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태 바리새인인 내게 주일 성수는 엄청난 율법 덕목이다. 팔순을 훌쩍 넘기신 나의 모태, 즉 우리 엄마는 주일에는 절대 매매행위를 하지 않으시고 그것을 목숨처럼 지키신다. '예수 믿고 딱 한 번! 할머니 생신 선물을 준비하지 못해서 외상으로 원피스 한 벌 사고 다음 날 갚았다'는 말씀은 계시록 마지막 절에 기록될 우리 엄마 행전이다. 지금도 자녀들이 모일 때마다 천국 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유언처럼 힘주어 말씀하시는 것이 ‘주일성수 혀라. 절대 주일날이는 뭐 사고 팔믄 안된다. 끔(껌) 하나도 사믄 안된다’라 하신다. 모태가 이러하니 내가 모태 바리새인 되는 것은 당연지사다.

고등학교 수학여행이 주일을 껴서 가게 됐었다. 나는 단칼에 수학여행 안 가고 학교에 남아서 자습하는 걸 선택했고, 담임선생...님의 온갖 설득과 핍박에 굴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을 온전히 기쁘게 여겼으니... 과연 나는 엄마의 딸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유치원 교사로 일하고 있을 때 무슨 행사 하나를 주일날에 하겠다는 원장선생님 말씀에 장문의 편지와 함께 사직서를 내던지기도 하였다. 당시 나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소녀가장(아니라 처녀가장인가?)이었으니... 역시 나는 엄마의 딸이었다. 결국 이직을 하는 과정에서 주일 워크샵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이유로 첫 출근도 못하고 스스로 짤려서 백수가 되기도 했었다.

이런 주일성수에 대한 전설적이 경험담을 가지고 '주일성수도 안하는 것들이!' 하면서 자고했으니 모름지가 바리새인의 풍모는 다 갖춘 '나' 였다. 다행히 엄청난 상실의 고통과 그 끝에서 만난 선물같은 만남들로 내가 바리새인이었음을, 지금도 여전히 바리새인임을 깨닫게 되었다. 그런데 새로운 부작용이 따라오는 것이다. '내가 바리새인 해봐서 아는데...'하면서 조금이라도 가식적이거나, 어떤 형식으로 신앙의 본질을 대치하려는 시도들에 대해서 견딜 수 없게 된 것이다. (이것 역시 여전히 바리새인 중 바리새인인 나를 드러내주는 것일테다.ㅠㅠ)

그런 이유로 한 동안 내게 그렇게도 소중한 주일예배가 엉망이 되어가고 있었다. 설레는 맘으로 예배에 가 앉았는데 '하나님이 좋아하실 태도와 표정을 지어라. 앤드 이제부터 예배시작 이다.' 이런 논조의 예배로의 초대에 바로 뒤집어져서 예배 시간 내내 씩씩거리며 죄만 짓고 앉아 있어야 했다. 자신의 두려움을 완화시킬 방법으로 설교를 통해 성도들을 통제하고 은근히 하나님의 상과 벌을 강조하면서 죄책감을 유도하는 행태들이 그냥 넘어가지질 않았다. 그렇다고 교회를 안 갈 처지는 아니었기에 몸은 가야했고 내 안에서 일어나는 전쟁은 갈수록 치열해질 뿐이었다. 급기야 주일 아침이면 갑작스런 복통일 일어나 데굴데굴 구르기도 하고, 식은 땀을 흘리며 침대에 누워야 하는 상황이 되기도 하면서 몸이 마음을 끌어당기며 나 좀 살리라 아우성 치기도 하였다. 답도 없는 소리없는 전쟁을 치뤘다.

(조명 밝아지고...^^)

좌충우돌 방황하던 모태 바리새인이 요즘은 어릴 적 그랬던 것처럼 설레임 속에 주일을 기다린다. 어릴 적에 그랬던 것처럼 예배하러 가는 길 아침의 햇살이 그리도 따스할 수가 없다. 주일 날 들은 설교로 일주일간 넉넉히 먹고 남는 영의 양식이 되니 내가 다시 이렇게 될 수 있으리라 꿈이라도 꾸었던가? 신앙의 삶 조차도 직선 위에 줄을 세우고 나 몇등, 너 몇등 하면서 우월감 속에 빠지고 그 보다 더 깊은 열등감과 죄책감을 오락가락 하던 날들을 살며 고통스러웠는데.... 일상에서 그리도 또렷했던 사랑의 하나님이 예배의 자라만 가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곤 했었는데... 이런 예배를 드리게 되다니.

좋은 지도자 만난 걸 자랑하고 싶으나 조심스럽다. 아직 허니문 효과 충만한 기간이기도 하거니와, 이 땅 그리스도인들 중 최소 몇 % 만이 누리는 특권을 누리고 있는 건 아닌가 싶어서이다. 무엇보다 오늘도 예배의 자리에 나갔다가 수고와 무거운 짐을 두 배로 얹어서 다시 짊어지고 일상으로 돌아갔을 지 모를 벗들의 얼굴이 떠올라서이다.
좋아도 좋은 게 아니고 웃어도 웃는 게 아니니 오호라 나는 곤고한 모태 바리새인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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