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것은 같은 것을 좋아한다❞

 

2020년 6월 26일 금요일, 연구소 특강으로 신소희 수녀님을 모시고 '의식 성찰' 강의를 들었다. 2008년쯤, 같은 주제의 강의로 수녀님을 처음 뵈었다. 한 시간 남짓 수강자로 앉아서 뵌 것이 유일한 만남이었다. 그때로부터 기다렸다. 수녀님께 직접 배울 기회가 오기를. 엄청나게 감동적이거나, 존재를 뒤흔드는 강의여서는 아니다. 막연히 '이분은 진짜'라는 느낌이었지만, 느낌은 주관적인 것이니까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모른다. 적어도 내게 거부할 수 없는 '끌림'이었다. 강하게 끌리는 대상은 그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나를 드러낸다. 

 

❝학생이 준비되면 선생이 온다❞

 

생각 날때마다 한 번씩 수녀님을 검색했다. 어느 순간 소속된 기관에서 이름이 찾아지지 않고, 어디서도 수녀님의 강의나 피정 동반 소식을 들을 수 없었다. 그러다 작년 2019년, '영적 식별'이란 주제의 강의에서 수녀님 성함을 보게 되었다. 6주간 영적 식별 강의를 듣고, 이후에 극적으로 2박 3일의 피정에 참석하는 믿을 수 없는 만남이 이어졌다. 수녀님에 대한 정보는 1도 없었는데. 강의와 피정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수녀님의 전공이 '그리스도교 신비주의'라는 것. 신앙 사춘기의 어두운 숲을 혼자 헤맬 때, 읽고 읽고 읽다 다다른 아빌라의 테레사, 십자가의 성 요한 같은 신비가들이 수녀님 전공에 닿아 있다는 것. 올해 또 6주간 강의 들으며 배우고 있다. 십수 년의 세월을 넘어 기다리던 선생님이 나타나셨다. 

 

❝그리운 하나님❞

 

삼위일체를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 고군분투 하던 어거스틴은 하나님 닮은 인간 마음 안의 삼위일체를 발견했다.(라고 수녀님의 강의를 통해 배웠다.) 지성의 삼위일체라 불리는 이것은 기억, 이성, 의지이다. 하나님의 영이 나를 비출 때, 그 비추임을 알아듣는 이성이 의지에게 동의를 구하고, 의지가 예스하면서 이성과 기억과 의지가 조화롭게 성령의 뜻을 따라 사는 삶이 된다. 그중 기억이란, 내가 누군지를 기억하는 동시에 내가 찾는 대상에 대한 기억이다. 내가 찾는 분, 그분에 대한 기억과 그리움! 심장이 쿵 떨어진다. 십수 년 전 한 번 만난 수녀님의 가르침을 기다렸던 것은, 어떤 목마름이었다.

 

수녀님 특강이 있던 날 시작 인사를 하며 그 얘길 했었다. 그 세월 기다렸던 나도 대단하고, 그 시간 생전 처음 수녀님의 강의를 듣자고 모여온 사람들도 대단하다고. 나나 그들이나 어떤 목마름, 갈망을 따라온 것이라고. 어거스틴의 말로 하면 '기억'을 더듬어 찾아온 길이 아닐까. 마침 눈에 띄는 신간이 있었는데 제목은 <그리운 하나님>이다. 사막의 교부들로부터 현대 영성가까지 여러 신비가들의 기도를 모은 작은 책이다. 책을 보는 순간 수녀님께 배운 영성가들의 가르침이 떠올랐고, 그분들의 삶과 영성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그리운 하나님'이지 싶었다. 엊그제 수녀님께 그 책을 선물했다. 내가 뭐라고, 내게 배우러 오시는 분들이 늘 고맙다. 그분들께 수녀님을 소개하고, 함께 배우는 자리를 마련하게 되다니! 기적이고 신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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