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발레학원에서 발표회 하고 나서는 '이 학원 진짜 안 되겠다' 싶어서 학원을 옮겼지요.
무슨 발표회 복이 이렇게 많은지 옮기자마자 또 발표회 준비.
그저께 하남문화예술 회관에서 발레 발표회를 했네요.

날이 갈수록 무대에 서면 더 떨리는 채윤이.
발레를 하면서 엄마빠 쪽만 바라보고요, 부끄러워서 손은 쫙 뻗어지지도 않구요.
그러면서 자기네 그룹에서 반장이라서 애들 박자 안 맞추고 나올 때 안 나오니까 것두 신경 쓰이고요.

살짝 걱정이 되기는 하네요.
어릴 적에 딱 24개월 되던 추수감사절이었지요.
교회에서 구역별로 발표회가 있어서 아빠는 기타 치고 엄마는 '가서 제자 삼으라'를 마이너로 뽕짝 버젼으로 부르다가 합창을 하는 순서가 있었는데요....합창을 막 시작했는데 어디선가  그 높은 음을 가성으로 정확하게 내면서 '가서 제자 삼으라 세상 많은 사람들을....'하는 아기의 노래소리가 쩌렁쩌렁 들리는 거죠. 알고보니 어느 새 무대로 올라온 24개월 채윤이가 마이크를 하나 확보했고, 그걸 들고 엉덩이를 흔들어대며 노래를 하는거였죠.

그랬던 채윤이 다섯 살, 여섯 살에 엄마빠랑 결혼식 다니면서 축가도 잘 불러대더니...
여섯 살 어느 날부터 무대 공포증이 생겼어요. 점점 심해지더니 지난 성탄절이 최고였죠.
유년부에서 나가서 노래 율동을 하는데 저~어 구석에 서서 노래도 율동도 제대로 하질 못하는 거예요.
'부끄러워서' 못하겠더라네요.  그 활달하던 채윤이가 왜 저럴까 싶기도 하지만 크면서 나아질 거라는 생각도 있고요. 사실 제 어린 시절을 생각해보면....사람들이 흔히 저를 무대체질이라고 하는데 어릴 때 앞에 나가서 독창하면서 진짜 많이 떨렸었거든요.
뮤지컬 배우 하겠다는 채윤이가 저렇게 무대가 두려워서 어쩌겠나 싶지만 이제 여덟 살이니까요. 과연 이 뮤지컬 배우의 꿈이 언제 또 바뀔런지는 모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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