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핸펀에 젤 많이 뜨는 전화번호.
'010-3393-**** 아버님'
기본 하루에 한 번. 주로 현승이 바꿔달라는 말씀.
아니면 '느이집 앞에 지금 지나간다' 하시는 말씀.
오늘도 어김없이 수요예배 갈려고 정신없이 애들 저녁 먹이고 있는데 '아버님' 전화번호가 떴다.
에미야! 내가 물어볼게 하나 있어서...
네 말씀하세요.
너 금요일날 시간있냐?
왜요. 아버님. 그 날 목장모임인데...
그럼 토요일날은?
낮에 조카 결혼식이고 저녁에 목자 수련횐데요.
(약간 날카로와지셔서) 그럼 언제 시간이 있냐? 오늘은 시간이 있냐?
저녁 먹고 수요예배 갈려구요...
참 나. 그럼 내일은?
내일은 별 일 없어요. ㅜㅜ 왜 그러시는데요?
차 좀 써야겄다.
내 친구가 달랭이 무 농사 짓는데 그거 준다고해서 그것 쫌 실으러 가야겠다.
그러니까 내일은 시간이 되는거지?
내일 몇 시에 되냐? 내가 내일 다섯 시 반까지 느이집으로 가마.
일주일에 한 번은 아버님 내지는 어머님이 불시에 집에 오시고,
그게 아니면 애들 데리고 저녁에 덕소에 가서 알현하고 와야하고,
아버님 약주하신 날에 들르시면 치킨 시켜서 외손주까지 부르셔서 10시 기본으로 노시다가시공.
오늘 수요예배 가서 아부지께 한 마디 했습니다.
'아부지! 너무 힘들어요. 저 너무 굴리시는 거 아녜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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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orest 2007.11.08 19:27
참~ 위로의 말씀을 뭐시라고 드려야 할지...
위로의 말씀이 위로가 안될 확률이 훨씬 높은 관계로 생략합니다.ㅎㅎㅎ
근데 아부지님이 뭐라고 하시던가요?
이 질문은 궁금하다기 보다는 짓궂은 질문입당~~^^.
정답을 다 알면서도 힘들 때가 더 괴롭거든요.-
그래서 돌아오는 길 많이 괴로웠고,
그 괴로운 것을 애들한테 다 풀었죠.ㅜㅜ
불쌍한 우리 애들...
아부지는 그럴 때 꼭 제게 그러시대요.
'나는 샬롬이다. 내 이름은 샬롬이다'
당장은 '아는데요....제가 안다니까요. 제가 지휘하는 찬양대가 샬롬찬양대 잖아요. 아부지가 샬롬이신 것 저도 알아요. 근데 지금 저는 샬롬이 아니라니깐요' 하면서 어제 새벽 2시까지 잠을 못 잤는데요.
지금 덕소에서 왔는데 조금씩 조금씩 샬롬이 저를 지배해가는 것 같아요.
생략하신 말씀으로도 다 위로가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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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같이 살 때를 생각하면 지금 정말 여러 면에서 편하고 자유로운 건데....
아마 마음 속에 벌레 한 마리가 스물스물 기어다니면서 여기 저기를 갉아 먹다보니 이런 저런 일이 다 삐걱거렸던 것 같아요.
이런 때는 좋은 것은 하나도 안 보이고 미운 거 불편한 거만 보인다니깐요. forest님은 뵈면서 어머님의 처음부터 함께 했던 분인 것처첨, 남편이나 아이처럼 자연스러운 삶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이고 편안하게 함께 하시는 모습을 통해 많이 배워요. 물론 많은 세월의 '벌레잡기 놀이' 의 내공이 쌓이신 덕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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