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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난 날은 2001년 1월2일.
지금 다니고 있는 직장에 첫출근 한 날이다.
아직 사무실도 책상도 정해지지 않아 선임자 책상에서 멍청한 표정으로 보내야 했던 하루.
그 사무실에 약간 깍쟁이 같은 아가씨가 하나 앉아 있었다. 깔끔하고 세련되게 생겼는데 그리 따뜻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전화 통화를 간간이 들어보니 '전도사님...어쩌구 저쩌구' 하는 것이 아마도 교회는 다니나보다. 에? 책상에 시심(시냇가에 심은 나무 -큐티교재)이 있네. 나두 가방에 시심있는데...

조금씩 알게 되면서 인기가 좋다는 걸 알았다. 관계들 간에 갈등의 골이 깊은 직장이었는데 이 사람을 좋아라 하지 않는 사람 찾기가 어려웠다. 상담을 전공했다고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사람들 말에 잘 귀를 기울이기도 하고 공감을 잘해주기도 하였다. 단지 그것만이 아니라.....그 이상의 매력이 있는데 뭘까?

성격유형은 ISTP. 에너지 절약가다. 웬만한 일에는 필요 이상으로 에너지를 쓰지 않는다. 관계에도 마찬가지다. 그 점이 나로서는 부럽기도 한 면이다. 내가 기미나를 알고 맨 처음 배운 건 적당한 선에서 에너지 조절하기! 이것이다. (물론 기미나로서는 나한테 이걸 가르쳐준 적이 없다. 그냥 지 하고 싶은대로 사는 모습을 보면서 나 혼자 열심히 배웠다.
그리고 SP 기질이 나랑 딱 맞아 떨어진다. 놀면 힘이 난다. 일만 하면 죽는다. 가끔 그것도 갑자기 충동적으로 한 번 놀아줘야 한다. 그러면 또 그 힘으로 얼마간 버틴다. (우리는 피차 애교있는 아내 되기는 어렵다. 엽기적인 아내가 되어 남편을 즐겁게 해 줄 수는 있다^^). 이런 맘을 서로 알아줄 수 있는 게 얼마나 고마운지....

그런 ISTP 기질에 충실하지만 열심히 개발한 F 성향들. F들을 이해할 수 없다고 열 받아서 막말 할 때는 디게 무섭지만 그렇게 하면서 자신이 가지고 있지 못한 것들을 열심히 찾아내 자기 것으로 만든 것이 아마도 그녀의 매력인 것 같다. 사람들이 그걸 좋아라 하는 것 같다.

남편과 전화 통화를 하는 거 보면. '네~ 그러세요. 여보! 강의는 잘 끝났어요? 피곤하지 않아요?...' 어찌나 나긋나긋한지. 그러나 이것 역시 기미나의 본질적인 행동은 아니다. 그걸 원하는 남편에게 맞추다보니 자연스럽게 나오는 행동이다.
영빈이를 대할 때도 차분히 자분자분 설명하는 모습을 자주 발견한다. 영빈이와 함께 하는 시간을 위해서 미래에 대한 염려 떨쳐 버리고 집으로 간 그녀다. 미래에 대해서는 주님께 맡기겠다는 믿음 하나로 사표를 던지고 영빈이 곁으로 갔다. 그리고 에너자이저 백영빈ㅡ이 뒤를 따라 다니면서 1년이 넘는 시간을 행복하게 보내고 있다.

때론, 무슨 IVF출신이 이렇게 뜨거워? 싶게 기도, 말씀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다. 이건 아마도 남편과 함께 주고 받는 영향인 것 같기도 하다. 누구보다 기도의 필요성을 잘 아는 사람. 기도하지 않고 말씀 보지 않으면 살 수 없다고 입버릇 처럼 말하는 사람.

그런데 특이하게 그녀는 애를 어깨로 낳는다. ㅋㅋㅋ 남들은 애를 낳고 나면 배가 나온다는데 그녀는 어깨가 넓어진다. 오늘도 그녀는 둘째 낳은 이후로 '이 어깨가 어찌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으리라.

내게는 그녀를 만난 게 은혜라고 여겨질 뿐이다. 위로부터 온 선물.
무엇보다 나의 wonderful counsell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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