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추도식이다.

가족 모임도 삼가야 하는 코로나 19 엄혹한 시절, 그냥 넘어가는 것은 어떤가 생각했다. 39년이나 지난 일 아닌가. 한 번쯤 각자 집에서 예배드리면 어떤가 하는 얘기도 오갔다. 결국 모인 이유는 아이들 때문이다. 얼굴도 보지 못한 손주들에게 아버지는 기가 막힌 선물을 안기신다. 아이들에 할아버지(외할아버지) 추도식이 송년 축제와 같다. 기말고사 마치고 겨울방학과 성탄절을 앞둔 어느 날, 맛있는 것 먹고 노는 날인 것이다.

 

“아버지 추도식인데 엄마 생각하고 울기 없기!”

 

고민 끝에 모이기로 결정하고 동생이 한 농담이다. 이걸 들은 우리 애들은 “삼촌 자신에게 하는 말 아니야?” 했다. 농담이 예언이 되었다. 예견되는 일이었으니 예언도 아니다. 이번에 모이지 말지, 모이지 말까, 나도 자꾸 이랬던 이유는 아버지 추도식이 엄마 추도식 될 것 같아서였다. 무의식적으로 밀어내고 있었다. 엄마 집 가는 길을 다시 달리는 것, 현관문 열고 엄마 방 앞을 지나는 것은 상상하기도 싫은 일이었다. 결국 아버지 추도식에 엄마 그리워 울고 와서는 다시 3월로 돌아간 듯, 생기가 빠져나간 몸이 되었다.


 

 

 

해마다 추도식 마치고 찍은 사진 속에 엄마가 있다. 셀카로 가족사진을 찍기도 하고 성경 암송하는 엄마가 담기 영상도 있다. 이미 늙은 엄마가 한 해 한 해 조금씩 더 늙어가는 모습이 그대로 담긴 사진들이 있다. 아기들이 자라서 청소년이 되는 활기찬 변화보다 가운데 앉은 엄마나 더 부각되어 보인다. 엄마는 씬스틸러다. 이번에도 습관처럼 예배 후 가족사진을 찍었다. 이렇게 봐도 저렇게 봐도 뭔가 부족하고 어색하다. 해마다 우리와 아버지 추도예배를 드리던 엄마. 이번에 이쪽이 아니라 그쪽 편이 되었다. 엄마 꽃을 뺏겼다. 혼자 외롭게 있던 아버지 편이 늘었다. 꽃 찾으러 왔단다 왔단다 왔단다, 무슨 꽃을 찾으러 왔느냐 왔느냐, 이옥금 꽃을 찾으러 왔단다 왔단다 왔단다...

 

엄마는 아버지를 만났을까? 엄마랑 아버지랑 행복할까? 아버지 추도식을 지내는 우릴 지켜보고 있을까? 둘이 손 꼭 잡고 우리가 부른 찬송 소리에 귀 기울일까? 농담하고 깔깔거리는 걸 보며 아버지는 “간나 새끼!” 하며 따라 웃을까? 엄마는 바로 작년까지 함께 앉았던 이 자리가 그립진 않을까? 엄마는 내가 보고 싶지 않을까?

 

2년 전 아버지 추도식이었다. 아이폰이 만들어준 영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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