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차 안에서 있었던 치유적 대화.


현 : 엄마, 엄마는 어디서 살 때가 제일 힘들었어? 덕소 아이파크? 어디야? 어디서 살 때 제일 힘들었어?
엄 : 음.... 엄마는 백조현대 살 때 제일 힘들었어.
현 : 맞어. 그때, 그치?
엄 : 뭘 맞어. 엄마가 힘들었던 걸 알어?
현 : 아, 그런가? 엄마 백조현대 살 때 뭐가 제일 힘들었어?
엄 : 그때 아빠가 신대원에 있을 때였잖아. 엄마는 일을 제일 많이 할 때였고... 아빠가 없는데 일하고 와서 너희들을 혼자서 잘 돌봐주기가 힘들었던 것 같애.
현 : 맞어. 그래서 엄마가 그때 우리를 많이 때리고 집도 나가고 그랬었지?
엄 : 허거걱! 야아~ 많이는 안 때렸어. 집도 한 번 밖에 안나갔는데..... 그렇게 생각이 돼? 그래 맞어. 지금 생각해보니 엄마가 그 땐 정말 힘들었었던 것 같애. 현승이 그때 많이  놀랐었지? 너 그래서 요즘도 엄마가 운동가서 조금만 늦어도 불안해서 전화하고 그러지.
현 : 그런가? 그런가봐.
(난입 채윤, 이런 류의 얘기 별로 안 좋아하는 특징이 있음)
챈 : 맞어. 엄마 그때 진짜 힘들었겠어.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우리가 샤워도 못했잖아. 우리가 욕실에서 놀다가 '엄마 다 놀았어' 그러면 엄마가 들어와서 우리 머리도 감겨주고 목욕시켜주고 둘 다 해줘야 했잖아. 그리고 나 공부시키고...

엄 : 맞어. 채윤이 1학년 때라 받아쓰기 시키는 것도 지금 생각해보니 그렇다. 우리 둘 다 저녁마다 힘든 시간이었어.
챈 : 나 2학년 때는 선생님도 너무 그랬잖아. 구구단... 엄마 그때 진짜 속상했었지?
: 아빠가 금요일날 와도 놀아주지도 못하고 토요일날은 초등부 설교준비하고 그랬지?
엄 : 금요일에 오면 집에서 목장모임 했잖아. 밤 늦게까지... 토요일엔 출근하고 설교준비하고, 주일엔 초등부 했지.
현 : 그러면 월요일날은 또 천안 갔잖아.
챈 : 그래서 엄마가 월요일날 맨날 아빠랑 통화하면 울었지?
엄 : 생각해보니 엄마가 그때 정말 힘들었다. 일을 너무 많이 하고 수술도 했었어.
현 : 엄마, 그러면 그 중에서 뭐가 제일 힘들었어? 우리가 말을 안들어서? 아니면 목이 아파서?
엄 : 음... (울컥ㅜㅜ) 엄마가 그때 제일 힘들었던건....  좋은 엄마가 안되고 나쁜 엄마가 되고 있는 것 같애서 힘들었어. 너희 잘못도 아닌데 엄마가 자꾸 화를 내게 되고... 너희가 잠들면 미안해서 혼자 울고 그랬어.
챈 : 헐, 그런 일이 있었어? 나는 그런 건 전혀 몰랐는데.... 엄마가 그랬구나.
현 : 누나가 말을 안들었지? 그리고 나는 엄마를 너무 힘들게 했지?
엄 : 지금 생각해보니 너희가 그렇게 힘들게 하지 않았어. 엄마 마음이 힘들어서 너희를 잘 받아주지 못했지. 그리고 그런 엄마 자신 때문에 또 화가 나고 그랬어. 그래서 엄마가 그때 생각하면 너무 미안해. 너희가 잘못한 게 아니라 엄마 마음이 편하지 못했던 게 문제였어. 정말 미안해.
현 : 엄마... (쓰다듬 쓰다듬)
챈 : 아.... 모 괜찮아. 그래서 그때 엄마가 그렇게 하니까 아빠가 놀아주지도 않는데도 더 좋아졌어. 엄마가 싫어서 아빠다 더 좋아졌으니까. 그러니까 꼭 나쁜 일만 있었던 건 아니지. 그게 오히려 좋은 점이 되기도 했어.

엄 : 엄마가 아직도 그때 생각하면 너무 마음이 아프고 너희한테 미안한데....
챈 : 그래. 알었어. 이 얘기 그만 하고 다른 얘기하자. 현승아, 너 아까 학교에서 우리 교실 복도에 왜 왔어? $%#$^#&#%#$%%...

우연한 대화로 마음에 남아 있던 짐 하나 살짝 덜어내다.
아이들은 어떻게 부모를 자라게 하는가?
아이들이 부모에게 주는 것이 이제  재롱 이상이다.  

아이들이 나를 성숙으로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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