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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와 결혼에 관한 강의를 한다. 강의를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면 연재하고 있는 글처럼 '너 자신이 되어 연애하라'이다. MBTI를 통한 자녀양육, 의사소통, 공동체 세우기 강의도 한다. '당신 자신을 아는 만큼 자녀(타인)를 알 수 있다. 당신 자신을 잘 알도록 해라. 저울에 달면 지구보다 무거울 수도 있는 당신이라는 자아를 어떻게 알 수 있는가? 알아도 알아도 알 수 없다. 다만, 나 밖으로 나가서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자기를 아는 시작이다. 그 시작을 도울 수 있는 것이 MBTI이다.' 에니어그램 강의를 한다. 성격이 '나'인 줄 알고 '눈에 흙이 들어와도 나는 안 바뀔 테야. 이게 나야!' 고집하며 '에고'의 짐을 지고 사는 우리를 보자고 권한다. 내가 나라고 생각하고 세상에 적응하며 만든 내가 있는가 하면 진짜 내가 있다고. '진짜 나'는 '하나님 형상'이라고. 그러니 더는 내가 만든 거짓자아에 휘둘려 타인과 하나님, 또 진짜 나로부터 단절되어 살지 말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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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강의와 글이 '나됨'이라는 깔때기에 모아져 드립 되고 있다. 강의나 글은 목적지가 아니다. 내 삶과 신앙의 버거움에서 시작된 질문의 간이역들이 강사로서 서 있는 지점이다. 사는 게, 믿음을 가지고 사는 게 어려워서 던진 질문에서 도달한 지점이 '나는 누구인가'였다. 물론 그 질문은 사춘기, 아니 그 이전부터 시작되었을 것이다. 연애, 결혼, 관계, 신앙생활, 영적인 여정. 이 모든 것이 그래서 한 줄로 이어져 있다. '나는 누구인가?' 에니어그램 강의를 마칠 즈음에 반드시 나오는 (또는 속으로 생각하지만 묻지는 못하는) 질문이 '그렇다면 하나님 형상을 닮은 진짜 자아는 무엇인가?'이다. 거짓자아를 벗고 남은 참 자아는 과연 무엇인가? 어, 적어도 '무엇'은 아닐 것 같다. '어떠한가?'가 더 적절한 질문이 될 것이다. 처음엔 답하지 못했다. 물론 지금도 명확한 답을 알지 못한다. 다만 이제 확신 있게 대답할 수 있게 되었다.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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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지만 아주 추측할 수 있는 방법은 있다. 하나님이 진짜 인간으로 살아가신 그 이야기이다. 성경의 복음서, 특히 요한복음에 있다. 보통은 '사대 성인 중 하나'이라 믿는, 나는 '신(하나님)'이 인간의 몸을 입고 역사 안으로 들어오셔서 사람으로 사셨던 분으로 믿는 예수 그리스도. 내가 정말 좋아하는 분이다. 내가 정말 그리고 또 그리는 분이다. 삶이 답답하고 막막할 때 더욱 그립고 보고 싶은 분이다. 그분의 행적은 내가 그렇게도 궁금했던 '하나님 형상'이 사람에게 드러날 때의 모습이다. 모호하지 않다. 그분의 말씀, 그분의 정서, 그분의 행동이 살아있다. 그래서 <메시지>의 요한복음을 늘 끼고 산다. 일상의 크고 작은 일들로 답답하거나 빡돌거나 포기하고 싶을 때 요한복음의 예수님께로 가서 읽으며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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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에 주일학교 교사를 할 때 창세기 공부를 하면서 초등학교 5학년 남자아이가 질문을 해왔다. '다 하나님이 창조하셨는데 왜 닭은 막 죽여서 치킨으로 먹는데 사람은 죽이면 안 돼요?' 창세기 성경 구절을 찾아가며 닭의 창조와 사람의 창조가 다르다는 얘기도 했고, 무엇보다 사람은 하나님을 본떠서 만들었기 때문에 하나님의 형상이라는 얘길 했던 것 같다. 윤 일병 사건을 보면서, 세월호 유민이 아버지와 여러분들의 단식 소식을 들으면서 한 주간 몸으로 사는 삶과 생각으로 사는 삶이 다르다. 휴가라고 갔지만 커피를 마시다 어느새 남편과 대화가 끊어졌다 싶으면 둘 다 스마트폰의 뉴스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하나님의 형상인 사람들이 이렇게 무참하게 짓밟히고 있다. 단식 중인 세월호 가족들에게 '제대로 했으면 벌써 실려 나갔어야지' 하는 말에 예은이 아빠 유경식 씨가 소금과 물까지 끊은 단식을 다시 시작했다고 한다. 정치도 뭣도 다 떠나서 사람이 사람에게 이럴 수 있을까, 사람이 사람에게 이래도 되는 걸까? 윤 일병과 세월호 유가족들, 가자지구의 뭇 민간인들 안의 하나님 형상이 짓밟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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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남편 피정주간이라 나들목 교회에 가서 예배 드렸다. 시리즈 설교를 하시는 모양인데 <우리는 왜 예수를 따르는가?> 첫 번째 시간으로 이승장 목사님이 설교하셨다. 빌라도가 했던 '이 사람을 보라(Behold the man)'는 본인이 말하고도 의미를 몰랐지만 '보라, 이 사람이야말로 참사람이다!' 라는 뜻이라고 하셨다. 그렇다. 참 사람이신 예수님. 성육신 하신 예수님, 인간의 역사 속으로 들어와 불의한 권세자의 발에 짓밟히고 또 짓밟히셨던 예수님을 생각했다. 하나님이신 예수님의 무력한 짓밟힘에 마음이 닿아 가슴 언저리가 아팠다. 집에 와서 혼자 기타를 들고 찬양을 했다. '샤론의 꽃 예수 모든 질병을 한이 없는 능력으로 고치사 고통하며 근심하는 자에게 크신 힘과 소망 내려주소서' 그분의 오늘 대한민국에 오신다면 누구에게 제일 먼저 찾아가실까? 누구의 손을 잡아주실까? '예수님은 누구신가, 우는 자의 위로와, 없는 자의 풍성이며, 천한 자의 높음과, 잡힌 자의 놓임 되고, 우리 기쁨 되시네. 예수님은 누구신가, 약한 자의 강함과, 눈먼 자의 빛이시며, 병든 자의 고침과, 죽은 자의 부활 되고 우리 생명 되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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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답게 연애하고, 나다워야 제대로 사랑하며 결혼생활 할 수 있고, 나다워야 건강한 엄마 될 수 있고, 나답게 하나님 만나는 길이 있다고 강의하는 것은 다름 아닌 나 자신에게 하는 드립이다. 내가 나다움을 찾는 방법은 이 땅을 오셨다 가셨던, 아니 그 이후 내 맘에 살아계신 예수 그리스도 그분의 말씀과 행동으로 그분의 마음을 헤아려보는 여정이다. 알량한 헤아림일 뿐이다. 그 알량한 헤아림에 못 미쳐도 한참 못 미치는 행동이다. 그래서 다시 그분께로 간다. 사랑을 포기하고 싶은 순간과 사람들로 메마른 마음도 가지고, 생각할수록 꼬이는 생각도 가지고 나의 예수님께로 간다. 내게 예수님이 안 계신다면 요즘의 이 무정한 세상을 그대로 살아낼 수가 없다.

 

<사진 : 영화 'Son of God>에서 가져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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