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결이네 가족이 과테말라에서 날아와 분당까지 와주었다. 남미에서 남서울까지다! 얼굴을 마주하니 상상했던 것보다 더 반갑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잘 지내고, 행복하여 넉넉해진 세 식구의 마음을 듣는다.  평양면옥을 찍고 바로 옆 카페로 갔는데. 몇 번 찾았던 카페, 그저 커피 참 잘 볶는 집일 뿐이었는데 새로운 장소가 되었다. 카페 벽에 걸린 그림들이 과테말라 식구들 눈엔 익숙한 것들. 과테말라 이야기에 푹 빠지기도록 무엇이 이끌고 등떠밀어 들어간 공간 같았다. 2차도 아쉬워 북카페 같은 우리집 거실로 자리를 옮겨 어른들끼리, 아들들끼리 긴긴 수다가 끊이지 않는다.


사는 게 원래 그런 것인지. 사람들 만나 나누는 얘기는 힘들고 어려운 얘기가 대부분인데 오랜만에 다른 대화의 즐거움이다. 헤어져 남편과 이구동성으로 같은 말을 했다. '부럽다. 부러운데 정말 좋다. 잘 지내시는 얘기 듣기만 해도 내 마음이 좋다.' 누군가 잘 되는 것이 부럽고 그 부러움은 곧장 나의 불행이 되는 것이 흔한 감정의 흐름이다. 그러니 부러우면 지는 것이고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것이다. 뻔한 이 감정 라인을 심리학의 실험 연구가 하릴 없이 증명을 한다. 나와 겹치는 특성이 적은 사람이 잘 되는 일에는 별로 영향받지 않는데, 특성이 겹칠수록 질투로 인한 고통이 크다는 것이다. A그룹, B그룹, 실험군, 대조군... 실험 내용을 늘어놓을 성의는 없다. 


실험 결과도, 보편 진리를 담지한 속담도 설명해내지 못하는 경우는 있는 것이다. 특성과 처지가 우리와 많이 비슷한데, 내 처지와 영 다른 좋은 것을 가진 이 가족이 뼈저리게 부럽지만 그게 그리 고통스럽지 않다. 늘, 누구에게나 그렇다는 뜻은 아니다. 질투와 시기심으로 치자면 금메달까진 아니어도 눈감고 동메달 정도는 딸 수 있는 실력이다. 헌데 한결이네 소식은 어쩐지 부럽고도 좋다. 좋고 좋다 슬퍼지기도 하니 그리 깔끔한 감정은 아니지만 참 좋다. 며칠의 시름을 잊을 만큼 과테말라 이야기가 긍정 에너지를 주니 모처럼 '감사하네요!' 내지는 '하나님 은혜'라는 말이 목에 걸리지 않고 나왔다. 카페의 다른 자리에 앉아서, 집에 와서는 방에 박혀서 소리 안나는 얘길 나누는 아들들도 보기 좋고. (아들들 카페 씬은 도촬)


부럽다고 꼭 지는 건 아니다. 부러워서 함께 이기는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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