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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SS 영혼의 친구

거듭난 보쌈

larinari 2010.11.17 09:23



김치에 대한 복잡한 중압감에서 도통 자유의 길을 찾지 못하시는 어머니.
김치를 해서 나눠주시는 이유가 복잡다단한 어머니의 마음이 있기에,
가끔 나는 그저 주시는 김치 얻어먹을 뿐이데 김치와 함께 욕도 같이 얻어 먹기도 한다.


사랑은 사랑으로 전달될 수 밖에 없는데 김치통에 담겨져 날아오는 김치들이 사랑이 아닌 것 같아서
젓가락 한 번 가는데 버거울 때가 있다. 이렇게는 안되겠다 싶어서 결심하고 선언했다.

'어머니, 올해부터 제가 김장할께요.
어머니 몸도 안좋으시고 신경쓰시는 것도 힘드시고 걱정 많으신데 제가 해서 한 통 드릴께요.
한 통이면 봄까지 두 분 드신다고 하셨으니까 제가 해서 드릴테니 걱정 마세요'

'그래, 그래라. 나는 편하고 좋네' 하면서 헛웃음을 웃으시더니...
지난 주일 김장벙개를 치셨다. 거두절미하고 담날 누가 배추를 주신다해서 김장할거니까 와라.
갔다.
추운데 밭에 가서 배추 씻고, 김장했다.
늘 그렇듯이 일개 시다바리일 뿐이 내 공은 없고 어머니 공만 무한한 김치가 큰며느리에게도 나눠졌다.
늘 그렇듯니 난 시다바리고, 만만하니까......ㅠㅠㅠㅠ
오래된 상처에 벌건 김장속을 척~하니 바르고 집에 돌아왔다.


나눠주신 김장속은 어머니 취향대로 엄청 짜고, 실은 그걸 다시 열어볼 마음의 힘이 없었다.
아침식사 자리에서 '저녁에 보쌈해줄께' 한 마디 던지게 되었다.
짜디짠 김장속에 무 하나와 배 하나를 썰어서 다시 버무리고 손을 좀 보니 놀부보쌈 울고 갈 맛이 나온 것이다.
게다가 보쌈 고기는 어찌나 부드럽게 잘 삶아졌는지....


내게 가져온 김장속은 내 방식대로 요리해서 맛있게 먹고 소화시킨 것처럼.
어머니의 사랑, 조금 왜곡되게 보이는 사랑이지만 그 분의 살아온 방식에 휘말려 짐을 더 지지는 말자.
어머니의 연약함에 매여 내 자유의 호흡까지 틀어막지 않도록 내 방식의 요리를 할 수 있으면 싶다.
내게 비밀 같은 엄청난 사랑이 하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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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Comments
  • 프로필사진 mary 2010.11.20 00:56 저 글 어느 부분에서 "아! 화나!" 이러고 있다.
    님은 과연 언제쯤 김장을 혼자 할 수 있을까요??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0.11.21 01:18 신고 그러게요. 저는 김치를 하기 싫어하는 여자도 아닌데... 왜 저는 김치에서 자립갱생 하기가 이렇게도 어려울까요?ㅠㅠㅠㅠ
  • 프로필사진 Duddo 2010.11.20 02:19 김치통을 열어볼 마음의 힘도 없는데 보쌈해주겠다고 가복에게 말할수 있는건 사랑의 힘인거죠??
    아~~ 보쌈 먹고싶다!!
    라고 말하면 사진만 보고 글 안읽었냐며 구박할까봐서..ㅠ
    읽은거 티내려고 노력했는데
    넘 티났을까봐 이실직고 ㅋㅋㅋ
    저도 울엄마한테 보쌈 사달래야쥐~~~!!ㅋㅋ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0.11.21 01:20 신고 티는 쫌 났다.ㅋㅋㅋㅋ
    그래도 아무튼 사진에만 관심이 있고 글에는 별관심 없는 건 분명하고!
    '엄마한테 보쌈 해달래야쥐' 이랬으면 내가 부담이 안 느껴지겠는데 '사달래야쥐' 하니깐 괜히 내가 부담된다.
  • 프로필사진 BlogIcon larinari 2010.11.21 01:21 신고 약 올리는 건 아니고, 오늘 TNT2 운영위원들 모임 우리집에서 있었는데 보쌈 엄청 많이 해가지고 막~~~~~ 먹었는데....
    설마... 약오르진 않지?ㅋㅋㅋㅋ
  • 프로필사진 Duddo 2010.11.21 02:50 보쌈 못먹었어요 엄마가 결혼식 갔다가 늦게 오셔서 ㅠㅠ
    일요일날 외식해야겠네요
    샘 부담을 덜기 위해 제가 산다고 하고 먹을께요 ㅋㅋㅋㅋ
  • 프로필사진 larinari 2010.11.21 09:52 그럼... 내가 싸게 해줄께. 돈 갖고 우리집으로 와.ㅋㅋㅋ
  • 프로필사진 Duddo 2010.11.21 23:13 결국 오늘 원할머니 보쌈 먹었어요 ㅋㅋ
    사진에 있는 보쌈보다는 맛이 덜했던듯...ㅋㅋ
    그래도 맛나게 먹었다고ㅠ보고도 하고 댓글수도 올리러 왔어요 ㅋㅋㅋ
  • 프로필사진 larinari 2010.11.26 16:33 당연한 말씀이지. 원할머니가 어디 실할머님 앞에서 명함을 내밀겠느냐!
    댓글수 올리겠다는 정신 높이 평가한다.흠~
  • 프로필사진 쭈꿈 2010.11.23 23:34 꺄~|보쌈 ㅠㅠ 이밤에 식욕 돋네요ㅠㅠ
  • 프로필사진 larinari 2010.11.26 16:33 오늘 저녁 제대로 식욕 돋아봐!ㅎㅎㅎ
  • 프로필사진 mslee 2010.11.24 12:52 그맘 알아요~~ 독일에서 7년만에 돌아왔을 때 완전 외국인 대하듯 내손맛이 한국의 대표맛을 자랑했던 어머니가 생각납니다.
    실은 7년 베테랑인데 묵묵히 살짝 속상해 하면서 순종(!!) 했어요.
    사모님*^^* 내년엔 아무말 없이 일찌감치 김장을 해서 한통 드리고 강도사님을 포섭하세요.
    "우리 채윤엄마 김치맛이 제 입에 딱 맛는다!" 라고
  • 프로필사진 larinari 2010.11.26 16:35 아핫! 어서 오세요~~ 미쓰리님!ㅎㅎㅎ 아이다가 그렇게 읽히네요. 아니구 미세스리로 읽어야 하나?
    역시 겪어보신 분이 알아주신다니까요. 일찌감치 김장을 해버리는 거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내년엔 빨리 제가 먼저 해버려야겠어요.
    자주 찾아주세요~^^
  • 프로필사진 forest 2010.11.24 13:44 배추쌈모냥 이것저것 다 들어있으니
    참 마음이 복잡해졌다가, 말았다가 하고 있느니
    이제 딴걸로 포스팅 해주시라요~ㅋ
  • 프로필사진 larinari 2010.11.26 16:36 ㅋㅋㅋㅋ
    보쌈, 하도 질리게 봐가지고 이제 저도 토나올려고 해요.
    ㅋㅋㅋㅋㅋ
    딴걸로 포스팅 해야는데 이렇게 맘을 못 잡고 있네요. 아, 진짜...
  • 프로필사진 2010.11.24 21:02 비밀댓글입니다
  • 프로필사진 larinari 2010.11.26 16:37 생각보다 괜찮은 곳이라는 얘기 벌써 들었어요.^^ 그리고 기도하고 있어요. 지방 결혼식만 아니면 진짜 라이드 해드리고 싶었는데... 마음은 제가 같이 따라가서 응원하고 있다는 것만 알아주세요.ㅎㅎㅎ
  • 프로필사진 쏭R 2010.11.26 17:40 ㅎㅎㅎ 위에 Duddo양 글보구 빵터졌네욤ㅋㅋㅋ
    저희집두 얼마전 김장했는데... 무랑 배좀 썰어넣을까봐요.. 울 할머니김치도 왜이리 짠지..^^;;
    보쌈주신데서 집에 가봤더니 고기마저 퍽퍽.. 난중에 저도 원할머니보쌈먹으러가야겠어욤!!ㅋㅋㅋ

    그나저나 우리 모님 고생이 많으셔..ㅜㅜ 화이팅♥!!
  • 프로필사진 larinari 2010.11.27 00:12 보쌈 먹으러 원할머니 간다는 말에 모님은 거룩한 부담감 가지시는 중.ㅎㅎㅎ 이거 보고 침 흘린 사람들 한 번 모아서 보쌈파티 해야쓰겄네.ㅎㅎㅎ
    너희 모님 비계 없는 고기처럼 퍽퍽한 삶을 살고 계시지. 그래도 너희들이 있어서 쫌 사는 게 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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