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구 현승

아빠가 스포츠 기사 볼 때마다 옆에 꼽사리 껴서 끝없는 질문을 쏟아내곤 하더니
드디어 야구장에 다녀온 현승이. 고등부에 야구 잘 하는 우석이 형아가 있어서 야구공도 선물받고, 우석이 형아의 경기를 보고 왔습니다. 우석이 형아의 누나인 정현이 누나와 함께 야구장에 다녀온 날 피곤했는지 거실에서 잠이 들었는데 야구공을 갖고 놀다가 살포시 옆에 놓아두곤.... 현승이에게는 그렇게 행복한 일인데 채윤이 누나하고 공감이 잘 안됩니다. 세상에서 재밌는 일이란 모든 걸 다 누나랑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렇지 않은 것들이 발견되어 갑니다. 야구장도 그렇고 야구공도 그렇고.... 엄마도 마찬가지 입니다. 이 부분에 관한한 맘껏 소통할 수 있는 아빠는 들어오질 않으니 혼자 야구공만 만지작거리다 잠이 듭니다.

# 수영 현승

물 공포증이 있다고 추정되던 현승이가 새로 수영을 시작해서 드디어 침례를 받았습니다. 어려서부터 바닷가에 가면 달려드는 파도에 지레 겁 먹고 모래사장만 파다가 오곤 했었습니다. 작년에 수영을 한 번 시작했다가 엄마빠 적잖이 놀라고 실망하였습니다. 점잖은 현승이가 하기 싫다고 바닥에 드러눕는 걸 처음으로 보았답니다. 그렇게 서너 번 다니다 아예 포기하고 현승이 앞에서는 '수영'의 '수'자도 못 꺼내게 되었습니다.ㅜㅜ
남자 아이들 필수코스가 태권돈데 그걸 가르치고 싶은 마음이 정말 없습니다. 운동을 좀 하면 좋을 것 같은데 적당한 것이 없습니다.

뱃 속 친구 서훈이의 수영선생님을 소개받아 새로이 시작한 지 일주일. 정말 좋은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현승이를 안고 깊은 물을 왔다갔다 하시면 '겁내지 마. 물은 아무것도 아니야' 라고 반복해서 말씀하셨는지 집에 와서 계속 그럽니다. '엄마, 물은 아무것도 아니래'

수영 하는 걸 지켜보는데  성실, 범생 현승이 입니다. 선생님께서 '음파'를 가르쳐주시고 계속 하고 있어. 하고 다른 아이들 보러 가셨습니다. 머리를 물에 집어 넣었다 뺐다 하는 건데 그게 보기보다 쉬운 일이 아닙니다. 헌데 선생님이 보든 안 보든 쉬지 않고 우직하게 그걸 연습하고 있습니다. 너무 성실해서 안쓰러울 정도였지요.
엄마랑 같이 그걸 지켜보던 채윤이도 같은 느낌이었나 봅니다. '엄마! 현승이가 정말 착하지 않어? 나같으면 선생님도 안 보는데 그냥 쉬거나 놀꺼 같은데... 대단하다. 저 점은 나를  닮지 않아서 다행인 것 같애....' 그르게. 누나를 닮지 않아 다행이다.ㅋㅋㅋ

수영하는 하는 한 시간 동안 현승일 지켜보면서 가슴으로 얼마나 뜨거운 기도를 했는지 모릅니다. '물'이라는 넘기 어려울 것 같은 공포 수준의 난관을 넘어서는 경험을 하게 해달라고요. 두려움의 표정이 어른거리는 걸 보면서 저 두려움 속에 주저앉지 않고 한 발, 딱 한 발만 내딛을 수 있게 해달라고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현승이가 물에 얼굴을 집어 넣고 발을 떼는 것을 지켜보는 일이 얼마나 감동적인 일인지..... 이것이 아이가 부모에게 안기는 선물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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