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브♥갓♥메일13_<QTzine> 2009년 1월호 

'유브♥갓♥메일'은 가상의 제자 '은혜'와 주고받는 연애 상담 이야기입니다. 작년 한 해 은혜는 교회 안에서 한 선배를 짝사랑하고, 고백하고, 거절당하기도 했으며 지금은 소개팅으로 만난 J라는 형제와 교제 중입니다. 그 과정에서 은혜는 불신자와의 교제, 목회자의 사모가 되는 것, 교제를 시작한 이후에 스킨십 문제를 풀어가는 것 등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 왔답니다. 그리고 그 고민을 고스란히 어릴 적 교회선생님과 메일을 통해서 나누고 있습니다. 은혜를 사랑하는 선생님은 은혜가 딴딴따단~ 하고 신부입장 할 때까지 연애 상담을 계속할 작정입니다. 작년 한 해 그랬던 것처럼 누구라도 은혜가 되어 자신의 이야기를 나눠주는 것은 언제든 환영입니다.^^



우와, 정말 따뜻한 성탄절과 연말을 보냈구나. 역시 겨울 추위에는 늑대 목도리가 최고야.^^ J가 다행히 연말에 많이 바쁘지 않았구나. 무엇보다 솔직하게 대화할 시간이 많아 그간 쌓인 오해도 풀었다니 모처럼 선생님도 마음이 가볍다. 이젠 문자 한두 개 씹혀도 이해할 만한 거지?^^ 네 말대로 한 번 소용돌이를 겪고 나면 더 잘 알게 되고 더 친밀해지는 게 맞는 것 같아. 갈등과 위기를 한 고비씩 넘기면서 둘 사이가 더욱 견고해지리라 생각한다.


아! 그때 그 K군~
K군 말이냐? 선생님도 기억하지. 기억하고말고. 아마 은혜가 선생님과 메일을 주고받게 된 것이 K군 때문이 아니었니? 작년 이맘때쯤이었나? 은혜를 설레게도 했고, 또 그로 인해서 많이 아파하기도 하지 않았었니. 헌데 K군이 교제하던 사람과 헤어졌다고? 그러면서 은혜에게 다시 정식으로 대시를 했다니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구나. 선생님이 체통을 지켜야 하는데 왜 이리 쌤통 웃음이 배실배실 멈추질 않고 새어나오는 거냐.^^;
수개월 전, K의 거절 때문에 '제가 좋아하는 사람은 꼭 저를 안 좋아해요. 저는 쌍방통행의 사랑을 영영 못할 것 같아요.' 하면서 힘들어하던 생각이 나는구나. 낮아진 자존감으로 은혜가 힘들어할 때 선생님도 참 마음이 아팠었지. 딱히 K가 잘못을 한 것은 아니었기에 네 앞에서 크게 내색은 안했지만 선생님도 괜스레 미운 맘이 들었었다. 헌데 그때와 정반대의 상황이 되어 거절의 카드를 은혜가 내밀게 되었다니 이걸 어떻게 생각하면 좋으냐. K군이 그때의 은혜만큼일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지금 힘들 텐데, 한 치 걸러 두 치라고 뭐 선생님은 기분이 쫌 좋을 뿐인 거…. 어쩔 수 없구나.ㅎㅎ


감정에 휘둘리지 않은 모습이 대견해
사실 선생님이 이렇게 기분이 좋은 건 은혜가 K군에게 똑같이 되갚아 주는 기회를 얻게 됐다는 것 때문은 아니란다. K의 거절로 힘들어할 때 선생님이 그런 부탁을 했었잖니. 저자세도 고자세도 아닌 정자세로 거절을 당하라고. 그리고 할 수 있다면 전과 다름없는 친절로 K를 대하라고 말이야. 그때 은혜는 '그럴 수 없다. 마음이 그렇게 되질 않는다.'고 했던 것 같아. 그래서 선생님이 더 얘기하지는 못했었다. 헌데 결국 은혜가 힘들었음에도 불구하고 행동으로는 그렇게 했다는 거잖아. 이번에 K가 그랬다면서? 같은 공동체 안에서 K의 교제를 지켜보면서 분명 힘들었을 텐데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감동을 받았고, K와 함께해야 했던 찬양팀이나 청년부 모임을 피하지 않고 여전히 잘 섬기는 모습이 볼수록 아름답게 느껴졌다고. 그 말에 선생님도 감동 받았어. 은혜에게 칭찬 많이 해주고 싶다.

선생님이 누구보다 잘 알잖니. 은혜가 그 일로 얼마나 힘들어했는지, 또 그런 시련을 허락하신 하나님을 원망하고 싶은 마음에 많이 흔들렸던 것도 말야. 마음이 그렇지 않은데 그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고 청년부를 떠나고 싶다는 얘기를 했던 기억도 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이후 K를 대하면서 공동체를 섬기는 너의 말과 행동이 한결같았다는 것을 확인을 하니 정말 대견스럽구나. '마음에도 없이 억지로 자리만 지켰을 뿐이고, 스스로 가면을 쓰고 있다는 생각에 힘들었었다'는 말. 이해가 간다만, 그렇다 해도 참 잘한 거야. 네게는 분명 너의 자리를 지키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아예 청년부를 떠나 피해버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잖니. 그 두 마음 중에 너의 자리를 지키기로 선택한 건 바로 너니까.
사람들이 보통 그렇지만 특히 너희 세대는 (이렇게 말하면 선생님이 너무 늙은이처럼 느껴져서 좀 그렇긴 하다만) '내가 좋아서 한다는데, 내가 싫다는데' 하면서 감정이 삶의 모든 걸 이끌어가는 듯 보일 때가 있어. 현재의 감정에 충실하지 않고 오히려 감정에 반하는 행동에 대해서는 무조건 가식과 위선으로 치부하거나 말이야. 그렇기에 이런 저런 감정의 굴곡에도 불구하고 늘 한결 같은 모습을 유지하는 청년을 찾기가 더욱 어려운 것 같아.


진짜 매력은 인격에서 묻어나오는 거야
K가 자신이 거절한 은혜가 정자세로 거절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새롭게 끌렸다는 것은, 이성에게 매력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사람들에게 꼭 알려주고 싶은 노하우다. 미혼의 청년들에게 있어 이성에게 매력적인 사람이 되고자 하는 건 가장 큰 바람 중 하나일 거야. 헌데 그 열망에 사로잡힌 나머지 기복이 심한 감정과 조절이 안 되는 행동으로는 오히려 자신이 원하는 반대의 결과를 낳는다는 걸 알면 좋을 텐데. 쉽게 말해 누군가에게 잘 보이고 싶을 때와, 그럴 필요가 없을 때의 모습이 영 다른 경우 말이다.
가령 청년부의 어느 자매 하나가 있다 치자. 갑자기 전에 없던 열심을 내고 눈에 띄게 공동체를 잘 섬기는 경우 형제 하나를 마음에 담고 있는 경우가 있더라. 그리고 일이 잘 돼서 찍었던 그와 교제라도 하게 되면 그야말로 공동체를 세우는 밝은 역군이 되는 거지. 헌데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을 때, 누가 봐도 알 수 있게 예배도 시들, 교제도 시들, 삶의 태도에도 시큰둥해버리는 거야. 백 번 이해가 가는 일이지만 누구라도 그런 사람에게 매력을 느끼기는 쉽지 않을 거야. 환경에 그리 쉽게 영향을 받는 그녀의 예배나 섬김이 과연 진실한 예배였는가 하는 식의 논의는 차치하고 말이다.
 
'자신의 슬픔과 기쁨을 어떻게 잘 조절해가면서 항상성을 유지할 수 있는가?'는 사람의 성숙도를 가늠하기 위한 좋은 척도가 된다고 해. 그렇게 본다면 은혜가 보여줬던 모습은 단지 노하우나 기술이 아니라 인격적 성숙이라고 하는 게 옳겠구나. 매력 있는 사람이 되는 기술이 따로 있을까? 사람마다 타고난 성향이 다른데 말이야. 결국 각자의 인격과 신앙에서 묻어나오는 매력이 진짜 매력일 거야.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남자를 사로잡는 여자의 매력 열 가지' 이런 것들을 읽어 보면 말은 참 그럴듯해. 하지만 사람이 사람에게 끌리는 것이 방법을 배워서 되는 것이면 얼마나 쉽고 좋겠니. 그걸 기술처럼 가르친다 한들 하루아침에 배워 자기 몸에 딱 붙일 수 있겠냐는 거지. 설령 그런 기술들을 익혀서 말하고 행동해 사람을 낚았다한들 과연 오래 갈 수 있을까도 의문이니 말이다.


K군 덕분에 확인한 매력녀 은혜를 칭찬하다보니 얘기가 길어졌다. 이제껏 그래왔던 것처럼 우리 은혜가 사랑 깊은 가르침에 귀 기울이며, 속사람을 더 진실하고 아름답게 가꾸어 올해도 더욱 매력 있는 아가씨로 성숙해가길 기도한다. K군과의 만남은 이렇게 어긋나고 말았지만 K 역시 내면의 아름다움을 볼 줄 아는 눈을 가진 청년이니 좋은 자매를 만나게 될 거야. 그건 그렇고 새해에는 어떻게 국수를 얻어먹게 되는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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