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잎


가까이 보아야 예쁘다. 

자세히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음악치료를 하러 가는
어느 초등학교에 사랑하는 아이들이 있다.


그 중에 키 크고,
반달 눈웃음을 지으며,
노래를 엄청 못하고,
좀비놀이를 즐기고,
순한 6학년 애제자가 있다.


교실에 들어갔더니 이 녀석이 눈이 벌개가지고 목에는 상처가 난 채로 앉아 있었다.
싸울 애가 아닌데 싸웠단다. 1학년 동생들이 팔을 붙들고 늘어지고 매달려서 귀찮아도 다칠까봐 힘으로 탁 떼내지 못하는  착한 형아다.
어떤 녀석들이 장애인 이라고 놀렸단다.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고 가슴이 아파서 수습이 잘 되지 않았다. 흔하지 않지만 가끔 있는 일이다. '통합'이라는 그럴 듯한 명분 하에 이 아이들이 제일 많이 다치는 일이 이것이다.


예전 어느 학교에서 학교 주차장 근처에서 바로 그 장면을 목격했다. 놀리던 녀석을 벽에 붙여 놓고 주먹을 바들바들 떨면서 협박을 했다. 너 한 번만 더 이 딴 짓 해봐! 교육을 한 것이 아니고 협박을 했다. 협박 이후에 생전 해보지도 않은 욕을 내뱉을 뻔 했었다. 이성을 잠시 잃었던 것 같아 남편한테도 이 얘기를 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여전히 이런 일을 보면 순간적으로 치올라오는 분노를 어쩔 수가 없다.
목에 대일밴드 까지 붙이고 힘없이 앉아 있는 아이를 바라보면서 어떻게 해야할 지를 모르겠었다. 치료 시작을 위해서 헬로송을 불러야하는데 바로 노래를 시작하면 목이 메일 것 같고,
그저 가서 이 녀석을 꼭 안아줬으면 싶은데 담임 선생님도 옆에 있는데 내가 그러는 건 오버고.


이런 저런 이유들로 바로 그 아픔을 치료 중에 다루지도 못하고 세션을 끝내고 돌아왔다.


가까이 보고, 자세히 볼수록 더 사랑스러운 아이들인데 내 사랑은 저 아픔을 싸매줄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아 부끄럽고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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