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아침 교회로 향하는 길가에 양화대교 북단
거기 나직이 돋아선 옛 이야기 같은 언덕
오래 전 벽안의 사람들 가슴에 가득한 뜨거운 사랑 있는 곳
그 곁을 무심히 지나치는 나는
 
강변북로 위를 오가는 수 많은 사람들의 물결
거리 거리마다 흐르는 그 모든 이들의 가슴
언덕 위에 선 그 사랑
그 앞을 지나는 오늘의 우릴 본다면
그 곁을 지나는 내 가슴 속을 본다면
 
긴 겨울 같은 바람 흔들거리는 마음
아직 버리지 못하는 내 그림자와 같은 두려움
 
문득 그 언덕 위에서 십자가 하나 본 것 같아
이미 합정동 네거리 지나쳐 신촌 길로
다시 오던 길 돌이켜 그 밑에 달려
크게 한번 울어 버리고
모든 것 내려 놓고 잠시 쉬다 올 것을
 
주일 아침 교회로 향하는 길가에
양화대교 북단
 

                                                                                (한웅재, 시)

 

시인이 이곳을 지나치고 난 뒤 아쉬움으로 노래했다. 
'다시 오던 길 돌이켜 그 밑에 달려 크게 한번 울어 버리고
모든 것 내려놓고 잠시 쉬다 올 것을'

시인이 주일 아침 교회 가는 길에 스쳐 지나는 그곳에서 나는 주일 아침 예배를 드렸다.

누군가에게 '시'가 된 아쉬움의 자리를 무덤덤으로 오가는 것은 슬픈 일이다.
이곳에서 마지막 예배를 드리는 그날까지 놓쳐버릴 수 없는 아쉬움을 순간마다 일깨우며 이 자리를 향해야지. 생각한다.

100년 전부터 날 위해 준비된 것처럼 서 있는, 나직이 돋아선 옛 이야기 같은 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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