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월요일 저녁은 가정예배 드리는 날.
가정예배에 관해서 아픈 기억이 많은 나는 일종의 알레르기 반응 같은 것이 있음을 고백한다.
매일 저녁마다 티브이에서 가장 재밌는 걸 하는 순간에 '예배 드리자' 하고 성경책 꺼내 오시는 부모님.
즐겁게 가정예배를 드려본 기억이 없다. 즐겁게 위해서 엄마 아버지 기도하실 때 동생이랑 눈 뜨고 소리 내지 않고 장난치던 기억 정도?
돌아보면 그 지겨웠던 가정예배가 가르쳐준 것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어쨌든 그러면서 우리는 부모님의 한결같은 신앙을 봤고, 기도를 봤고 그걸로 인해서 오늘의 내가 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튼, 그런 기억들로 아이들과 가정예배를 드리는 것이 조심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예배가 언제나 즐겁고 행복한 일이라는 것, 우리는 예배하는 존재로 지어졌다는 것, 예배는 곧 사랑이라는 것을 어떻게 가르칠 수 있을까?

우리 집 가정예배는 특별한 형식이 없다. 아빠가 기타를 잡으면 시작되는 것이고, 찬양을 하다가 기도제목을 나누고 돌아가며 기도를 하는 것으로 마칠 수도 있고 찬양만 하다가 마칠 수도 있다.

가정예배가 진화했다.

이 집에 이사오면서 두 망아지에게 이층침대를 사주면서 우리는 쾌재를 불렀다. 비록 이층침대 사느라 망거진 우리 침대를 개비하지 못하고 바닥에 자는 신세가 되었지만 '우리는 해방이닷' 을 외쳤단. 8년 전 챈이가 태어난 이후로 밤중 수유를 시작으로 우리들의 밤은 자다 깨다를 반복하고, 자다보면 한 놈 다리가 목을 조르고 있는 상황, 자다보면 자리가 평균 세 번은 바뀌는 혼란을 거듭하는 밤이었다.
이층침대는 우리를 구원해줄 것이다. 그러면서 부푼 꿈을 꾸었는데.... 상황은 더 악화. 집이 커서 무섭다는 놈들이 도대체 둘이 자주질 않아서 당근과 채찍을 번갈아 사용하며 설득하다가 결국 아빠 혼자 널따란 안방을 차지하고 나는 이층침대 옆에 이불 깔고 혼자 불쌍하게 자는 모드가 되었다. 아~ 정말 끝이 안 보이는 부모됨의 고달픔이여!

헌데 일주일 전에 의진네서 안방 침대를 얻어온 이후로 갑자기 상황이 돌변했다. 은근슬쩍 그 푹신한 침대에서 엄마랑 함께 잘 꿈을 꾸는 현승이 녀석. 아빠가 단호하게 안된다고 못 박아버렸고, 게다가 그 날 엄마가 아팠는데 아빠가 사기를 좀 치면서... '너 김현승. 엄마 아파서 푹 자야돼. 너 때문에 자꾸 깨고 그러면 진짜 많이 아파서 엄마 죽는다~아. 이제 누나랑 니네 침대에서 자. 그래야 엄마가 건강하게 너희들 돌봐줄 수 있어' 그랬더니 그 날로부터 기적처럼 두 녀석이 나란히 침대에 누워서 도란도란 얘기하다 잠드는 것. 우리 부부의 해방을 그렇게 찾아온 것이다.

그게 신통하고 예뻐서 '자! 다음 주 부터는 가정예배 드리는 날 모두 다 같이 안방에서 잔다. 자리는 가위 바위 보로 정한다' 했더니 김현승이 너무너무 행복해 하면서 이 날을 고대하며 밤에 자다 엄마한테 오는 이런 망발이 아예 없어졌다. 일헌일헌....

어제는 드디어 가정예배 드리고 다함께 자는 패밀리 데이!
빛이 되라는 아빠의 말씀에 어떻게 빛이 될 지를 나누고, 기도제목 나누고, 중보기도해 줄 사람들도 생각해보고 함께 기도하고 안방에 다같이 모여서 자기. 가위 바위 보 해서 꼴지하는 사람이 먼저 자리 정하기. 가위 바위 보 꼴지를 해가지고 자기가 원하는 자리까지 얻게된 김현승은 영락없는 강아지. 다들 누워있는데 침대로 껑충 뛰어 올랐다가 뛰어 내렸다가 기었다가 그 기쁨을 주체치 못한다.


그러다, 마지막에는 아빠랑 농담하다 오버하고 한 소리 듣고, 거기다 누나가 놀리고, 엄마한테는 혼나서 삐져가지구 저러구 계심. ㅎㅎㅎ
패밀리 데이! 가족이 서로에게만 집중하는 시간. 가족이 함께 하나님 사랑을 나누고,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시간. 이런 저런 각자의 일과 염려 다 내려놓고 서로에게 집중하는 시간. 예배란 한 분을 향한  사랑, 헌신, 행복 이런 것이 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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