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국 끓여보고,

냉이 된장국도 끓이고.

식탁 위에 봄을 자꾸 올려 놓아보는데

아이들 눈에 그저 된장국일 뿐.

다시 돌아온 계절을 함께 느껴줄 중년 남자 사람은 집밥 먹을 일이 없다.


처음으로 마늘대를 사봤다.

봄나물 근처를 서성이다 발견했다.

어렸을 적에 엄마가 초고추장에 새콤달콤하게 무쳐줬었는데.

아이들 반찬으로는 좀 아니지만 일단 한 번 사보자.

아, 엄마 생각난다.

엄마가 해주던 반찬들 많이 생각난다.


꽃다운 백수 채윤이와 둘이 점심 먹는데 일단 샀으니 이단은 무쳐보자.

삼단은... 백수 채윤아 함 먹어 보자.

이게 뭐야?

파를 이렇게 그냥 먹어?

으흐......음. 딜리셔스~(데인저러스 아니고)

엄마, 너무 맛있어.

(밥 한 공기 먹고 거침없이 반 공기 더 먹고)

역시 내 딸 금사월 아니고 김채윤.


나도 맛있다.

봄의 맛이고 우리 엄마의 맛이다.

[삶의 막막함 가운데 찾아오시는 주님의 손길이

삶의 답답함 가운데 빛이 되시는 주님의 말씀이

내게 봄과 같아서 내게 생명을 주고

내게 신선한 바람 불어 새로운 소망을 갖게 하네]

봄바람과 함께 혀끝에 자꾸 맴도는 노래다.


삶을 둘러싼 막막함의 안개가 그리 쉽게 걷히지 않겠으나,

여전히 삶은 막막하고 답답하고 부조리한 것이 기본설정이겠으나

다시 찾아온 따스한 생명의 바람에 담긴 그분의 편지를 읽는다.

이 하루를, 이 봄을, 이 한 해를 견뎌보겠다.

여전히 견디고 있는 자들과 연대하여 소망을 살아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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