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내가 비밀기지에 하트 돌 있다고 말했지?

바로 이거야.

가져와서 엄마 보여주려고 했는데 비밀기지 벽을 쌓는데 공사용으로 써버렸어.

진짜 엄마 놀랠 걸.

우리가 만든 기지를 보면.

그래서 아예 비밀 동아리를 만들었어.

아! 그리고 엄마. 오늘 M를 비밀 동아리에 가입시켜줬어.

원래는 W와 나 둘이었잖아.

M을 가입시키고 처음으로 기지를 알려줬어.

원래 뽑으려고 했던 건 아닌데 아까 셋이 한강에서 자전거 타면서 놀았거든.

서울과 경기도 경계까지 갔다 왔어. 거기 디~이게 멀어.

엄마가 상상하는 것보다 더 멀 걸.

돌아올 때는 시합을 했어. 아무 길이나 선택해서 빨리 도착하는 걸로.

걔네 둘이는 빠른 길로 갔고, 나는 원래 길로 왔는데 내가 이겼어. 하하.

그러다가 그냥 M에게도 기지를 알려줬어.

나는 기지 지킴이고, 부장이야.

대장은 W야. 왜냐하면 비밀 동아리를 만들자고 한 건 W거든.

M은 오늘 가입한 신입회원이지.

 

W가 집에 먼저 가고 M이랑 둘이 비밀기지 공사를 더 했어.

오늘은 화장실을 만들었고, 갈대를 더 많이 모아서 안 보이게 덮었어.

그런데 엄마 M은 이런 놀이를 처음 해보는 거야.

M이 조금 어린애 같은 구석이 있거든.

어린애처럼 말할 때가 있는데 나한테 살짝 이렇게 말했어.

'나는 친구들 중에 너하고 노는 게 제일 재밌어'

 엄마는 별로 안 놀라는 것 같은데 M은 진짜 이런 놀이를 안 해봤고 안 좋아해.

걔는 컴퓨터 게임만 하는 애거든.

그런데 나랑 둘이 공사하면서 너~어무 재밌대.

재밌어서 막 흥분이 된대.

진짜야. 엄마. 이런 놀이를 처음 하게 된 거고,

이렇게 노는 게 재밌다는 걸 비로소 알게 된 거야.

엄마가 그렇게 응응 할 사소한 일이 아니라니까. 

말하자면 이건 내가 게임에 빠진 친구를 구원한 거야.  

응? 엄마~아. 진짜 대단한 일이라니까.

 

(한강공원 망원지구에는 게임에 빠진 친구를 구원한 비밀기지가 있습니다.

당신이 앞으로 뒤로 손뼉치며 파워워킹으로 지나다니는 길, 바로 그 길가입니다.

그 길, 강이 인접한 쪽에선 비밀기지 공사가 한창이고,

때론 기지에서 나온 요원 세 명이 옷에 갈대를 꽂거나 덤불을 뒤집어 쓰고 잠복도 한답니다. 파워워킹 하는 당신의 씰룩거리는 엉덩이를 유심히 관찰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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