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


어린이날은 대부분의 아이들에게 '무조건 선물 받는 날'이다.

어린이들을 가르치고 치료하면서 밥 벌어 먹고 사는 나는 아주 가까이서 어린이 날을 본다.

해서, 산타에 유감이 많은 것처럼 어린이날에도 유감이 많다.


다행이 우리 아이들은 아직 어려서 '어린이 날' 선물을 꼭 받아야 한다는 걸 모른다.

안 줘도 그리 섭섭해하지 않았을테지만 곁에 있는 아빠가 섭섭해해서 채윤이는 머리띠를 현승이는 모자를 사줬다.


어린이날 어디를가든 사람이 터져날텐데 일단 내가 갈 자신이 없었다.

고속도로가 밀릴 것이 예상은 됐지만 천안에 있는 아빠를 픽업하러 가기로 했다.

채윤, 현승에게는 이것보다 더 좋은 선물이 없을 것이다. 엄마랑 긴 시간 차 안에서 시간을 보내고,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간간이 군것질을 하고, 일주일 동안 그리던 아빠를 만나고...

차가 막혀서 긴 시간이긴 했지만 나 역시 즐거운 시간이었다.


아빠를 만나서 식사를 하고, 학교 캠퍼스에서 좀 노는데 잔디밭에서 풀인지 곤충인지를 들여다보고 뛰어노는 두 녀석이 너무 예뻤다. 애들이 있어야 할 곳은 놀이공원이 아니라 '자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길이 막히기 전에 서둘러 서울로 올라와서 올림픽공원에나 가볼까 했더니 채윤이가 엄청 좋아했는데...채윤이는 올림픽공원을 올림픽상가에 있는 광장으로 알고 있었나보다. 거기서 한 번 트럭에서 태워주는 쬐만한 바이킹을 탄 적이 있었다. 두 녀석 모두 바이킹 타는 거, 동전 넣고 움직이는 자전거 타는 것에 정신이 홀딱 빠져있었는데...바로 몇 시간 전 천안의 잔디밭에서 보던 여유있고 행복해 보이던 모습과는 정.말. 대조적이었다.


남편도 같은 생각이어서 서둘러 애들 데리고 성내천으로 내려가 물에 발을 담그고, 애기똥풀을 찾아보고했다. 그리고는 고덕에 있는 동네 놀이터에 갔더니.....애들은 다~들 놀이공원 가고 텅텅 비어 있었다. 그 한가로운 놀이터에서 두 녀석 맨발 벗고 신나게 놀아재꼈다.


채윤이가 더 커서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기 시작하면 어쩔 수 없이 붐비는 놀이공원으로 가고, 비싼 장난감을 사주고 해야할 날이 올 지 모르겠다. 할 수 있다면 '어린이 날'을 가족이 함께 있는 그것으로 행복한 날로 쭈~욱 보낼 수 있었음 좋겠다. 이번 어린이날 처럼 엄마빠가 사주는 선물때문에 행복한 날이 아니라 엄마빠랑 함께 있는 그것으로 행복한 날이었음 좋겠다.



 2006/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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