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현승이가 좋아하는,
현승이의 코드를 누구보다 잘 이해해주시는 털보아저씨가
남한산성에서 찍어주심



그 날,

굴욕엄마 쿨한 딸에게 마음으로 무릎 꿇었던 그 날,
마지막 장면을 기억하시는지?
부시시한 얼굴로 주섬주섬 오리털 파카 주워 입고 딸의 근엄함 명을 받잡고 수영장으로 갔다.(수영장으로 말하자면 집 바로 앞에 있는 청소년 회관인데 이번 달부터 두 녀석이 함께 다니고 있음)


새로움에 대한 적응력이 다소 연약하신 티슈남 현승이가 약간 걱정스러운 상태다. 일단 새로운 곳은 무조건 부담스러운데다, 레인에서 제일 작은데다, 물이자기 키보다 깊기 때문에 물 속에서 수영을 하지 않을 때고 계속 뛰고 있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는데다, 선생님이 너무 무서운데다, 과격한 형아들이 많은데다가...... 티슈남 현승은 갈 때마다 도살장 끌려가는 얼굴인 것이다.  


수영하는 내내 가슴 졸이며 관람하고 있는 엄마. 그런 엄마의 짐승적 모성본능에 불을 지르는 사태가 발생했으니 버럭남 수영선생님이 우리 티슈남을 향해, 뾰족한 과실을 찾을 수 없는 티슈남을 향해 버럭 화를 낸 것이다.
모성이란 어쩌면 이리도 맹목적인 본능이란 말이냐. 선생님 입장에서 보면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인것을, 엄마 자신은 하루가 멀다하고 그 여린 것들에게 분노의 폭탄을 날리면서 말이다.  '내 새끼를 저런 식으로 대하다니!' 순간 엄마의 눈에서는 레이저 광선이 나오고, 심장은 쿵쿵거리고, 찢어지는 가슴을 억누를 길 없어서........


조용히 고개를 떨구고 어서 수영시간이 끝나기만 기다렸다. ㅠㅠㅠㅠㅠㅠㅠ


수영을 마치고 나온 아들을 보고는 안쓰러워 죽을 것 같은 짐승본능 엄마는 울음이 터질듯한 목소리로  '현승아, 아까 수영선생님이 너한테 갑자가 화내셨지? 괜찮았어? 그 때 마음이 어땠어?' 했다.
아들은 사춘기 소년같은 뚱한 표정으로 '왜애? 그걸 왜 물어? 내가 그 대답을 꼭 해야 돼?' 하고 나온다. '아니, 엄마가 궁금하잖아. 걱정이 돼서 그렇지. 괜찮았어?' 하고 물어도 별대답 없이 왕무시.


결국 대답하지 않는 아들을 끌고 방으로 들어가 독대하고 앉았다.(내 자존심이란 불과 두 시간 전에 이 아들의 누나한테 짓밟힐대로 짓밟힌 상황 아닌가? 그래 끝까지 가보는거야. 어차피 난 굴욕녀니깐)

(정말 말도 안되게 구차한 줄 알면서도 계속 난 돌아오지 못한 강을 건넌다. ㅠㅠ)
'현승아, 아까 어땠는지 왜 말을 안해줘?'
 
(정말 이해할 수 없다는, 속터진다는 듯)
'아니~이, 엄마가 왜 그걸 자꾸 물어보냐고? 왜 꼭 내가 말해야 하냐고?'

'아니, 니가 너무 속상할까봐 마음을 좀 풀어주려고....'

(성의없이, 찌질엄마를 어떻게든 떼내야겠다는 듯)
'처음에는 잠깐 속상했는데 금방 괜찮아졌어'

'그래? 그럼 지금도 괜찮은거지? 너 청소년회관 수영장 너무 힘들어? '

'응, 선생님도 너무 무섭고 형광색 수영모자 쓴 형아도 자꾸 괴롭혀. 근데 괜찮아. 그 형아가 괴롭히는 거 내가 다 피했어.'

'그럼, 현승이 너 여기 그만 다닐래? 매일 안간다고 했잖아. 그만 다닐까? 엄마가 안된다고 했었는데 니가 정말 안다니고 싶으면 다니지 말자'

(정말 이 대화가 귀찮고 무의미하며 오직 빨리 끝내는 것이 유일한 목적이라는 듯)
' 일단 한 달은 끊은거니까 이번 달 다니고 그 담에 다시 생각해보자!'

'응?.......담에?......어......그......그래.....다.......으.....음....#*&%#$#^.......'

'됐지?'

라는 한 마디 남기고, 두 시간 전 지 누나가 그랬듯 뒤도 안돌아보고 방문을 열고 나갔다. .........룍녀 엄마는 냥  자리에 를 파 들어앉 말았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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