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지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

How children raise parents 본문

아이가 키우는 엄마

How children raise parents

larinari 2012.05.03 20:18



며칠 전 차 안에서 있었던 치유적 대화.


현 : 엄마, 엄마는 어디서 살 때가 제일 힘들었어?덕소 아이파크? 어디야?
어디서 살 때 제일 힘들었어?


엄 : 음.... 엄마는 백조현대 살 때 제일 힘들었어.


현 : 맞어. 그때, 그치?


엄 : 뭘 맞어. 엄마가 힘들었던 걸 알어?


현 : 아, 그런가? 엄마 백조현대 살 때 뭐가 제일 힘들었어?


엄 : 그때 아빠가 신대원에 있을 때였잖아. 엄마는 일을 제일 많이 할 때였고...

아빠가 없는데 일하고 와서 너희들을 혼자서 잘 돌봐주기가 힘들었던 것 같애.

현 : 맞어. 그래서 엄마가 그 때 우리를 많이 때리고 집도 나가고 그랬었지?


엄 : 허거걱... 많이는 안 때렸는데. 집도 한 번 밖에 안나갔는데..... 그렇게 생각이 돼? 그래 맞어. 지금 생각해보니 엄마가 그 땐 정말 힘들었었던 것 같애.
현승이 그때 많이  놀랐었지? 너 그래서 요즘도 엄마가 운동가서 조금만 늦어도 불안해서 전화하고 그러지.

현 : 그런가? 그런가봐.


챈 : 맞어. 엄마 그때 진짜 힘들었겠어.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우리가 샤워도 못했잖아. 우리가 욕실에서 놀다가 '엄마 다 놀았어' 그러면 엄마가 들어와서 우리 머리도 감겨주고 목욕시켜주고 둘 다 해줘야 했잖아. 그리고 나 공부시키고...


엄 : 맞어. 채윤이 1학년 때라 받아쓰기 시키는 것도 지금 생각해보니 그렇다. 우리 둘 다 저녁마다 힘든 시간이었어.

챈 : 나 2학년 때는 선생님도 너무 그랬잖아. 엄마 그때 진짜 속상했었지?

현 : 아빠가 금요일날 와도 놀아주지도 못하고 토요일날은 초등부 설교준비하고 그랬지?

엄 : 금요일에 오면 목장모임하고 토요일엔 출근하고 설교준비하고, 주일엔 초등부 했지.

현 : 그러면 월요일날은 또 천안 갔잖아.

챈 : 그래서 엄마가 월요일날 아빠랑 통화하면 울었지?

엄 : 생각해보니 엄마가 그때 정말 힘들었다. 일을 너무 많이 하고 수술도 했었어.

현 : 엄마, 그러면 그 중에서 뭐가 제일 힘들었어? 우리가 말을 안들어서? 아니면 목이 아파서?

엄 : 음........ 엄마가 그때 제일 힘들었던건....  좋은 엄마가 안되고 나쁜 엄마가 되고 있는 것 같애서 힘들었어. 너희 잘못도 아닌데 엄마가 자꾸 화를 내게 되고... 너희가 잠들면 미안해서 혼자 울고 그랬어.

챈 : 헐, 그런 일이 있었어? 나는 그런 건 전혀 몰랐는데.... 엄마가 그랬구나.

현 : 누나가 말을 안들었지? 그리고 나는 엄마를 너무 힘들게 했지?

엄 : 지금 생각해보니 너희가 그렇게 힘들게 하지 않았어. 엄마 마음이 힘들어서 너희를 잘 받아주지 못했지. 그리고 그런 엄마 자신 때문에 또 화가 나고 그랬어. 그래서 엄마가 그때 생각하면 너무 미안해. 너희가 잘못한 게 아니라 엄마 마음이 편하지 못했던 게 문제였어. 정말 미안해.

현 : 엄마.....(쓰다듬 쓰다듬)

챈 : 아.... 모 괜찮아. 그래서 그때 엄마가 그렇게 하니까 아빠가 놀아주지도 않는데도 더 좋아졌어. 엄마 때문에 아빠다 더 좋아졌으니까. 그러니까 꼭 나쁜 일만 있었던 건 아니지. 그게 오히려 좋은 점이 되기도 했어.


엄 : 엄마가 아직도 그때 생각하면 너무 마음이 아프고 너희한테 미안한데....

챈 : 그래. 알었어. 이제 이런 얘기 그만 하자. 현승아, 너 아까 학교에서 우리 교실 복도에 왜 왔어? $%#$^#&#%#$%%..........


우연한 대화로 마음에 남아 있던 짐 하나 살짝 덜어내다.
아이들은 어떻게 부모를 자라게 하는가?
아이들이 부모에게 주는 것이 이제 더 재롱 이상이다.  

아이들이 나를 성숙으로 이끈다.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6 Comments
  • 프로필사진 BlogIcon 뮨진짱 2012.05.03 22:40 신고 결혼하는 거 나쁘지 않아.
    아이들 키우는 거 결코 힘든 것만은 아니야.
    성숙한 상태에서 결혼하고 양육하는 부모는 하나 없다고..
    마치 말씀해주시는 거 같은데요?
    진짜 현승이 매력적이다......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2.05.03 22:42 신고 결혼하는 거 꼭 좋은 것만은 아니야.
    아이들 키우는 거 듁음이야.
    성숙을 위한 뼈아픈 통증을 겪게 되지.

    그러나.
    매력적이야.

    모... 이런 얘길 하고 싶은거다.ㅎㅎㅎ
    결혼해! 뮨진!
  • 프로필사진 이과장 2012.05.04 09:17 아, 눈물이 핑~~
    현승, 채윤 정말 많이 컸어요. 고모말대로 딸, 아들 다 있어야할 듯^^

    34개월 성은이도 이제 눈치도 빠르고 어느 정도 대화가 되니까,
    문득문득 이래서 딸은 있어야 한다고들 하나보다 생각이 들거든요 ㅎ

    제가 주방에서 설겆이하고 치우느라 정신없을 때, 성은이가 할아버지한테 과일이 먹고싶다든지 물달라고 하면 아버님께서 바로 옆에 있는 성은파도 있는데 꼭 일하고 있는 저한테 가져오라고 '애미야~ 애미야~' 부르시거든요. 그러면 성은이가 버럭 거려요. '엄마 바쁘니까 하부지가 갖다줘. 하부지가 줘,하부지가!' ㅋㅋㅋ

    어머님이 내려가시는 금요일 저녁. 퇴근해서 정신없이 상차리고 분주하게 왔다갔다하는데 쇼파에 나란히 앉아서 쿡티비로 무슨 미드시리즈를 볼까 상의하시는 성은파과 아버님. 주방과 거실을 왔다갔다 살피던 성은이가 성은파를 쇼파에서 밀어내며 '아빠 가! 가서 엄마 도와줘! 가라고~~~' ㅋㅋ
    (사실.. 이건 강력한 티비채널 경쟁자인 아빠를 쫓아내고자 하는 의지가 99% 작용 푸히히)

    박서방이랑 언쟁이 있거나 야근하고 돌아와서 늦게까지 서서 집안일 마치고 나면.. 가끔 안방 욕실앞쪽에 앉아 눈물 흘릴따가 있는데, '엄마 어딨니?'하면서 찾아다니던 성은이가 와서 제모습을 보고는 아빠한테 달려가서 '아빠 너. 엄마한테 뭐라고 했어? 엄마 울잖아~~' ㅡ.ㅡ

    박성은 때문에 힘들지만, 박성은 때문에 쉽지않다는 시부모님과의 동거를 하고 있지만... 그래도 결국 박성은 때문에 웃고 사는 거 같아요 ^^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2.05.07 20:56 신고 챈이 어렸을 적, 시부모님과 같이 살 때였어.
    안방 화장실 청소하시는 할머니한테 가서 '할머니, 우리 화장실 청소도 하세요' 한거야. 할머니가 '니 에미가 해야지. 왜 내가 해?' 하니까 챈이가 '할머니도 우리 화장실에서 똥 싸잖아요. 그러니까 하세요' 했지.^^

    힘이 있는 딸들은 며느리인 엄마에게 위로도 되고 힘도 되고 하더라. ^^
  • 프로필사진 한숨 2012.05.06 23:14 '자식은 자신의 인생을 담보로 부모를 가르친다'고 하지요.
    저도 자식이 없었더라면 이 모양까지라도 자라지 못했으리란 것을 압니다.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2.05.07 20:59 신고 그러네요.
    자식은 자신의 인생을 담보로 부모를 가르치고 깨우치네요.
    저 제목은 많이 공감하며 읽은 책의 원제인데...
    내가 자식을 키우는 게 아니라 자식으로 인해 좁은 나의 자아가 확장되어가는 것이구나.를 아주 조금씩 느끼고 있어요. 지난 번에 뵜을 때 이 비슷한 말씀을 하셨던 게 마음에 많이 남아 있어요.^^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