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 관심이 많은 현승,
무심한 듯 세심하게 새로운 선생님을 스캐닝하다. 


D-3

엄마, 수영장 버스 탈 때~애. 맨날 따라가는 엄마가 있어.
그래서 버스 기다릴 때도 같이 서 있어.
그 아줌마가 어떤 스타일이냐면, 디게 적극적인 엄마 있지.
학교에도 많이 오고, 뭔가 막 애들한테 열심인 엄마 있잖아.
무슨 뜻인지 알겠지?
그래서 그 엄마가 학교에 대해서도 잘 아나 봐.
오늘 버스 기다리는데 그 아줌마가 나 5학년 몇 반 됐냐고 해서 3반이라고 했더니,
좋겠대. 3반 선생님이 *** 선생님인데 그 선생님 디게 좋은 선생님이래.
(옆에 있던 누나) 맞어, 나 5학년 때 그 선생님 5학년 어떤 반 선생님이었는데 인기 좋았어.
새로운 환경에 대해 보통보다 조금 더 민감한 현승이가 일단 조금 안심입니다.


D-0

다녀왔습니다.
엄마, 안 좋은 소식이야.
그 아줌마가 잘못 알았어.
*** 선생님이 아니야.
### 선생님이 담임 선생님이야.
글쎄.
아직 잘은 모르겠지만 첫날이라 조금 참으시는 것 같은데 며칠 지나면 화를 잘 내실 것 같애.
그리고 규칙이 굉장히 많으셔. 그걸 다 얘기하느라고 설교하는 것 같이 길게 얘기해.
일단, 농담을 하나도 안 하셔.


D+1

다녀왔습니다.
엄마, 우리 선생님이 그러시는데, 선생님을 공부를 중요하게 생각하진 않는대.
행복하게 사는 게 더 중요하대.
엄마는 어떻게 생각해? 선생님 생각이 좋은 생각이야?
그런데, 그렇다고 공부를 안 하면 안 된대. 열심히 해야 된대.


D+2


엄마, 우리 선생님은 비유를 참 잘 하시는 것 같애.
어떤 애가 뭐든지 디게 디게 늦게 하는 애가 있어.
내가 걔랑 2학년 때도 같은 반이어서 알거든. 뭐든지 정말 정말 늦게 해.
오늘도 2교시에 시작한 미술을 끝날 때까지 했어.
그래서 애들이 자꾸 놀렸거든.
그랬더니 선생님이 딱 그 말투가 있어. 선생님 말투가. 딱 어떻게 정해진 말투거든.
그 말투로 이렇게 말했어.
"여러분, 거북이가 나빠요?"
비유를 진짜 잘 하시지?


D+3

엄마, 오늘 드디어 선생님이 어떤 애를 울리셨어.
그 애가  자존심이 엄청 강한 애기는 해.
선생님이 애들 다 보는 데서 걔가 학습장 제대로 안 쓴 것에 대해서 막 뭐라고 뭐라고 하셨거든.
좀 잘못 하기는 하셨지.
그런데 걔가 자존심이 강한 애라서 빨리 울었어.
(엄마 : 우리 현승이도 한 자존심 하는데..... 니가 그 애였으면 어땠을 것 같애?)
나는? 나는 친구들 웃길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
혼나고 들어올 때 고개를 이렇게 하고 내가 쫌 웃으면 애들이 따라 웃어.
그리고 그때 까부는 남자애들하고 눈 마주치고 웃으면 다 웃어.


D+4

엄마, 임00 선생님(작년 담임 선생님)이 드디어 애들한테 오늘 이렇게 말씀하셨어.
4학년 때 애들이 매일 같이 선생님을 찾아가.
그래서 이제부터는 이틀에 한 번씩만 오라고 하셨어.
엄마, 내가 3학년 4학년 때 다 좋은 선생님을 만났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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