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교회 2017년 성탄절은 '선물'이다. 찬양으로 드린 성탄예배의 주제가 '선물'이었다. 조건 없이, 되돌려 받겠다는 슬픈 헤아림 없이 기꺼이 거저 주는 것이 선물이다. 그분이 우리에게 그 선물(the Gift)로 오셨다. 짧은 설교 후의 기도에 여러 번 감동 받아 목사님을 협박하여 입수했다. (딸 신앙고백문, 아빠 설교 후 기도문으로 연일 글 장사 중)



주님, 주님께서는,
높고 높은 왕의 보좌를 버리고, 낮고 낮은 여물통 위에 뉘이셨습니다.
영광스러운 아들의 권세 비우고, 살과 피를 가진 인간이 되셨습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자신을 낮추시고, 비천하고 가난한 이들의 친구가 되셨습니다.


주님,
처녀의 몸 안에 성령으로 잉태된 것이 기적의 본질이 아니라,
하늘의 하나님께서 보잘것없는 마을, 이름없는 인생들을 당신의 거처로 삼으신 것이야말로 참된 기적입니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평화를 얻고, 새로운 생명에 눈을 뜨게 된 것이야말로 참된 선물입니다.


주님, 이미 오셨고, 앞으로도 오실 줄 믿습니다.
또한 오늘도 지금도 오고 또 오시는 줄 믿습니다.
보잘것없는 사람들 속으로,
무시당하고 냄새나는 가난한 이들의 식탁 속으로
보금자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땀 흘려 일할 일터에서 마땅히 받아야 할 권리를 상실한 유명하지 못한 을들 속으로,
뜨거운 불길과 화염에서 사랑하는 이들을 잃고 실의에 빠진 이들 속으로,
오늘도 지금도 오고 또 오시는 줄 믿습니다.


주님,
혼돈과 암흑의 시대를 가르고 한 줄기 큰 빛으로 이 땅에 임하실 때, 천군천사가 ‘하늘에는 영광이요, 땅에서는 평화로다’ 노래했습니다.
평화의 도시라는 이름을 가진 분열과 분쟁의 도시 예루살렘이 이날은 모든 무기를 내려놓고 노래하게 하옵소서.
분노와 대립의 정치로 인해 집을 빼앗기고 정처없이 바다위를 떠다니는 난민들을 불쌍히 여겨서 평화의 마을에 안착하게 하옵소서.
아직도 완전한 평화를 누리지 못하는 이 한반도 땅을 긍휼히 여겨주옵소서.
거짓 평화와 억눌린 계급사회 속에서 신앙의 자유를 향해 출애굽 노예들의 노래를 부르는 북녘의 고난받는 백성들의 기도를 긍휼히 여겨주옵소서.
고향을 떠나 낯선 땅에서 밤낮 노동으로 고된 일상을 살아가는 이주노동자들에게 오직 예수 그리스도만을 앙망하며 성령 안에서 새 힘을 얻게 하여 주옵소서.


주님,
배제되고 빼앗기고 모함받고 조롱받았으나, 오늘도 목마른 마음으로 우물을 파는 우물지기들이 모였습니다.
더불어 마음을 같이하여, 호모쑤마돈을 체험하는 성령의 공동체가 되게 해 주옵소서.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받은 형제자매의 다름을 존중하고, 주님을 향한 각자의 생각을 신뢰하며, 다양한 목소리들이 저마다 빛을 내되, 성령님 안에서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루는 기적과 감동의 공동체가 되게 하여 주옵소서. 그 소망 담아 드리는 오늘의 찬송을 기쁘게 받아 주시길 소망하며, 우리를 죄에서 자유케 하시며 더 큰 자유로 이끄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주중에 교회로 한 통의 성탄 선물 편지가 도착했다. 어떤 인연으로 교회에서 돕고 있는 북한 이주민 가족 이야기, 가장인 아빠가 쓴 편지이다. 여러 사연이 있고, 성탄 예배 설교 시간에 그 이야기를 나누었다. 가장 비천한 사람들 양치는 목자들에게 가장 소중한 선물이 도착했음을 천사들이 알렸다. 예수님의 탄생은 한 마디로 '비천' 그 자체이다. 가장 비천한 자리에서 예수님을 만나 삶의 방향이 달라진 한 남자의 이야기가 편지에 담겨져 있다. 담안에서 온 편지이다.

몇 년째 성탄 오후에는 '고난받는 자들과 함께 드리는 성탄예배'에 가곤 했는데. 성탄절 저녁에 아빠가 아이들을 데리고 간 곳은 편지 속 주인공을 기다리고 있는 엄마와 딸이 사는 곳이다. 선물을 들고. 다섯 살 아이가 좋아할 핑크색 케잌과 쌀 한 자루이다. 시골에 계시는 이모가 보내주신 쌀이다. 신산한 삶을 살아오신 이모가 '내가 살아 있을 때나 이렇게 보내지' 하며 어려운 형편에 보내주신 쌀이다. 이모의 선물이다. 선물이 오고 간다. 비천한 우리들 사이에 이렇듯 선물이 오고 간다.

갈까 말까 망설이다 다녀온 채윤이는 아주 흥분을 했다. 다섯 살 아이가 너무 예쁘고, 말도 잘하고. 잠깐 놀아주는데 참 좋았다고. 아이가 그린 그림을 선물로 받아왔다. 이번 성탄절에 받은 가장 소중한 선물이다.   




매주일 교우들이 돌아가며 준비한 반찬으로 식사를 하는데, 주일 밥 시간이 그렇게 기다려질 수가 없다. 일 년에 한 번 성탄절 점심 식사는 더욱 풍성하다. 불이 없어서 조리를 할 수 없는 주방이라 집에서 조리한 음식을 냄비 째로 양푼 째로 들고 들어오신다. 남 모르는 수고와 정성으로 맛을 낸 선물의 향연이다. 


나는 수십 년 만에 성탄절에 중창을 다 했다. 알토로 노래를 불러본 지가 언제던가. 어떻게 멤버를 만들다 보니 올해 내게 큰 위로를 준 선물 같은 사람들과 함께 하게 되었다. 성탄 찬양 중 백미로 치는 곡. 그 중에도 가장 사랑하는 가사 '진리는 오묘하고 사랑은 성결해' 부분을 솔로로 부르는 영광까지. 선물이 되는 삶, 그 오묘하고 거룩한 삶을 살라고 부르신다. 


귀중한 보배합을 주 앞에 드리고 우리의 몸과 맘도 다함께 바치세

진리는 오묘하고 사랑은 성결해 주께서 탄생하신 거룩한 날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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