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겨울의 남도 여행을 추억하며 거제도 여행을 계획했다.
거제도인 이유는 남편의 룸메이트이신 전도사님이 사역하고 계시는 곳이고,
우리 교회 장로님께서 깊이 관여하며 섬기고 계시는 애광원이 있기 때문이었다.
숙소를 애광원으로 한다는 것과 룸메이트 전도사님 가족을 만난다는 것 외에는
아~무 계획이 없었다.
출발하는 날 비는 쏟아지고 날씨는 계속 좋지 않을거라는 예보에 마음이 썩 내키질 않았다.
애광원에 장로님께서 전화를 해놓으신 것만 없으면 취소하고픈 마음이었다.

그.러.나.

우리의 계획과는 아~무 상관없는 그 어떤 분의 계획은 이미 진행되고 있었던 것 같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날씨를 비롯한 몇 가지 불편한 마음으로 도착한 애광원에서 이틀을 머물 숙소에 들어갔다.
불안한 마음을 날려버릴 만큼 멋진 전경이 창 앞으로 펼쳐졌다.
장승포항이 그대로 내려다 뵈는 방이었다.
그리고 생각지도 못했던 애광원 부원장님의 환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식탁 탁자 위에 준비된 과일과 간식.
그리고 일정에 대해서 너무나 세심히 정보를 제공하시고, 식사대접까지 하신단다.
생각지도 못했던 분에 넘치는 환대에 애빈 하우스가 아니라 쥐구멍이 있으면 거기서 잠을 자고 싶은 마음 굴뚝이었다.

2박3일 동안 내내 받은 환대는 우리의 것이 아니었다.
장로님께서 그동안 애광원을 어떻게 섬기셨는지를 고스란히 알 수 있었고,
그 공로로 우리는 값 없이 받는 후한 대접이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애광원과 거제도를 즐기면서 조용히 이번 여행을 강력하게 이끌어가는 힘을 느끼며,
내 말을 멈추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조금씩 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내 말을 하고 있었다. 애광원에서 맞은 아침에는 조금씩 하늘이 보이는 듯 했다. 먹구름 저 끝에, 저 수평선 위로는 손바닥만한 하늘이 보이는 것 같았다.
아침 식사를 하고 애광원 친구들의 직업재활 시설인 찻집에서 차를 마시고 잠깐의 독서를 했다.

이제 신나게 여행을 시작하는 거야!
하고 애광원을 출발하는 차 안에서 부원장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내용인즉슨, 내일 아침 직원예배에 남편에게 설교를 하시라는 말씀.
전화 내용을 간파하고 나서 애들에게 그랬다.
"애들아! 아빠는 떠나셨다. 아빠는 몸은 여기 계시지만 마음은 내일 설교로 가셨단다"
다행인 것은 남편은 설교에 그닥 부담을 느끼지 않았고 이미 준비된 설교들이 있었다.^---^
여기까지 와서 갑자기 설교하게 될 줄이야....그러나 이번 여행 안에서 이 대목이 중요한 대목이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분명 하나님은 남편을 설교자로 부르셨다. 남편은 설교할 때 행복하고 설교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남편은 그 어떤 목사보다 설교를 잘 하는 목사되기를 원한다.
아니, 설교를 제대로 잘 하는 목사와 사랑이 많은 목사는 엄밀한 의미에서 택일의 문항이 될 수 없다. 제.대.로. 설교를 잘 하는 목사가 되는 것은 모든 걸 갖춘 목사가 되는 길이기도 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설교를 마치고 애광원 원장님을 잠깐 뵙고 시설을 둘러보았다.
120명의 중증 장애아기들이 있는 민들레집에서는 만난 아이들은 치료할 때 만나는 아이들 같았다. 와서 안기고, 장난을 걸고, 손을 잡고 인사를 하면 눈을 빛내고...
다음 번에 꼭 악기 싸들고 내려와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머릿 속에 치료계획서가 왔다 갔다 하면서 이 아이들과 치료로 자주 만나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설레였다.

애광원의 건물을 설계하고 짓는 과정에는 우리 교회 장로님이 계셨다.
건물들을 둘러보면서 입이 딱 벌어질 정도였다. 건축에 대해서 문외한인 내 눈에도 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어떻게 배려했는지가 느껴졌으니까. 여기서 만나서 식사를 하고 얘기를 나누는 분들 그리고 그 속에서 만나는 장로님은 삶으로 예수님을 보여주는 큰 배움이 되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애광원을 둘러보는 동안 채윤이나 현승이 모두 처음 긴장된 표정이 풀리고,
오빠들과 언니들의 손을 잡기도 하고 손을 흔들어 안녕 인사도 하면서 금방 익숙해졌다.
둘러 앉아서 바느질로 수를 놓으며 작품활동(?)을 하다가 우리를 보고는 달려와서 자랑을 하는 친구가 있었다. 너무도 자랑스러워하는 모습에 사진 한 장 남기지 않을 수 없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애광원은 100여명의 성인장애인들이 생활하고 있는 '둥지마을'을 새로 짓는 일로 분주했다.
시설은 최고지만 그것들이 다 돈이 있어서 한 일이 아님이 분명했고 이미 지고 있는 부채도 많다고 한다. '장애인들에게 것두 부모도 없는 장애인들에게 그렇게 좋은 체육관을 지어줘서 뭐하냐? 낭비다' 하는 비난을 들으면서 '어쨌든 처음에 힘에 부치게 최고로 해놓아야 그 다음에 조금이라도 더 나아진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장애아이들은 늘 혜택받지 못하는 채로 살아야 한다' 라 하시며 50여년을 꾸려오신 것이다.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거제도에 있으면서 방문한 어떤 교회는 180억 건축비에 걸맞게 최신식 시설을 갖춘 교회였다.
본당 음향장비만 3억이란다.

여행 내내, 아니 지금까지도 애광원과 그 교회가 오버랩되면서 만감이 교차한다.

애광원의 원장님은 항상 그렇게 말씀하신단다.
'당신들 건강세 내라. 당신들이 아파야 할지도 모르는 것 우리 아이들이 대신 아파주고 있으니까 건강세 내서 아이들 도와라'하고...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내 것이라 우기는 것 백 번 천 번 틀리지 않은 것일 수 있지만,
생각해보면 내가 가진 것들이 내 노력으로 된 것이 별로 없는 걸 보면 어쩌면 원래부터 내 것이 아닌 었던 건 아닐까?  

애광원과 이번 거제도 여행은 답을 얻어 온 여행이 아니라 숙제를 잔뜩 지고 온 여행이다.
맘 편히 쉬고 놀고 온 여행이 아니라 끊임없이 던져지는 문제들을 받아 적기에 바쁜 여행이기도 했다. 이 문제들이 내 일상에서 하나 씩 하나 씩 풀어지면서 얻게 될 유익은 그 풍성함에 있어서 이 땅의 것이 아닐 거라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그리고 또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학동 몽돌 해수욕장  (2) 2007.08.20
태극기 휘날리며~  (0) 2007.08.20
돼지 잡아 사자 보러가다  (7) 2007.08.12
放學이 아니구?  (6) 2007.08.03
우연일 수 없는 만남  (10) 2007.07.19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