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자리



                                                - 구상 -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 니라.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 니라.


나는 내가 지은 감옥 속에 갇혀 있다.

너는 네가 만든 쇠사슬에 매여 있다.

그는 그가 엮은 동아줄에 묶여 있다.


우리는 저마다 스스로의

굴레에서 벗어났을 때


그제사 세상이 바로 보이고

삶의 보람과 기쁨도 맛본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 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올해 초 일기장에 적어넣은 올해의 목표 같은 것은,

1. 상황에 순종하기

2. 충만한 기쁨 회복하기

'순종'하는 것은 말씀에의 순종과 더불어 상황에의 순종도 함께 의미한다는 것을 아브라함의
삶을 통해서 배우고 얻은 통찰이었다. 상황에 순종한다는 것은 '지금, 여기'의 모든 것을 남탓 내지는 상황 탓 하지 않고, 미래의 계획과 환상으로 도망가지 않고, 과거의 후회에 붙들리지 않고, 오롯이 받아들인다는 의미이다. 그 분과의 관계로 이해한다는 의미이다.
이 땅을 살아가면서 언제 어느 때  '여기가 꽃자리다' 라고 말할 수 있는 날이 있을까만은 가시방석 자리에서 상황에 오롯이 순종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순종하는 척 할 수는 있지만 상황에 순종하되 마음 깊은 곳까지 순종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한 번 순종하고 넘어가는 일인줄 알았다. 그러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상황에 대한 순종은 늘 바뀌는 것이 상황이기에 늘 다시 결단해야 하는 일이었다. 정말 상황에 순종하기 원한다면 아주 아주 정직해져야함을 알았다. 그 분 앞에서, 나 자신에 대해서 아주 정직해야 내가 진짜 순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을테니 말이다. 

'나와 동행하시고 모든 염려 아시니 나는 숲에 새와 같이 기쁘다'
이 찬송은 오랫동안 내 것이었다. 그야말로 내 것이었다. 기쁨은 내 것이었다. 행복도 내 것이었다. 그런데 그 기쁨의 뿌리가 돌밭에 뿌려진 것임을 알았다. 잠시 기뻐하나 뿌리가 깊이 내리지 않아 메마른 날이 조금만 길어져도 사라지는 기쁨이었다.
가짜가 아닌 진짜 기쁨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고통스러운 것들은 맞닥뜨리는 게 두려워서 얼른 즐겁고 행복한 일들로 덮어버리는 그런 '긍정의 힘'은 더 힘을 발휘할 수 없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도 정직해져야 했다. 그 분 앞에서 그리고 나 자신의 대해서.

아버지 돌아가시고 서울로 올라왔을 때 궁색한 삶을 살았다. 친구들이 집에 놀러왔을 때 제일 부끄러운 곳이 있었다. 아버지가 보시던 책이 누런 박스에 담겨셔서 주방 한 켠에 쌓여 있었는데 그걸 큰 이불보 같은 걸로 덮어 놓았었다. 이불보도 부끄럽고 그 안에 박스도 왜 그렇게 부끄러웠다. 덮어 놓은 것들, 덮어서 가리워 놓은 것들이 다 치워지고 그 안에 지져분한 것들이 드러나도 부끄럽지 않을 때 진짜 기쁨이 찾아온다는 것을 알았다.

상황에 순종하는 것도,
충만한 기쁨을 회복하는 일도
내가 내심 기대했던 확 뽕 맞은 것처럼 되는 일이 아님을 새삼 깨닫는다.

당장, 빨리, 지금, 단번에... 이것이 유혹이고 굴레임을 깨닫는다.
정직하게 그 분의 손잡고 한 걸음 한 걸음 가는 것이며 가끔 넘어지기도 하는 것인데,
돌이켜보니, 올 해 초 일기장에 써넣으며 다짐했던 때보다는 몇 발자국 나왔구나.
그리고 많은 순간 꽃자리에 앉아서 기뻐했던 순간이 있었구나.

20102년 12월 14일 꽃자리에 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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