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이 일 년이라서 월화수목금토일 매일 한가한데도,

그래도 주말을 다르고 싶은 모양입니다.

엄마..... 엄마, 글 쓸 거 있어? 나랑 목욕 갈래? 아니면......

됐거든. 엄마 매일 수영하고 늘 사우나 해. 엄마도 모처럼 쉬는 토요일이라 맘 편히 책 읽고 쉬고 싶어. 너대로 놀아.

딱 잘라 버리는데 쉽게 포기하고 방으로 쑥 들어가버리는 게 더 마음이 쓰입니다.




날씨는 디게 좋고.

채윤아, 엄마랑 한강 갈까?

채윤이야 '엄마랑 놀기'는 늘 목마른 건데 뭐든 콜이지요.

보던 책 딱 접고 일어섰습니다.

한강에 나가 걸으며 멀리 바라봅니다.

건너편 선유도 공원의 연하디 연한 분홍빛, 연두빛이 눈길을 확 사로잡습니다.

너 선유도 공원 가봤어? 정말? 여기서 5 년짼데 한 번도 안 봤어? 갈래?

내친 김에 선유도 공원까지 걷습니다.





너무 예쁘다, 너무 좋다,를 남발하는 채윤이에게

"채윤아, 하나님 창의력 쩔지? 어쩌면 저렇게 꽃마다 잎마다 색깔이 달라?"

"엄마, 나는 그런 식으로 생각해본 적이 한 번도 없어"

"그래? 엄마는 자주 하는데. 그나저나 저 색깔 좀 봐. 저  버드나무 말야. 수양버들.

수양버들 꿈꾸는 길에 꽃가마 타고 가네..... 이런 노래도 있는데"

(부르지 말 걸. 너무 올드하다)

"저 나무 이름이 버드나무야? 현승이랑 나는 저걸 열쇠나무라고 부르는데. 덕소 할머니 집 가다보면 저 나무가 있는데 어느 때부턴지 열쇠나무라고 불렀어"

"아무튼 엄마는 바로 저 연두색, 딱 이때만 볼 수 있는 저 색깔을 보면 죽을 것 같애.

좋아서."

(채윤이 쩜쩜쩜)





4월 1일 금요일,

만우절을 기점으로 인근의 꽃들은 동시에 봉우리를 터뜨리기고 약속한 모양.

목련 먼저, 개나리 먼저..... 이런 순서도 없이 동시다발적으로 피기로 한 모양.

그래도 아직은 봉우리가 대세입니다.

그늘이라곤 없는 곳에 서 있는 탓일가? 화알짝 피어서 곧 져버릴 것 같은 목련이 있네요.

"채윤아, 그런데 꽃이 피면 좋은데 왜 활짝 핀 꽃보다 늘 봉우리가 더 예쁜 걸까?"

"아닌데. 나는 어설프게 핀 꽃보다 활짝 핀 꽃이 더 좋은데....."

"아, 그렇구나. 넌 젊어서 그래. 그렇지. 활짝 피어야지....... 으흐흐흐"

"엄마, 나는 자연이 이렇게 좋다는 걸 최근에 알았어.





하긴, 꽃봉우리 같은 채윤이에겐 이제 활짝 피울 일이 남아 있지요.

암요. 그렇고 말고요. 이제야 비로소 생의 봄날을 맞은 건데요.

인생의 정오를 지나고 막 내리막 길을 걷기 시작한 엄마 눈에 예쁜 것과는 다르겠네요.

그리 생각해보면 생의 봄날을 사는 아이에게, 가을 또는 겨울을 사는 이에게는

다른 것이 보이게 마련입니다.

나를 앞서 늦가을과 겨울을 사는 분들이 보는 세상을 쉽게 재단할 일이 아닙니다.

모두들 제 눈에 보기 좋은 것을 충분히 느끼고 살면 족합니다.

생의 봄날을 사는 채윤이가 짧아서 아쉬운 이 볕을 충분히 쪼이고 누렸으면 싶습니다.

그래야 어느 날엔가 활짝, 화~알짝 꽃피우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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