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데이트, 우린 서로 다른 곳을 꿈꾸었다.

SS : 되도록 멀리 멀리 가고 싶어. 서울에서 가장 먼 곳. (3시간 이상 걸리는 곳만 검색)

JP : 가까운데 가서 맛있는 점심을 먹고 싶다.

SS : 되도록 멀리 가고 싶다니까.

JP : 영화 보자. 광화문 가서 영화 보고 동대문 구경 가자. 시내 들어가자.

SS : (특새도 있고 운전하기 힘들겄제) 광화문 콜! 영화 콜!




룰루랄라 버스 정류장 가는 길, 집 옆에 국수집 앞을 지나치는 찰나, 우린 배고팠다.

SS : 우와, 멸치국물 냄새 끝내주네. 맛있겠다.

JP : 여기서 먹고 갈까?

SS : 그럴까? 아!!!!!! 망원동에 이북식 만두집. 거기 가자. 가보고 싶었는데.

JP : 그래, 걸어가자.





만두전골을 먹고 나와 영화관을 광화문에서 상암동으로 바꾸자는 찰나,
우린 맛있는 커피가 땡겼다.
킵해뒀던 정보를 꺼내서 망원동 커피 맛있다는 집 위치를 보니 되돌아 가는 길이다.
JP : 나 따라와. 이쪽으로 가면 카페가 있을 거야.
SS, 따라간다. 있겠지. 맛있는 커피집.
서교동인지 망원동인지 성산동인지 골목을 걷고 걷던 찰나,
JP : 엇, 저기가  성미산긴가보다. 오, 이 건물은 공동주택인가봐. 동네 느낌 좋네.
SS : 성미산 가자, 성미산! 
한 번 가자, 한 번 가자, 하던 성미산을 이렇게 해서 와보네.
하는 찰나, 노란색 꽃망울 터뜨릴 준비를 거의 마친 개나리가 눈에 들어온다.
목련도 마찬가지 일발장전, 터뜨리기 일보직전이다.
겨울이 가고 꽃 피는 봄이다. 다시 봄이 오니 얼마나 다행인가.
우리 인생도 그러할 것이다.
춥고 마음 시린 나날이 끝도 없을 것 같지만, 봄은 온다. 온다구.




짧은 산책 끝에 전망대에 올라 지도를 보는 찰나, JP는 연남동을 선택했다.  

연남동 가자, 가서 맛있는 커피 마시자.

합정동, 망원동, 성산동, 서교동, 연남동. 좋네!

총선을 앞두고 마포구 땅밟기 기도하는 셈 치자고.

정청래 의원 얘기를 하며 손 꼭 잡고 걷는다.

그 찰나, 눈앞에 나타난 벽화는 연남동스럽지 아니한가.




연남동 동진시장 도착.

카페 리브로는 물론 커피 상점 이심도 문을 닫았다.

는 것을 확인한 찰나, JP는 이심 앞에 철퍼덕 앉아 검색질을 했다.

그리고 찾은 모카포트 전문 카페 '사이'

편한 의자에 앉아 커피 한 잔 하니 졸음이 솔솔.....

오는 찰나, 

JP : 갈 때는 홍대 쪽으로 가자. 홍대 앞에 가서 정신실 뭐 하나 사줄게. 

글치, 젊은이들이 투표 많이 해야 하니 홍대 앞도 좀 밟아줘야지. 가자 가자.

홍대 앞 길거리 마켓을 지난다.

뭘 사지? 뭘 살까? SS 눈 돌아가며 심장이 바운스 바운스 하는 찰나,

JP 휴대폰이 울린다. 구역성경공부에 관해 질문 있으신 집사님.

통화가 안 끝난다. 맘에 드는 옷도 있고 모자도 같이 보고 싶은데 안 끝난다.

쇼핑 의욕 떨어지고, 떨어지고, 떨어지다 1% 남은 찰나, 통화가 끝난다.

그냥 걸어. 걷자. 계속 걷자고.  


 



다리는 물론 신발에 자꾸 닿는 오른쪽 새끼 발가락에서 통증이 느껴지는 찰나,

합정역에 새로 생긴 알라딘 중고서점 앞에 도착.

참새 둘이 신장개업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있으리.

한 바퀴 돌고 마음에 드는 책 하나 씩 골라 계산하려는 찰나,

지난 주 월요일 일산 알라딘에 책 팔러 갔던 생각난다. 그때 번 돈으로 계산.

기분 좋게 서점을 나서는 찰나, '목사님!' 하는 소리.

이름만 알던 자매님 한 분을 만나 시인 정지용 님 앞에 서서 수다수다.

그리고 메세나폴리스 찍고 컴백홈.


목적이 이끄는 삶이 아니고

찰나가 이끄는 하루 데이트를 마치고 정산 해보니.

오늘 찰나의 총합은 17,576 걸음, 12.34 km.

긴 도보여정, 계획대로 된 건 하나도 없다.

인생이 이런 거지.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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