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많이 가리지 않는 우리 아이들이 유난히 매운 것에는 약한데,
채윤이는 물론 현승이까지 초딩이 되어 단체급식의 '어쩔 수 없이 먹기' 방식으로 조금씩 강해지기 시작하였다.
그렇다해도 집에서는 매운 음식은 엄마 아빠 꺼고 자기들 꺼는 뭔가 맵지 않은 다른 것이 준비되어야 한다고
믿고 있다.


작년부터 조금씩 변화가 생겨서 드디어 식탁에서 매운 음식으로 하나되기가 실현되고 있다.
젖을 떼고 밥을 먹으면서 아가에서 아이로 성장했던 것처럼
매운 음식을 사이에 놓고 엄마빠와 당당히 마주 앉음으로 아이에서 어른이 되어가는 거라 생각하니
뿌듯하기 이를 데 없다.


묵은지 고등어조림을 배추김치로만 하는 줄 알았는데 어느 식당에서 총각김치의 무청으로 만든 걸
맛있게 먹은 기억이 있다. 처치 곤란이었던 무만 잘라먹고 남은 총각김치의 잔재물들을 백분활용 하였다.
들기름과 설탕으로 미리 양념을 해뒀다가 무우 깔고 고등어 깔고 김치 덮고 양념장 뿌리고 고등어찜을 했다.








이런 매운 음식을 주메뉴로 내놓을 때는 약간의 잔머리가 필요하긴 하다.
일단 두 녀석이 모두 수영을 갔다와서 무지 배곤픈 저녁일 것.
현관을 열고 들어오는 그 순간에 요리가 한창 진행 중이라서 맛있는 냄새가 진동을 할 것.
배고파 배고파 해도 절대 얄팍한 간식을 입에 넣어주지 말 것.
그러고도 배고픔을 극대화시키는 것은 물론 후각의 자극에 더는 못 참겠다는 미치기 일보직적까지 되도록
시간을 지연시킬 것.(이 때 아빠가 살짝 늦어주면 '아빠랑 같이 먹어야지'하면서 시간끌기가 용이해짐)
이 정도면 매운 고등어찜에 밥 한 공기는 힘 안들이고 멕일 수 있다.



기저귀 떼고 젖 떼고 지가 혼자 밥 떠먹을 줄 알면 애 키우는 고생 끝날 줄 알았더이다.
부모됨의 책임감을 끝도 없더이다. 날이 갈수록 질적으로 고난도가 되더이다.
그래도 이렇게 자라준다는 게 감사하고 행복하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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