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식구가 한 식탁에 마주앉는 기회가 점점 준다.

주일 저녁이나 월요일 저녁, 일주일에 두 번 정도의 기회가 있다.

이번 주에는 주일도 월요일도 넷이 함께 하지 못했다.

네 식구 먹으려고 사 둔 두 마리 같은 한 마리의 닭이 냉장고 있었다.

 

월요일 저녁, 아빠는 없지만 '닭 한 마리'를 했다.

'닭 한 마리'는 갖은 양념 넣은 국물에 닭을 끓여서 소스와 부추를 곁들여 먹는,

흔한 우리집표 요리이다.

두 아이가 맛있다며 미친듯이 먹어댔다.

 

다음 날 아침. 어제의  그 국물에 밥을 말고 뼈를 발라낸 고기를 얹어 주었다.

엄마, 이건 뭐야?  어, 닭곰탕.

히야, 이걸 언제 했어? 정말 맛있다.

 

그날 저녁. 어제의 그 국물에 소면과 호박을 채썰어 넣어서 국수로 끓였다.

이건 또 뭐야? 음.... 닭국수.

엄마, 정말 맛있어. 와.....

 

오늘 아침. 어제의 국수 국물이 한 주걱 정도 남았었는데.

거기에 밥을 넣고 계란을 넣고 부추 다진 걸 섞어서 죽으로 만들었다.

어! 내가 좋아하는 거다. 하면서 또 맛있게 먹었다.

 

살림의 경제학이란 이런 것.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는데 맛있게 먹던 현승이가 그런다

야, 닭 한 마리, 닭 곰탕, 닭 국수, 닭죽.

며칠 동안 이걸로 버틴다. 엄마. 아빠 수련회 가고 계속 이렇게 먹었어.

(뜨금,  너 알고 있었냐? 그러나 당황하지 않고)

그래서 싫었어?

아니~이, 맛있었단 얘기야. 맛있었어. 엄마.

우힛!

 

 

* 사진은 닭 요리와는 상관없는 오니기리(주먹밥) 먹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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