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6/01

어제 저녁 할아버지께서 친목계 가셔서 한 잔 하시고는,
식구들을 죄다 버스정류장으로 호출하셔서 횟집으로 끌고 가셨다.
이미 약주를 상당히 하신 상태였는데 거기다 또 하셨으니 말씀이 많아지시는 것은 당연.
말씀이 많아지시면 실수가 생기시는 것이 당연.

주로 하시는 실수는 그것이다.
대놓고 현승이 이뻐하시기. 거기까지만 하셔도 좋은데 꼭 채윤이가 이제는 안 이쁘다는 말씀을 잊지 않으신다. 그저 채윤이 귀, 현승이 귀를 막고 싶지만....
그래도 우리 채윤이 삐지지 않고 열심히 간장 찍어서 회를 먹어댈 뿐이다.

아침에 유치원 데려다 주면서 물었다.
'채윤아! 할아버지가 현승이 많이 이뻐하시는 것 같지?'
'응'
'채윤이는?'
'나도 이뻐하시지~'
'누굴 더 이뻐하시는 것 같애?'
'현승이'
'그래서 채윤이 마음이 어때?'
'속상해'
'속상해? 많이 속상해?'
'아니~ 조금 속상해'

못 알아듣는 아이도 아니고 직면하고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의도적으로 물어본 것이다. 그래도 채윤이가 솔직하게 말하고, 엄마가 걱정하는 것 만큼 상처 받는 것 같지는 않아서 다행이었다.

채윤이에게 말했다.
'채윤아! 사람들은 누구든지 다 그래. 어떤 사람들은 채윤이를 많이 좋아하고 더 사랑할수도 있지만 어떤 사람들은 채윤이를 많이 안 사랑할 수도 있어. 그렇지만 괜찮은거야. 알지? 모든 사람이 다 채윤이를 좋아하고 사랑할 수는 없어. 그래도 괜찮은 거야. 채윤이가 좋아하는 친구가 다른 친구를 더 좋아할 수도 있어. 그래도 괜찮은거야. 엄마는 채윤이 정말 많이 사랑해.'
'엄마는 채윤이가 잘못하고 말 안 들을 때도 사랑하지?'
'그럼, 언제든지 사랑해'

하고는 하나님 사랑에 대해서 말하고 싶었다. 사람들이 주는 인정과 사랑은 기대할수록 목마른 것이라고...하나님만이 목마르지 않은, 풍성한 사랑을 주실 수 있다고..이 말은 아꼈다. 나중에 더 절실할 때 해주려고.

진심으로 채윤이가 사람들의 인정과 사랑이 없으면 흔들리고 외로워하는 연약한 사람이 되지 않았음 좋겠다. 하나님의 사랑의 깊음과 넓음을 조금씩 조금씩 깨달아가고 확신해 가고, 그 안에서 흔들리지 않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었음 좋겠다.

할아버지가 편애를 하셔도 이젠 많이 속상하지 않다. 어차피 언제든, 어디서든 겪을 수 있는 상황이니까..채윤이가 잘 받아들이고 그것에 연연하지 않는 훈련의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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