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1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몇 백 년 된 느티나무가 여름마다 무성한 잎을 자랑하는 교회 마당. 그리고 바로 밑에 목사관. 계절마다 갖가지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던 그 꽃밭이 있는 집에서 새로 지은 멋진 양옥집으로 이사한 지 얼마 안 된 때였다.

장례식을 치르고 나서 남은 엄마와 나와 동생의 거취 문제를 놓고 가족회의가 열렸다. 중요한 사안들이 결정되고 나서, 외삼촌인지 고몬지 누군가가 내게 물었다. '신실이 나중에 커서 뭐 되고 싶니?' '성악을 전공해서 교수되고 싶어요' 별 생각없이 그렇게 말했었다. 내게 질문했던 삼촌인지 고모가 장황하게 설명을 했다. 음악을 전공하려면 돈이 많~이 들어야 한다. 아마도 이제 니네 형편상 그럴 수가 없을 것이다. 어쩌구 저쩌구~#%$^%^#$%#^

별다른 아쉬움 없이 '아! 안 되겠구나~'하고 별로 깊이 생각해 보지도 않았던 꿈을 또 별 생각 없이 접어 버렸다. 난 노래도 잘했지만 공부는 더 잘 했으니까....ㅎㅎㅎ

유아교육 전공하고 유치원에 근무하면서 음악교육과 관련된 것들을 맡아서 연구하게 되었다. 교회에서는 찬양인도를 했고, 그리고 교회에서는 어린이 성가대 지휘도 하게 되었다. 또 그러다 보니 어느 새 음악치료 석사과정을 공부하게 되었다.

어느 새 나는 음악인과 가까운 자리에 서 있다. 내 주변에는 음악을 전공한 선후배가 허다하고...아주 오래 전 어느 날 꿈꿨던 대로 '아이와 음악을 사랑하는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일을 하면서 내가 음악 전공이 아나라는 것이 가끔은 나 스스로 컴플렉스로 여기기도 한다. '아! 음악을 전공했더라면 어떨까?' 그런데 사실 더 정직히 생각해 보면 음악을 전공하지 않은 음악치료사로서의 메리트 또한 포기 하기 싫다.
그리고 바울에게 가시가 있었던 것처럼, 음악치료사인 내게 이런 가시가 하나 쯤 있어줘야 더 겸손히 노력을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하고.
다행인 것을 나는 지금까지 한 순간도 음악이 즐겁지 않은 적이 없으니 이 또한 얼마나 큰 행복인가?

얼마 전 드림목장 서목자님이 '뮤지컬 배우 같은 정신실 자매'라고 평을 해 주셨는데 얼마나 마음에 들고 기뻤는 지 모른다. 음악! 언제나 행복한 음악!

실은 나 요즘 혼자 피아노 맹연습 중. 달크로즈 과정 숙제이기도 하지만 내일의 나를 위해서 즐겁게 연습 중이다.
아~ 음악은 즐거워!!
2004.04.14

전미순 : 샘의 노래 솜씨에 내가 얼마나 부러운지! (04.14 12:50)
김종필 : 뮤지컬 배우와 함께 사는 즐거움을 서목자님은 아시는가보당! (04.14 14:58)
정신실 : 뮤지컬 배우 옆에는 또 아리랑 노래 반주기계가 있쟈너~^^ (04.14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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