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 사표를 냈습니다.

이 직장에 처음 들어왔을 때, 채윤이 낳고 산후조리 중이었습니다. 출산하고 삼칠일에 면접 보고 5주 만에 입사해서 출근을 하게 되었죠. 제가 음악치료 대학원 2기 이기는 하지만 당시(지금도 마찬가지고) 풀타임 음악치료사 뽑는 곳이 드물어서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저는 출근을 했습니다.

입사 후 한동안은 (요즘도 가끔은) 점심시간 식당에서 식사기도를 할 때 저는 '하나님! 너무 너무 감사합니다. 이렇게 일할 곳을 주시다니요....'하고 기도 합니다. 인생의 모든 것들이 그렇지만 이 직장에서 일하게 하신 분이 하나님이심을 알기 때문입니다. 유난스레 하나님께서는 내게 특혜를 많이 주신다는 생각을 가끔합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그만 다녀야 할 때가 되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내 자신의 마음의 소리도 그렇고, 복지관의 정황도 그렇고, 몇몇 관계들이 그렇고.....

지지난 주일 예배 설교가 다니엘서 1장 8절이었는데 하나님을 체험하려면 '거룩해야 한다' '믿음으로 모험을 해야한다'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믿음으로 모험이라? 나한테 하시는 말씀인가?'하는 생각을 했죠. 그래도 서두르지는 말자. 확신 주실 때까지 기다리자. 이런 생각이었습니다.
지난 주 남편과 둘이 여행 갔을 때 이런 저런 얘기 끝에 8월 정도까지만 다니기로 허락을(?) 받았습니다.그러고 나서도 마음이 왔다갔다 하고 있는데....

아, 글쎄! 지난 주일 목자모임 시간에 남편과 간증을 했는데 담임목사님이 '정신실 목녀는 지금 직장을 8월 정도까지만 다닌다고 합니다. 기도해 주십시오'하고 광고를 하시는 겁니다. '어라? 목사님 요즘 기도 많이 하신다더니 영빨 디게 세지셨네. 아무한테도 얘기를 '하고 놀랐는데 알고 보니 바로 전 점심시간에 남편이 얘길 했더구만요.ㅜㅜ
이제 갈등은 끝이 난 거죠. 광고를 해버렸으니....사표를 내야지.

그런데 이상하게 우리 교회 김낙춘 목사님이 나의 굵직한 인생의 전환기 때마다 슬쩍 개입을 하시게 되는 것 같네요. 그러고 보니....늘 만날 때마다 근황을 물으시고 귀기울여 들으시는 분이기는 하지만 자쥐 뵙는 것도 아닌데두요. 한참 여성학과로 대학원 준비하고 있을 적. 음악치료 대학원이 생겼다는 얘길 듣고 평소 관심 있어하던 교회 후배한테 소식을 전해주고 있었는데요. 친구 명선이가 '니가 하면 좋겠다'하더니 함께 계셨던 목사님께서 적극적으로 동의해 주시면서 해보라 하시는 것입니다. 그래서 결국 음악치료 대학원에 가게 됐었죠.

암튼, 이렇게 또 다시 전환점에 서 있습니다. 아무것도 정해져 있지 않은 사직 이후. 그러나 마음은 평안 합니다. 아무것도 그려져 있지 않아야 하나님의 일하심을 명명백백하게 볼 수 있을테니까요.

기도해 주세요~ 여러분!

2004/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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