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초대에서 메뉴를 정하는 일에 도사님이 하시는 일이라고는....

'여보, 이거 할까?'
'응. 그래 그거 좋겠네'
'아니다.... 이건 좀 그렇고 조거 할까?'
'응, 그래 그럼. 그것도 좋겠네'
이 정도?

헌데 청년목자들 모임에서는 갈수록 취향을 드러내기 시작하시는데...
'여보, 이번 주에 목자전체 모임이지? 김치찜 할까?'
'아냐 아냐, 날이 더우니까 뭐 시원하고 그런 거 있지.... 그런 걸로 좀 해'
거봐, 사랑하면 적극적이 되지 않을 수 없다니깐. 췟.


일명 마끼라고 부르는....
김 위에 초밥양념을 한 밥, 무순을 비롯한 싱싱한 야채, 날치알을 올려서 싸 먹는 뭔가 정식 이름이 있을 것 같지만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는 그런 요리를 준비하얐다.
일찍 오신 도사님은 옆에서 설겆이도 도우시고, 촬영도 해주시고, 상도 깔아주시고...



이게 여자들이 좋아하는 음식인데 어찌 식사를 시작하는데 형제들이 모두 늦거나 빠지고 자매들 끼리의 저녁식사가 되얐다. 아하 참, 싱그러운 요리에 싱그러운 젊음에, 톡톡 튀는 이쁜 처자들에....
거실 가득 싱그러움이 풍성하다.


뒤늦게 도착한 형제들이 첨엔 좀 김에 싸 먹는 척 하다가 결국 야채 몽땅 털어놓고 비벼 먹는 것으로 끝장을 보는 동안 옆에서는 게임 제목은 모르겠고 엄지손가락 올리면서 숫자 세는 거, 그 게임에 한창.

이 날 모임의 압권은 질문쪽지 뽑기였다. 의미가 없으면 견디질 못하는 남편과 재미가 없으면 참지를 못하는 여자가 머리를 맞대고 짜낸 뽑기... ㅎㅎㅎ 목장을 하면서 어려운 점, 까리까리한 문제들, 그리고 모 이상형, 첫사랑, 꿈꾸는 가정.... 이런 다양한 것들을 묻는 질문지를 만들어서 뽑기를 하였다.
나름 진지하다가, 또 나름 흥미진진하다가.... '내가 꿈꾸는 가장 행복한 결혼생활의 한 장면'의 다양한 장면에서 모두 여러 번 쓰러지는 사태 발생. 여기 개그꾼들이 몇 명 포진하고 있어서 앞 다투어 넣는 추임새에 다들 고꾸라지고 쓰러지고 턱관절 분리되기 직전까지...
그러다 갑자기 경비실에서 인터폰이 왔다. '아뿔싸! 밑에 층에서 너무 시끄럽다고 컴플레인이 왔나보다' 하고 후덜덜 하면서 받았는데 생각해보니 우리집은 1층 같은 3층이라 밑에 층이 없잖하!  목자들 가고 챈이한테 한 마디 들었다. '엄마! 엄마는 청년도 아니면서 왜 그렇게 크게 웃어? 좀 짝게 좀 웃어'



그리고 나서 어느 새 모드를 전환하고 마음을 모으는 기도로 마침.
서 너 시간의 모임 동안 낮이 밤이 되고, 폭소와 눈물이 공존하고, 이상과 현실이 공존하고 수다와 기도가 공존한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을 관통하는 하나의 단어는 '싱그러움' 이다.  아, 그것은 불혹을 넘어선 아줌마 눈에는 얼마나 부러운 싱그러움인가? 그들은 알까? 자신들 안에 있는 그 싱그러움을...  싱글의 싱그러움을 후회없이 누리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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