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학산을 가자니까 '난지도 공원, 난지도 공원' 하면서 내 손을 잡아끌었다.
정말 멋진 길이 있다며 며칠 전부터 노래를 하더니.
과연! 멋진 길이었다.
남이섬 저리 가라, 담양도 저리 가라.
메타세쿼이어가 늘어선 길, 그 길이었던 것이다.

 

 

실은 이 남자가 '가면 있겠거니' 하는 안일한 태도로 가이드를 시작한 것이다.
주차하고 걷기 시작하는데 이거 뭐, 멋대가리 없는 시멘트 길이 펼쳐졌었다.
'한 소리 듣겠구나'
싶었는지 실없는 말 개그 몸 개그로 주의를 흐트러뜨리려는 노력이 눈물겨웠다.
 

 

 

이 사람아, 바로 이게 당신 전공 내 전공이라고!
당신과 손잡고 인생길 함께 걷기 시작하여 그저 좋아라 칠렐레 팔렐레 했지.
분명 끝내주는 길이 있는 줄 알고 있었는데 손잡고 가는 길마다 상상 그 이상이었던 거지.
새소리가 귀를 간지럽히는 나무 그늘을 룰루랄라 걸을 줄 알았더니
끝이라곤 없는 것 같은 뙤약볕 아래를 걷는 느낌이었을 때가 있었다고.
덕분에 태양을 피하는 법을 제대로 배우기는 했지만서도.

 

그래서, 괜찮다고.
당신 전공은 생각지 못했던 길로 나를 끌고 가는 것이고,
그 길 따라 걸으면서 투덜거리고 질질 짜고 하다가도 도를 깨우쳤다며 다시 칠렐레 팔렐레 하는 것이 내 전공이니까.


 

멋대가리 없는 시멘트 길을 걷다 돌아 나가니 꽃이 핀 흙길이 나왔다.
사진 찍으며 노래하며,
애초 기대했던 '죽여주는 길'에 대해선 아예 잊고 있을 즈음에 바로 그 죽여주는 길을 만났다.
어쩌면 우리의 여정과 이렇게도 닮았을까?
꿈에 대한 꿈을 놓았을 때,
그래서 아주 편안해졌을 때 그 꿈이 눈 앞에 나타나곤 한다.

 

 


어딘가 있다는 죽여주는 길, 
그 길을 걸을 방법은 지금 이 길을 뚜벅뚜벅 걷는 것이다.
내 작은 손 덥석 잡아 이끌면 함께 걷는 이 있으니 걸을만하지 아니한가. 
그 죽여주는 길, 설령 닿지 못하면 어떠하리.
어제의 '그 꿈'이 내 곁에 나란히 걷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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