합니다. 부담 갖지 마시고 가장 편히 즐기세요' 하시는 말씀을 식사 후에 하셨다.


어제 초장모임에서도 그 '부담'에 대한 얘기가 또 나왔다.

일주일에 한 번 목장모임 하기도 힘드실텐데 거기다 초장모임 식사까지....이제 앞으로는 우리도 가끔 교회에서 짧게 만납시다. 간단히 모이지요. 하는 제안들이 나왔다.


주인이신 장로님 부부의 생각은 확고하시다.

'저는 이걸 초장모임이라는 공식적인 모임으로 하고 있질 않습니다. 모두 개인적으로 교제하고 싶은 분들인데 우리가 어디 같은 교회 다니면서도 이런 기회가 주어집니까? 초장이라는 이름으로 묶였으니 기회가 주어진 것이죠. 할 수 있다면 이렇게 섬기고 교제하고 싶습니다.'하신다.


'제가 생각해보니....육십 까지 밖에는 못할 것 같아요. 나이 먹으면 어떻게 이렇게 하겠어요. 그러니 제게 섬길 시간이 별로 있지도 않아요. 제가 정말 기쁩니다. 저도 나중에 천국가서 할 말이 있어야죠. 그저 직장생활이나 하다 왔다고 하면 부끄럽잖아요. 이런 식사 나눔했다는 얘기라도 해야할 것 아녜요' 하시는 목녀님의 말씀이 진심으로 마음에 다가왔다.


평생 우리 부부는 그 장로님 부부처럼 사람들에게 풍성한 식탁을 제공할 여유를 못 누리지 싶다. 그러나 우리 식으로, 우리 수준으로 기회가 닿을 때마다 기쁨의 식탁 공동체를 만들어 갈 수는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에게 섬길 기회는 그렇게 많이 오지 않는다. 기회가 주어질 그 때 최선을 다해서 섬겨야 한다' 마음에 새길 말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목장모임이라 이름하는 가정교회가 성공하고 있다면 그 이유 중 하나는 '밥'에 있다는 생각을 한다. 다들 못 먹고 사는 것도 아닌데 굳이 매 주 모여서 먹는 '밥' 그 밥 말이다.

섬김과 나눔의 도구로 드려진 '밥', 그 밥을 위한 한 사람의 전폭적인 희생과 헌신. 섬김으로 드려진 밥상이 매주 반복될 때, 밥상 공동체가 시간이 지나며 사람들을 하나로 묶을 때, 사람들이 변하고,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기적같은 변화의 씨앗이 되는 건 아닐까?


요즘 내가 식탁영성에 온통 맘을 빼앗긴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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