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15년,
우리 부부는 굵직한 턴잉 포인트를 많이 공유하고 있습니다.
여러 번 '벽' 앞에 선 느낌, 안개 속인데 한 발을 내디디면 바로 허공인 낭떨어지 앞일지도 모른다는 느낌을 느꼈었습니다. 벽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문이었고, 낭떨어지인 줄 알았는데 대로변이었던 경험도 있습니다.
결혼 초기에는 앞이 보이지 않는 그런 나날들이 견딜 수 없이 싫었습니다. 안개를 내 힘으로 걷어낼 수 있다 생각했는지 안달복달 하기도 했었지요. 결혼 15년을 함께 걸으며 둘이 함께 가는 길이라면 막다른 길에서도 당황하지 않을 수 있겠다 싶은 뱃심이 생기는 듯 합니다.


산길을 걷다 모퉁이 같은 길을 만나니 쭉 뻗은 길보다 오히려 반갑더군요.
올해부턴 월요일 함께 보내는 시간들에 더 의미를 부여해 보자는 것에 합의.
유진피터슨 목사님 부부의 월요 안식일 보내는 방식을 컨닝하여 매 주 함께 걷기로 했습니다.
('걷기'라고 하면 '가르침'과 짝을 이루어 남편 안에 있는 오래 된 묵상의 화두이지요.)
우리의 '월요 안식일 걷기 피정'은 시작되었고,
장소는 그간 눈여겨 봐 둔 심학산이 당첨되었습니다.

 

 

무심도 했지만,
처절하리 만큼 상황도 협조를 안 해줘서 '죄인 중의 괴수 남편'이 되고 만 저의 생일이었습죠.
뒤늦은 참회와 더불어 저 빨간 귀여운 백팩에 영혼을 담아 겨우 죄사함을 받았답니다.
그 사연 많은 가방 메고 고고씽. 했는데...
그야말로 천천히 걷는 둘레길인데도 시간이 지날수록 저 헐렁한 가방이 무거워지더군요.

 

 

 

'정말 귀엽고 당신한테 딱 어울리는데! 무겁다고 나한테 메라고만 하지마.' 라면서 사줬는데,
'그러마'하고 철썩 같이 약속을 했는데 첫 날부터 결국 저 앙증맞은 백팩이 제자리를 찾아갔네요. 둘이어서, 둘이 함께 살아가는 거라서 고맙다는 생각을 아침부터 했었습니다.
아이들 문제로 '한계'에 부딪혀 두려움에 떨고 있을 때, 남편이 자신의 역할을 감당함으로 자연스레 평안해지는 것을 보면서요. 그랬습니다. '엄마도 주고 아빠도 준 이유가 있네. 우리 엄마는 혼자 우리를 키우면서 얼마나 그 짐이 버거웠을까?' 그러게요. 그러게나 말이예요.

와, 그런데 산행을 하다보니 이런 랩이 저절로 나왔어요.

남편 산행 패션 맘에 안 드나요?
그래도 다행인줄 아세요.
통 큰 청바지에 운동화 신은 것보단 않잖아~~~~

청바지에 운동화만 신으니 멋이 없지.
무거운 니트 가디건 까지 입어줘야 등산패션의 완성~

이거 월요일 안식일 제대로 즐기려면 커플 등산복 한 벌 놔드려야 겠어요.
저런 패셔너블한 패션은 우리 부부만이라서 상당히 돋보이더만요. ㅎㅎㅎ 

 

 

잠시 쉬면서 떡 한 조각, 커피 한 잔 하다가.........
우리 심심한데 뽀뽀나 할까?
떡뽀뽀 한 번 했싐다. ㅎㅎㅎㅎㅎㅎㅎ

 


 

산수유가 이번 주면 봉우리를 터뜨릴 거라고 지나가는 아주머니가 그러시대요.
다음 번에 가면 노란 산수유가 우릴 맞아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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