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채윤이는 꽃다운 친구함께  2박3일 강원도 여행을 다녀왔다. 소중한 추억의 구슬을 하나를 만들어온 듯하다. 꽃친들 먹거리를 실어 나르는 것을 핑계 삼아 월요일 저녁을 함께 보내고 왔다. 꽃친들은 아침 일찍 itx 타고 출발하여 남이섬으로, 레일바이크 체험으로 신나게 하루를 놀고. 우리 부부는 느긋하게 출발하여 숙소인 '강원도 숲체험장'에  먼저 도착했다.


숲체험장은 또 뭔가 싶었는데. 신혼 초에 우리가 많이도 다녔던 국립 휴양림 같은 곳었다. 아, 그러고 보면 우리 채윤이 태교를 거의 휴양림에서 했었다. 기타 하나 들고 휴양림에 가서 자고 피톤치트 많이 나온다는 오전에는 숲에 앉아 노래를 부르고 그랬다. (우왕, 태교 잘했다.) 무슨 데쟈뷰처럼 아기를 가진 젊은 부부 하나가 손잡고 우리 곁을 지나간다. 뒷모습을 바라보자니 언제 우리가 이렇게 나이를 먹었나 싶다. 

   






'어이구, 좋다!' 숙소 거실에 대자로 누운 남편을 두고 '쑥 캐러 걸 거야' 하고 나왔다. 양지 음지를 오가며 아직 어린 쑥을 캐는데 아, 기분 최고! 봄볕 아래 이 고요한 기쁨을, 향긋한 생명력을 채취하는 풍성함을 뭐라 표현할까? 빽빽한 일상의 숲속 빈터에 비치는 햇살 한줌 같은 시간이다. 남편이 나와 합류했다. 서울(가까운 하남) 촌놈이라 쑥과 냉이 생김새 향, 쓰임새를 하나하나 가르쳐야 하는데 역시 학구열 높은 착한 학생이다. 게다가 성실하기까지 하다. 조금 건드려보다 자리 옮기고 금세 또 다른 곳을 찾아 일어나는 나와는 달리 성실하다. 한곳에 딱 앉으면 그 주변을 쑥을 다 접수하여 쑥대밭 만들어놓고야 자리를 뜬다.


길다란 몸을 구부정하게 접어 쑥을 캐는 남편을 바라보노라니 뜬금없이 '사랑받는 느낌'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허용하고 게다가 함.께. 해주는 것'이 내가 가진 '사랑받음'에 대한 정의 중 하나. 그래서 신혼 때 남편이 놀리곤 했다. '같이? 같이 할까? 빨래 같이 갤까? 장보러 같이 갈까? 같이 먹을까?' ('같이 가치'라는 말이 만들어지기 전 나는 이미 살았었다고) 문제는 김종필에게는 '혼자, 조용히'가 중요한 가치였다는 것. 몸은 물론 정신적 영적인 에너지를 충전하기 위해서 혼자, 조용히 생각하고, 걷고, 책 보고, 글쓰는 시간이 필요한 남자.


같이 가치 vs 혼자 가치

교차점 없을 듯한 가치의 대결이 상생의 가치가 된 것은 그가 자기 경계를 먼저 허물었기 때문이다. '같이 있기' 위해서 혼자의 가치를 기꺼이, 자발적으로 먼저 포기해주었다. 한쪽에서 무기를 내려놓으면 마주 선 이도 자연스레 무장해제 하게 된다. 관계, 사랑하는 관계의 신비이다. 그가 '같이 가치'를 기꺼이 수용해주고 수 년이 지나자 내게도 변화가 생겼다. '혼자 가치'를 보는 눈이 생겼고, 누릴 힘이 생겼다. 아니었음 여전히 삐지고 수십 미터 장벽을 쌓았다 허물었다 하고 있을 터.






아이들과 샘들, 함께했던 부모님들이 속속 도착하자 시끌벅적해졌다. 푼수 부부 컨셉으로 시끌벅적에 아재 개그, 막던져 개그를 보태며 둘이 좋아라 킥킥거린다. 어머, 아이들 사이 우리 채윤이가 집에서 보는 모습과 거의 다르지 않다. 이게 웬일! 친구들 쌤들 성대모사를 하고 흥분하여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일곱 살 채윤이가 돌아오는 것 같다. 한참 고기를 굽고 있는 아빠에게 와서 채윤이가 살짝 그랬단다. '아빠, 오늘 함께 와줘서 너무 고마워' 채윤이가 얼마나 좋았을지 짐작이 된다. 엄마 닮아 '함께 같이'가 좋은 아이가 아닌가. 다녀와서는 '엄마, 나 아빠가 너무 좋았어. 황당 퀴즈 ***가 퀴즈를 내면 맞히는 사람이 없거든. 그런데 아빠가 딱 맞히고 게다가 더 황당한 얘기로 ***를 당황시켰어. 하하하하. 아빠가 고기 구으면서 ***이랑 오래 얘기하는 게 참 좋았어'


언젠가 깊은 기도와 성찰 끝에 남편이 했던 얘기다. '나는 성경 말씀 중 오 리를 가자하는데 십 리를 같이 가 주라는 말씀이 제일 어려워. 오 리가 다 뭐야. 나는 조금 같이 가면서 가는 방법 알려주고 혼자 가라고 하고 싶은데.' 이런 자기인식의 힘이 컸다. 시간, 의미 있는 시간을 가장 소중히 여기는 남편이 아내와의 하릴 없는 수다에 기꺼이 시간을 허비해주기로 작정한 것을 안다. 새벽부터 밤 10시 11시까지 쉴 새 없이 심방하고 일하고 들어오는 화수목금토일을 사는 남편이 월요일마저도 아내와 같이 놀기, 채윤이 노는 곳에 따라가 주는 것이다. 십 리를 함께 가주는 마음임을 안다.


그러니

이 아빠, 이 남편 찬양 받기 합당하다.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이름 종필은 짱, 종필은 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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