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여 함께 했던 목장 식구들과 헤어지면서 마음의 선물을 받았답니다.
한 게 없는데 고맙다는 말, 선물 이런 걸 받는 것이 좀 쑥스럽기는 하지만....^^;;
저 고마운 쪽지 한 장으로 뮤지컬 <클레오파트라>를 제일 좋은 자리를 얻어 보았답니다.
뮤지컬 볼 기회가 생기면 우리집에서는 장래 뮤지컬배우가 계셔서 영순위로 정해지시고,
바쁜 아빠 빠지고, 나이가 안 되는 현승이 빠지고나면면 결국 채윤이와 엄마가 당첨입니다.
엄마도 엄마지만 채윤이는 보는 내내 공연에 폭 빠져있다가 하루가 지난 오늘까지도 프로그램을 들춰보고
배우 이름을 검색하면서 그 감흥에서 빠져나오질 못하고 있답니다.


클레오파트라 역에 가수 박지윤과 배우 김선경이 더블 캐스팅 되었다는데
채윤이가 본 공연은 김선경의 공연이었고,
한 15년 후에 저 아줌마의 역을 자신이 해보겠다는 다짐을 담아 사진 한 장 콱 박았습니다.
집에 와서 검색해보니, 오마다 저 아줌마 엄마보다 나이가 한 개 더 많으시답니다.
어찌 세상에나.... 저렇게 이쁘고, 몸매도 되고, 노래도 잘하고...


채윤이는 굵은 베이스 목소리의 시저에게 꽂히고,
엄마는 바리톤의 안토니우스에게 꽂히고.
아~ 엄마도 나이가 20년만 젊었어도 뮤지컬 배우 한 번 도전해보고 싶다.
집에 와서 남편한테
'내가 어렸을 때 뮤지컬을 경험해 보고, 또 나 자신에 대해서도 더 잘 알았더라면...
나도 뮤지컬 배우를 꿈꿨을 것 같애. 정말 부럽고 한 번 해보고 싶더라'
라고 말했더니...
'그래도 당신은 키가 작아서 주연은 안 돼. 키가 안되면 조연 밖에 못하고,
것두 웃기는 조연 정도나 할 수 있을껄...'
우쒸!


저기 저렇게 약간은 소심하고 긴장된 표정으로 서 있는 아홉 살 소녀의 꿈을 그려봅니다.
어떨 땐 재즈 피아니스트, 어떨 땐 뮤지컬 배우를 왔다갔다 하지만...
그 무엇이 됐든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고, 좋아하고, 이웃에게 유익이 되는
자신만의 소명을 꼭 찾아 살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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