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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여정

SNS 생각

larinari 2012. 9. 20. 09:50

 

 

수 년 동안 SNS를 통해서 삶을 정리하고 드러내고 소통해왔습니다. 그로 인해서 더 넓은 곳으로 글을 내보내는 기회를 얻기도 하였습니다. 최근 1년여는 특히 페이스북으로 인해서 유난히 SNS에 대한 원치 않는 묵상을 많이 하게 된 것 같습니다. 무엇이든 한 번 빠져들면 잘 헤어 나오지 못하는 중독 초기증상을 지병으로 달고 사는 늘 잠정적으로 '~~에 물든 부족한 기독교인'으로서 SNS생활도 예외는 아니었지요. 돌이켜 생각해보면 사소한 일이 단초가 되어 페북탈퇴를 감행한 적도 있었어요. 그로 인해서 마음의 여정에 큰 풍랑이 있었고, 풍랑을 직면하고 잠재우면서 조금은 더 깊은 바다 같은 잠잠함에 다가갈 수 있었던 것 같네요.


최근 동생이 페북을 탈퇴하면서 얘기를 나누다 그런 얘기를 했어요. "페북이 참 좋아. 나 바보요~하고 다 드러내줘." 함께 웃었지요. 블로그든 페북이든 누군가 와서 보라고 쓰는 글이기 때문에 다양하고 재밌는 심리적 국면들을 보게 되는 것 같아요. 블로그와 페북의 다른 점이라면 페북은 그야말로 시장의 좌판에 다른 사람들의 '글(사진, 생각)' 옆에 나란히 내 것을 펼쳐놓는 것이 돼요. 때문에 블로그에 내놓을 때보다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타인의 시선'을 훨씬 더 의식하게 되는 것이죠.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은 그 자체로 좋거나 나쁜 것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인간이 어디 인간이겠습니까.


여하튼, 오프에서 전혀 알지 못하던 사람조차도 그 사람의 담벼락을 오래 관찰하면 최소한 그 사람이 자신을 규정하고 싶어 하는 이미지는 알 수 있더라고요. '아, 이 사람은 자기를 이런 사람으로 알리고 싶구나.' 좀 부정적인 표현을 해보자면 '가장 붙들려 있는 자아 이미지는 이거구나.'가 금방 드러나는 것이죠. 헌데, 문제는 그것만 보이는 게 아니라는 거예요. 그 사람이 표방하는 이미지가 일차적으로 보이고, 조금만 더 차분히 관찰하면 페북커 자신이 인식하지도 못하는 그 사람의 이면이 보인다는 거예요. 원래 우리는 자기 자신에게는 관대하고 타인의 한계에 대해서는 가차 없는 판단을 하는 '인간'이라는 종이니까요. 그냥 보이는 거예요. 동생이 말한 '나 바보요.'한다는 게 그 비슷한 뜻일 것 같습니다.


사실 여기까지 생각을 하니 내가 쓸 수 있는 글이 없는 거예요. 나 역시 페친들에게 그렇게 읽혀질 테니까요. 물론, 저처럼 이렇게 언어로 정리할 수 있는 페부커들은 많지 않을 거예요. 그러나 최소한 공유할 수 있는 판단은 있거든요. 페친을 오프에서 만나보면 딱 알아요. 어찌됐든 그게 큰 깨달음이 되더군요. '이래도 저래도 내 본색을 숨길 수 없다.'라는 생각이 더 커졌어요. 그런 생각이 들고 보니 올릴 사진도 글도 없드라구요.ㅠㅠ 한 때 싸이 다이어리에서 어린 청년들이 '인간이 싫다. 세상에 믿을 사람이 없다.' 이런 식의 감정 배설을 해놓고 '누가 나 좀 알아봐줘. 나 좀 인정해주고 사랑해줘.' 하는 메시지를 보내는 걸 보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내곤 했었는데.... 페북 역시 좀 더 정제된 언어로 감정을 배설하는 곳이 되고 있고요.


감정배설로 치자면 말고 글을 끝없이 늘어놓는 제가 갑인데.... 누구를 뭐라 할 수 없지요. 타인의 감정배설이 내게 카타르시스 작용을 일으키기도 하고, 꼭 배설해야 하는데 방법을 몰라 묶어두고 있었는데 그걸 잘 하는 글을 보면서 감탄하며 배우기도 하지요. 헌데,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니 페북이 슬슬 재미가 없어져요. 대선이 다가오는데 페북 타임라인만 보면 죄다 우리 편 같은데, 총선 때 데인 마음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구요. 대선을 이야기 하려면 페북 밖에서 전도하는 마음으로 열심을 내는 게 진정 필요한 일이한 생각이 들면서 괜한 피로감이 앞서요. 높아진 하늘과 서늘해진 날씨와 함께 약간 페북 허무주의 같은 것에 빠졌습니다. 여기서 다시 한 번 탈퇴를 한다면 너무 약한 모습이고.... 사실 지금으로선 책을 홍보하는 일에 페북만 한 것이 없어서 어정쩡하게 붙들고 있는 형국입니다.


CGNTV 영상을 SNS 여기 저기 올리면서 든 생각입니다. 카스는 그야말로 전화번호로 맺어진 관계들이라 훨씬 더 오프라인에 가깝고 주로 아줌마들이라 그야말로 '수다' 같은 편안함이 있는 곳이지요. 아기들 사진, 요리 사진, 여행 사진 등 비슷비슷한 것들이 올라와도 그리 피로감 느껴지지 않는.... 블로그는 안방이고, 페북은 정리됐다 해도 복잡한 곳이고.... 이런 저런 생각하며 설거지 하고 앉아서 감정배설 합니다. 건강을 위해서는 아침에 한 번 씩 황금색으로 배설하는 게 좋잖아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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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Comments
  • 프로필사진 신의피리 2012.09.20 11:46 점점 jp에 동화되어 가는 ss...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2.09.20 17:27 신고 ss화 되어가는 jp도 만만치 않음.
    이 얘기 안할려고 했었는데....
    그저께 밤에 소파에서 책 읽을 때 말이야.
    당신 톰 라이트 읽으면서 조금 읽고 막 설명하고,
    또 조금 읽고 막 설명하고 그런 거 알아?
    정신실인 줄 알았네.
    나 사실 그 때 조용히 내 책 읽고 싶었어.
    ㅍㅎㅎㅎㅎㅎㅎㅎㅎㅎ
  • 프로필사진 forest 2012.09.20 22:34 카스는 맥주 이름인디.^^

    어찌나 카스 트자고 띠링띠링 거리는지.
    것도 한참 후에나 살짝 발을 디밀까나 말까나...ㅋ
    블로그가 젤로 맘이 편해요~^^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2.09.20 22:46 신고 카스 맘에 안드시면 하이트로 가시든가요.
    ㅋㅋㅋㅋㅋㅋ
  • 프로필사진 BlogIcon 采Young 2012.09.20 22:39 신고 SNS라는 게 참 그런 관점에서 보다보면 뭔가 배설의 공간이 되겠네요~ 제가 너무 업계에 젖어들었는진 몰라도 전 뭔가 뜷리고 소통된 공간에 있는 느낌이 들어서 좋은데.. 그렇게 표출하고 자랑고 약점도 슬픔도 비추고 진심이든 가식이든 위로도 하고 추카도 하는 공간이 대놓고 있다는 게 시원하기도 해요^^ 인연들이 이어지는 것도 좋구요.. 그러니 페북 계속 업데이트해주소서!!^^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2.09.20 23:10 신고 업계에서 나오셨구나. ㅋㅋ
    사실 나도 SNS의 소통기능이며 순기능이 좋아.
    우리가 트윗에서 얼마나 재밌게 놀았니? ㅎㅎㅎ
    요즘 좀 회의적이 된 것 같아.
    아마도 내가 개인적으로도 그렇다고 공적으로도 분명히 가닥을 잡기애
    어정쩡한 상태라서 일 수도 있어. 어정쩡한 공인. ㅠㅠ
    (사실 내 타임라인에서 못 볼 꼴도 많이 본다.)
    이런 상태라면 당분간은 천진난만하게 페북질 하겠나 싶네.
    젤 재밌는 SNS의 추억은 니 생일 즈음에 트윗에서 놀던 거.
    결국 삔 꽂고 껌 씹으면서 니네 집으로 갔잖아. ㅋㅋㅋㅋㅋ
  • 프로필사진 BlogIcon 采Young 2012.09.21 00:01 신고 꺄울 ㅎㅎㅎㅎ쌤의 언니 컨셉은 길이길이 기억될 명장면이에요^_________^ 앙 그리운 초창기 트윗 시절 ㅎㅎㅎㅎ그러고 보니 쌤 딸래미로 지낸 것도 벌써 2년 전요맘때에요ㅠㅠ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2.09.21 09:21 신고 벌써 2년 이구나.
    그 때만 해도 챈이 '또 와참이 오는 소리에~' 시키는 거 다하고 그랬었는데....ㅎㅎㅎ
    가을이라서 그런가. 왜 이리 요즘 옛날(도 아니다. 불과 길게 잡아도 3년) 생각 많이 나서 자꾸만 사진 뒤적이고 그런다.
  • 프로필사진 duddo 2012.09.23 00:02 정리가 됐다 안됐다 하는 복잡한 페북에 용케 그당시 초등부성가대 제자가 영상 홍보해서 은근 좋으셨죠??ㅋㅋㅋㅋ
    왠지 올리고 뿌듯뿌듯!!^^ 궁디팡팡?!ㅋㅋ
    트윗시절이 좀 그립네요 쭈꾸미집에서 벙개도 하고 놀이터에서 모님앞인데 막 마시고~~ ㅋㅋㅋㅋㅋ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2.09.23 12:07 신고 궁디 팡팡!!
    암것도 모르고 철없이 놀았어. 트윗에서.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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