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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bbath diary21_자식 걱정, 끝나지 않는 대화

larinari 2016.04.06 20:35




"내외 간이(간에) 무슨 얘기가 그르케 재밌댜. 아주 그냥 잠도 안 자고 사바사바 뭔 얘기를 그르케 혔사. 내가 가만히 눠서(누워서) 들어봉게 우숴 죽겄네. 그르케 둘이 헐 얘기가 많여?" 전에 우리 엄마 귀가 아직 훤히 밝을 때 며칠 우리 집에서 지내시며 하신 말씀이다. 아닌 게 아니라 둘이 사바사바 할 얘기가 많다. 그러나 늘 그런 건 아니다. 수가 틀리면 같이 서너 시간 붙어 있더라도 말 한 마디 오가지 않는 것도 가능하다.  그럴 경우 먼저 입을 닫는 쪽은 늘 우리 엄마의 딸이고, 먼저 말을 시키는 쪽은 엄마의 사위 김서방이다. 


월요일 데이트 이런 저런 계획이 무산되고 드라이브나 가자고 나선 길, 살짝 살얼음이었다. 어디갈까? 정신실 좋아하는 심학산 갈까? 그러든지! 뭐 먹고 싶은 거 없어? 없어! 음.... 꽃이 예쁘게 핀 데가 어딜까? 아무 데나 가! 아이스를 브레이킹하려고 김서방이 애를 쓴다. 김서방 한 마디에 대답도 한 마디, 살얼음은 잘 깨지지 않는다. 김서방 한 마디에 그의 처가 열 마디 쯤 받아쳐야 사바사바가 되는데 말이다.  뚝뚝 끊기던 말이 따그닥따그닥 달리기 시작한 건 어쩌다 나온 이 한 마디, 아이들 얘기다.


- 그나저나 신앙이든 뭐든 현승이가 더 힘들 수도 있어. 채윤이는 오히려 수월했지.


맞아, 맞아. 내가 얘기 안 했지? 어제 현승이 중등부 예배 안 드리고 나랑 드렸어. 중등부 가기 싫다고. 이런 저런 얘기를 많이 하는데 딱 집어 설명할 이유는 없대. 그냥 중등부가 싫대. 이렇게 저렇게 물어보니까 왜 교회가 학교 같이 하냐고. 이름도 교회 학교가 뭐냐고. 교회는 뭔가 학교랑 달라야지. 틀이 딱 있어서 학교같이 돌아가는 게 싫대. 일단 같이 예배 드렸어. 어른 예배는 좀 낫냐고 했더니, 더 나아서 드리는 게 아니고 이것도 안 하면 엄마가 중등부 안 가는 걸 허락하겠녜. 중등부 예배도, 어른들 예배도 좋은 건 아니라고 해서 하나님도 안 좋냐고 했더니 짜증을 확 내더라. 걱정이야.


- 채윤이는 교회를 좋아하잖아. 두 녀석이 참 달라.


그럼. 이 나이 아이들은 일단 재미로 교회 다니는 거잖아. 우리도 그랬잖아. 친구가 좋고, 가서 뭔가 재밌고, 그러다 신앙이든 교회 문화든 스르르 젖어드는 거잖아. 채윤이는 딱 그런 거지. 찬양팀 하면서 뭐가 뭔지 아무튼 감정에 젖어보고, 작년에 '또 하나의 열매를 바라시며' 찬양으로 나름 체험했잖아. 현승이는 그런 게 없어. 시선이 밖으로 가 있어서 외부 영향을 쫙쫙 받는 외향형 채윤이, 자기 안에서 오케이가 떨어져야 움직이는 내향형 현승이. 어쩌면 그렇지? 딱 영화 <늑대아이>의 유키와 아메지? 그 남매와 우리 채윤이 현승이가 똑같애. 현승이는 안 믿어지는 건 안 믿어. 모든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자기 종교가 최고라고 생각하는 게 당연한 건데, 우리는 하나님 믿으니까 하나님을 진짜 신으로 생각한다는 거야. 죽음을 엄청 두려워하는데 하나님, 천국 이런 것들은 전혀 실재하는 것으로 느껴지지 않나봐. 정말 걱정이야.


- 좋은 거야. 스스로 끝까지 사유해서 하나님이 없다, 까지 다다르면 거기서 새로운 생각이 싹 터.


그렇지? 대부분 철학자들이 그랬더라. 어렸을 적부터 이해되지 않는 것들에 대해서 끝없이 의문을 제기하고 그랬더라고. 톨스토이 같은 작가들도 그렇고. 현승이한테 그 얘기도 해줬어. 하긴 나도 청년들이 질문을 던지지도, 스스로 사유하지도 않으면서 믿는다고 착각하는 게 답답해. 흔들리고 방황하더라도 자기 하나님을 찾아가는 게 필요하지. 그거 안 하면 나처럼 나이 들어서 한 판 뒤집어지는 거야. 아, 그래도 현승이가 저렇게 사춘기 지내다 정말 신앙에서 떠나거나 그러진 않겠지? 요즘 현승이 정말 비기비기 꼴비기야.


- 괜찮아. 현승이가 자연스럽게 보면서 배우는 게 있잖아. 우리를 보고, 집안에 구석구석 상징들이 있잖아.


하긴. 아이들이 말로 하는 걸 배우는 게 아니라 젖어드는 것을 습득하지. 탕자의 그림도 있고.... 아, 영성심리 공부할 때 그랬어. 영성형성에서 아주 중요한 축이 전통이라고. 헨니 나우웬 신부님 글에도 이콘 묵상이 많이 나오잖아. 절기 때마다 아이들과 함께 했던 기도와 간단한 의식들이 어디로 가진 않을 거야. 그치? 결국은 우리가 아이들 앞에서 어떻게 사는가의 문제이기도 한 것 같아. 아이들이 클수록 말로 하나님을 가르치는 것이 두렵고, 의미없다고 느껴져. 


- 예전(禮典)이란 게 중요한 거야. 형식만 남는 것이 문제지 적절한 의식이 필요해.

현승이 걱정하지 마. 녀석, 씨니컬하다가도 안아주고 부드럽게 대해주면 금방 녹잖아.

그저 사랑해주면 돼.


하긴 그래. 나 요즘 현승이한테 너무 딱딱하게 굴었다. 얄밉기도 하고 이젠 떠나보내야 할 때라는 생각도 들어서 거리두기 했거든. 중학교 가서는 마주하는 시간도 짧아졌고. 까칠하게 나오면 내가 상처받을까봐 먼저 방어한 것도 같애. 오히려 이전보다 더 부드럽게 대하서 수용해줘야겠다. 맞아, 맞아. 보다 큰 긍정이 필요한데 말이지. 일깨워줘서 고마워. #^#$&@#!#^$%&ㅑㅑㅚㅐㅓㅔㅔㅔㅕㅑㅓㅐㅛㅢㅛㅔㅓ.....@#&........



# 사바사바 회복.

그가 한 문장 던지면 내가 5분 얘기하고, 또 한 마디 하면 백 마디 하고.

이런 게 우리의 사바사바였다.

주제로는 아이들 얘기가 최고다. 끝이 없다.

사진은 채윤이랑 양화대교를 걷다 강변을 내려다보며 얻은 한 컷이다.

"엄마, 저기 할머니 할아버지 봐. 너무 감동이야. 난 저런 장면이 왜 이리 뭉클하지? 나중에 엄마 아빠가 늙어서 저런 모습일 걸 상상하면 더 뭉클하고"

채윤이 엄마 아빠 늙어서 저런 모습일 때, 사바사바 채윤이 얘기를 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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