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와 공동체 세우기> QTzine 3월호

주일학교 교사를 하면서 만난 두 사람 이야기. 레크레이션이면 레크레이션, 천로역정이면 천로역정 도대체 P선생이 맡는 프로그램은 대박이 나지 않는 것이 없었다. 은근히 P선생에게 라이벌 의식을 갖고 있는 H선생. 슬쩍 P선생의 교사수첩을 들여다보았다. 프로그램 준비를 어떻게 했길래 애들이 그렇게 재밌어서 난리를 친단 말인가?
'에게게!' 프로그램 진행하면서 P선생이 들고 있던 다이어리에는
고작 게임 제목 몇 개만 달랑 적혀있다. 그렇다고 따로 자료가 있는 것 같지도 않다. 레크레이션을 맡을 때마다 온갖 책이란 책은 다 뒤지고 인터넷을 구석구석 뒤져서 깨알 같이 적는 준비를 하고도 별로 성공해
본 적이 없는 H선생은 은근히 부아가 치민다. 자신보다 늘 불성실해 보이는 저 P선생의 성공을 곱게 바라볼 수가 없는 H선생…

연습 없이 실전에 강한 사람들, 영화 <아마데우스>의 모차르트처럼 연습 없이 순간의 작곡으로 완벽한 작품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SP이다. 이들에게는 순간의 행동 그 자체가 목적이다. NT들이 '능력'에 목숨을 거는 사람들이었다면 SP들은 '행동' 즉, '순간의 행동'에 모든 걸 거는 사람들이다. 행동은 어떤 목적을 위한 것이거나 목표를 달성하는 도구가 될 수 없다. 때문에 SP들은 본질적으로 충동적이다. 한 번씩 놀아줘야 삶의 에너지가 나온다는 이들은 휴가를 미리 내서 계획을 세우고 노는 것은 그리 신나는 일이 아닐 것이다. 여느 때와 같이 출근한 어느 날 갑자기 오후 휴가를 내고는 마음에 떠오르는 일을 하는 것, 이런 류의 놀기가 최고의 휴식이 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공동체의 양념이다. 모임이 지루해질 즈음에 재치 있는 농담으로 분위기를 띄워주는 사람들이다. 소그룹 공동체에 SP, 특히 외향형의 SP가 한두 명 있다면 모임이 진행되는 내내 간간이 폭소가 터지고 분위기는 시종일관 화기애애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소그룹의 리더들이 욕심을 부리다 보면 곤란한 일이 생길지 모르겠다. 소그룹의 다수를 SP로 구성한다면 매주 성경공부가 제대로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재미없는 지루한 시간을 오래 버티기'에 약한 SP들이 무슨 이유를 끌어다 붙이든 결국 성경공부를 대충하고 놀러가는 분위기로 만들어 버릴지 모르기 때문이다.∧∧ SP 초신자를 수련회에 데려갔다면 너무 빡세게 굴리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할 것이다. 이들에게는 자유롭게 두는 것, 지나친 통제를 삼가는 것이 마음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혹 당신이 SP 리더라면 '내 성경공부 인도가 재미없으면 어떡하지? 조원들이 지루해하면 어떡하지?'에 대해서 너무 고민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당신의 조원들 중에 당신만큼 '재미'를 추구하는 사람은 없을 테니 말이다. NT들에게 그들의 '능력'에 대해 인정해주는 것이 가장 좋은 격려가 된다면, SP들에게는 이들이 가진 '천부적인 재능', 그것을 인정해주는 것이 좋은 격려가 될 수 있다.

어느 유형이든 기질이든 장점이 있는 곳에 약점이 있듯이 '기쁨과 재미'를 추구하는 SP들 역시 스스로 돌아보아야 할 것들이 있을 것이다. 공동체의 양념으로서의 역할은 참으로 귀한 것이지만 양념이 지나치면 음식 맛의 본질을 흐릴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행동, 일상, 재미, 충동'에 매료되어 영성의 길에 균형을 잃지는 않는지 돌아보는 것도 중요한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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