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배한 지 얼마 안 되는 깨끗한 흰 벽을 본 아이는 신이 납니다. 마침 손에 크레파스가 있었거든요. 엄마가 스케치북에 그림놀이 하라고 주셨어요. 뭔가 자꾸 삐져 나가는 느낌. 선 하나도 긋다 마는 느낌. 너무 좁은 건가? 그때 하얀 ‘벽’을 본 겁니다. 여기야! 속이 시원하게 그어보고 그려 봅니다. 이거지! 여기였구나. 엄마가 이걸 하라고 크레파스를 준 거야! 으아, 짜릿짜릿!

잠시 후 돌아온 엄마의 표정은...... 네, 여기까지요.

미사 나음터는 정말 좁아터져서 아름답습니다. 이렇게 좁은 곳에 이렇듯 빼곡히 들어앉을 수 있다는 것이 놀랍고, 그렇게 들어앉은 사람들 사이가 적당히 가깝고 적당히 먼 느낌으로 불편하지 않아 감사합니다. 암튼 뭐 하나 들여놓을 수 없는 공간. 지도자 과정 시작하니 화이트 보드가 필요하지 뭡니까. 필요하지만 공간이 안 되는데 어쩌겠나 싶었는데. 연구원 샘 한 분이 아무도 몰래 혼자 머리를 쓰신 겁니다.

모니터 위에 마카펜으로 막막 쓰게 만들어 놓으신 거죠. 처음 쓸 때는 살짝 후덜덜 했지요. 두 번째 되니 아주 짜릿합니다. 새로 도배한 벽지에 그림 그리는 느낌이랄까. 블랙 보드로 변신한 모니터. 지도자 과정 1기가 연구소 식구 다섯, 과정에 참여하신 분 여섯 도합 열한 개의 우주가 만나 한 주 한 주 진행되고 있습니다. 매시간 함께 새로운 질문 앞에 서며, 우리만의 돌파구, 나만의 여정을 더듬어 가고 있습니다. 함께 더듬어 가는 영적 여정이 뭔가 짜릿합니다. 으아, 짜릿짜릿!

강의로 책으로 배우고 내 몸으로 살아내서 빚어진 에니어그램, 기도, 치유 글쓰기를 모두 갈아 넣어 지도자 과정을 일궈가고 있습니다. 커리큘럼에 계획된 것 이상의 통찰에 내게서 나오고, 흘러가고, 다시 내게 흘러오는 것에 한 주 한 주 놀랍기만 합니다. 지식 전달에 멈추지 않고, 함께 경험하고 자라는 시간이 되자 마음 먹으니 연구원 다섯 분도 같은 마음이 되어 그 무엇 아끼지 않고 자신을 내어 놓으니 이런 공동체 어디 또 있겠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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