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김현승

 

 

부슬부슬 봄비가

내린다

 

미세먼지도 새로운

첫만남도 씻겼다

 

봄이 시작되었다

 

 

 

 

 

미세먼지가 씻겼다,

는 공감이 되는데

첫만남도 씻긴 것은 알 듯 모를 듯.

 

묻고 싶지만 바로 물어보지 않았다.

시인 김현승은 시를 써놓고는 누군가 바로 읽는 것도 부담스러운 거다.

(세상에서 가장 편한 사람) 엄마라 해도 자신이 보지 않는 곳에서 읽으라는 거다.

 

현승 님이 시를 썼을 때는 일단 시인이 보지 않는 곳에서 읽은 후에

질문이 올라오면 가슴에 묻고,

우야튼지 시간이 지나길 기다려야 한다.

 

현승이 누나 채윤이는 입을 뗀 바로 그 순간의 감정을 물어줘야 한다.

짧은 골든타임을 놓치면 '몰라, 아 몰라, 까먹었어' 라며 지금 이 순간의 감정에 충실할 뿐이다.

채윤이에겐 바로 그 순간에! 현승에겐 그 순간을 하염없이 보낸 후에 말을 걸자.

(채윤이 엄마이며 동시에 현승이 엄마 하기란.....)

 

 

시를 쓰고 하루 지난 저녁.

시인이 좋아하는 반찬으로 마음을 훅 빼앗을 후에 묻는다.

그런데 현승아..... 미세먼지가 씻기는 건 알겠는데 첫 만남이 씻기는 건 뭐야?

 

(예민) 왜? 엄마. 시가 이상해?

첫 만남은 그런 거 있잖아. 3월이 다 갔잖아.

3월엔 다 새로워서 어색하잖아. 그 어색함이 끝난 거야.

 

왜야? 3월의 봄은 어색해?

 

아니, 그게 아니고.

봄 얘기가 아니고. 3월은 친구들도 선생님도 다 어색하잖아.

이제 그게 다 익숙해졌다는 뜻이야.

나도 쓰면서 다른 사람이 이해 못 할 줄 알았어.

이상해? 내 표현이?

 

아니, 아니.

그럴 것 같았어. 확인하는 거야.

그런데 그 첫만남은 어색하기만 해?

새로워서 좋지는 않아?

 

딱히 생각해 본 적은 없는데.

좋지 않아. 그냥 어색해. 그런데 지금은 다 익숙해져서 좋아. 편해.

그래서 봄비에 다 씻겨 내려간 것이 좋다는 뜻이야.

무슨 말인지 알겠어?

 

음......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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