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하면 원고, 강의 이런 얘기로 징징거리는 포스팅은 안 하기로 작정했다.


강의도 글쓰기도 '듣거나 배우기'가 아니라 '드러내거나 가르치기'것이다.
결국 마이크 잡은 놈의 힘을 가지는 것이기 때문에 '갑'으로 간주한다.
독자 또는 청중이라 불리는 허다한 '을'들을 세워놓고
'갑'이 징징거리는 것이 웃기는 '지적(知的) 된장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 그렇게 어렵고 복잡하면 쓰지 마! 누가 너한테 쓰라고 했냐고?
강의를 다니며 좋았네 힘들었네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글로 얻은 알량한 유명세로 누릴 것은 다 누리면서 징징거리기까지.....
라며, 내 무의식의 욕망이 남들을 빗대어 자아비판을 하기에 이르른 것이다.


그래서 징징거리지는 않기로 했다.
그래서 징징거리는 건 아닌데.....


5월에 원고만 네 개를 썼다.
이렇게 살다간 얻는 것도 없이 미추어버리겠다며 아무도 안타까워하지 않을 '절필' 고민도 했었다.
그러나 나는 그 네 개의 원고를 다 써냈고,
5월의 대미를 장식하는 강의까지 끝내고 내 사랑하는 거실 소파에 널부러진 것이다.


아닌 척 하지만 지적 된장질에 목을 매는 나,
더 많은 '을'들에게 추앙받고 싶어하는 추한 욕망을 맞닥뜨리면 마음이 복잡다단해진다.


뜬금없는 얘긴데, 아까 집에 오다가 뜬금없는 전화, 뜬금없는 질문을 받았다.

'자기도사춘기 있었어? 그런데, 자기 사춘기 때도 그렇게 웃겼어?'
아, 진짜 온갖 욕망과 좌절로 붕 뜬 나를 끄잡아 내려 '나'로 돌아오게 하는 질문이었다.
나, 진짜 가까이 있는 사람들을  웃겨주는 삶을 살고 싶을 뿐이다.


여하튼, 잠을 이기며 날 기다려준 남편이 '수고했어. 수고했어. 피곤한데 어서 씻고 자' 했지만
어떻게 지낸 오월인데 이 밤에 내가 잠이 오겠냐고.
이 책 <갈림길>을 붙들고 이 밤을 불태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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