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결혼하기 힘들 것 같아요. 이런 저를 이해해 줄 사람이 있을까요? 혹 저를 좋아한다 해도 우리 부모님과 가족까지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거예요.’ 연애로 끝나도 좋은 만남이라면 몰라도 결혼까지 생각하면 막막해진다는 청년들을 봅니다. 아픈 가족사를 가진 경우 입니다. 부모님 사이의 불화나 이혼, 가정 폭력, 경제적인 어려움, 아픈 형제자매, 오래된 친척 갈등으로 고립된 채 살아가는 가족, 부모님의 재혼으로 맺어진 복잡한 형제관계..... 아니 그렇게 드라마틱한 가족사까진 아니어도 많은 사람들이 가족에 관련된 크고 작은 열등감을 비밀처럼 간직하고 있습니다. 겉보기에 흠잡을 데 없는 가정이라도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겁니다. 남모르는 이유로 소리 없이 고통당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이런 가족, 따뜻하지만 한편으로는 아픈 감옥 같습니다. 그럴수록 좋은 결혼에 대한 소망을 가지면 좋으련만 그것 역시 간단한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원가정에서의 상처가 연애와 결혼생활에 필연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난무하는 심리학이 말하죠.

 

기쁜 소식인지 안타까운 이야기인지 모르겠으나 충분히 정상적인(?) 가정은 거의 없습니다. 페북에 뜬 친구네 가족사진이요? 그대로 행복이 가득한 집잡지 표지로 써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구요? 사진으로 뽀샵되기 전 일상은 전혀 다를 것이라는데 오백 원 걸겠습니다. 저는 10년 넘게 개인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부부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 제 내면의 이야기를 나름대로 솔직하게 쓰고 있습니다. 이만하면 행복한 결혼생활, 건강한 가정을 이루고 있다는 자의식도 있구요. 그러나 인정합니다. 아무리 정직하려 애써도 블로그에 내거는 사진과 글은 순결한 민낯일 수 없다는 것을요. 쌩얼인 척 하지만 알고 보면 비비크림을 떡칠한 격이죠. 거짓말을 쓰지는 않습니다. 다만 치명적인 치부를 내놓을 수는 없습니다. 혼자 보는 일기장에 쓰는 얘기는 따로 있다는 것입니다. 믿음과 교양을 겸비하신 부모님이 부유하기까지 하셔서 부족할 것 없어 보이는 친구의 가정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창 밖에서 바라보는 남의 스위트홈은 판타지일 뿐입니다. 추위와 배고픔에 떠는 성냥팔이 소녀의 눈에 어느 가정인들 스위트홈으로 비춰지지 않겠습니까. 결핍에 사로잡히면 남은 것은 무조건 좋게, 내 것은 최악으로만 보이게 마련입니다. 동화 속 창문으로 들여다보이는 행복한 가정이란, 드라마에 나오는 그 거실이란 없습니다. 일상에는 없습니다. 어느 가족이든 알고 보면 크고 작은 갈등으로 아파하며, 명절에 만나는 친척들끼린 다들 조금씩 불편하고 그렇답니다. 제가 상담으로 만나는 사람 중 가족으로 인해 아프지 않은 사람은 없었습니다.

 

너도 아프고 나도 아프다. 아프니까 청춘이다그러려니 하고 살아가자는 말이 아닙니다. 가족으로 인해 상하고 무너진 마음의 정원을 곱게 가꾸어야 합니다. 우리 모두 자신을 돌보고 가꿀 의무가 있습니다. 다시 세우기 힘들 정도로 엉망이 되었다면 더욱 시간과 공을 들여 정비해야겠지요. 어린 시절 원가정에서의 경험은 왜곡된 마음의 지도(地圖)를 만들어냅니다. 그 지도를 따라 불행한 선택을 반복하게 된다고 하지요. 왜곡된 마음의 지도를 수정하는 작업을 적극적으로 해야 합니다. 필요하다면 상담이나 심리치료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겠지요. 어릴 적 어떤 경험이 지금의 행동, 감정, 사고를 왜곡시키고 있는지 알 필요가 있습니다. 스스로를 사랑받지 못할 자로 규정하는 좋지 않은 마음의 습관을 찾아야겠지요. 필요하다 생각하면 망설이지 말고 시도해보세요.

 

심리학의 인과론적 분석은 유년 시절의 경험과 지금의 왜곡된 성격의 관계를 명확히 해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불화와 학대, 폭력이 난무하는 환경에서도 건강하게 자라 성숙한 사랑의 관계를 맺는 사람들이 분명이 있지 않습니까. 저 유명한 저작 <아직도 가야 할 길>을 쓴 정신과 의사 스캇펙 박사는 우리는 사람들이 왜 정신질환에 빠지는가에 대해서는 잘 알지만, 어떻게 사람들이 정신적 외상을 이겨 내고 건강한 생활을 하는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알지 못하는 그 지점을 은총이라 이름 하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모두 크고 작은 상처를 안고 살아갑니다. 누구는 그 상처가 걸림돌이 되어 나는 결혼하지 못할 거야, 결코 사랑받지 못할 거야하며 주저앉습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상처를 디딤돌 삼아 더 큰 사랑을 배우고 건강한 결혼을 소망하며 꿈꿉니다. 어떤 차이일까요? 은총을 주시는 바로 그분이 사랑의 근원이심을 믿는 믿음일 것입니다. 은총 앞에 자신을 내어놓는 일, 어렵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대리자인 내 이웃, 내 친구에게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입니다. 나의 치명적인 이야기를 마음 맞는 친구에게, 신뢰하는 모임에 고백해보세요. 처음엔 힘들고, 돌아서서 후회가 될 수도 있겠지만 시간을 두고 기다리면 은총이 답할 거예요. 그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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