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항상 행복해보여. 그런 너가 참 부러

이 말이 어쩐지 잊히질 않습니다. 중학교 2학년 때 친구에게 받은 쪽지에 적혀 있었지요. 당시 저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아버지를 잃은 지 채 1년이 되지 않은 사춘기 여자아이였거든요. 친구들 앞에서 찧고 까불며 지었던 웃음은 슬프고 누추한 나를 감추는 위장술이었을 텐데. 친구는 제대로 속아 넘어간 것입니다. 실은 밤마다 아버지가 그리워 울었습니다. 아버지라는 비빌 언덕이 없어지자 하루아침에 돌변한 세상은 낮도 밤처럼 어두웠고요. 친구가 본 제 모습이 진실이었으면 싶었습니다. 여전히 아버지가 계시고, 가난하지도 않고, 슬프지도 않고 항상 행복한나였다면요.

 

항상 행복해 보이는 나와 이른 나이에 생의 무게를 알아버린 실제의 나사이 불화를 중재한 것은 밤마다 쓰는 일기였습니다. 삶의 짐을 글로 옮기고 나면 묘하게도 무게감이 달라집니다. 이 희한한 경험은 저로 하여금 일상쓰기를 멈추지 못하게 하였습니다. 경험에 세월이 더해지니 순환 고리 하나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하루의 번뇌는 글이 되고, 써놓은 글은 하루를 새롭게 바라보는 관점이 되는 것입니다. 나선형 선순환의 고리는 어느 한 지점을 향하는 것 같더군요. 어머나, 그 지점은 영원에 잇댄 일상의 반짝이는 순간이었습니다. 빽빽하게 들어선 나무로 빛이 들어올 틈 없는 일상의 숲에서 만나는 빈터였습니다. 거기로 갑자기 들이치는 천상의 빛이었습니다. 내 일상보다 더 큰 실재를 향해 눈이 열리고 사유의 지평이 열리는 공간이었습니다. 설거지감이 쌓인 싱크대 앞에서도 순간이동으로 다다를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직업을 가지고 아내이며 엄마로 사는 것, 딸이며 며느리이며 동시에 이 시대 부끄러운 이름 목회자의 아내로, 그리스도인으로 사는 나날은 수고하고 무거운 짐입니다. 그 짐 모두 사라지고 항상 행복한날이 있으려나요. 다행히도 저의 선생님, 상담자, 구세주 그분이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저를 부르셨어요. 쉬운 멍에, 가벼운 짐을 함께 메고 같이 지고 가자고요. 수고하고 무거운 제 일상의 짐들, 그분께 나아갈 필요충분조건이 된다니 당장 눈앞에서 사라지길 바랄 게 아니더군요. , 이제 저의 수고하고 무거운 짐보따리 일상으로 여러분을 초대하겠습니다. 무거운 짐이 쉽고 가벼워지는 신공을 보실 수도 있어요. 비밀인데요. 제게는 오랜 시간 갈고 닦은 기예가 있답니다. 일단 저의 성소(聖所) 싱크대 앞으로 오세요. 거기서 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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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책은 언제 나오냐는 문의가 쇄도하지는 않지만,
굳이 알려드립니다.

제가 오는 주일에 미주 코스타 참석 차 출국하게 됩니다.
코스타에서는 컨퍼런스 기간 내내 서점을 운영하는데요.
그곳에 뜨끈뜨끈한 이 책 깔아 놓으려고요.
저의 편집사님께서 마지막 일정에 박차를 가해주셨습니다.
그리하여 30일 쯤 인쇄가 되고, 저는 '앗 뜨... 앗 뜨거' 하면서 들고 갈 것입니다.
어쩌면 여기보다 미쿡에서 먼저 출시가 될지도 모르겠네요.
(나란 저자! 뭐 이렇게 글로벌한 거야? ㅍㅎㅎㅎㅎㅎㅎㅎ)

서문입니다.
역시 블로그에만 공개합니다.
비밀입니다.
비밀은 새어 나가라고 있는 것이니께요.
막 발설하고, SNS에 퍼나르시고.... 그러시면 제가 뭐 막을 방도가 있어야 말이죠.
(소근소근) 이거 너한테만 보여주는 건데 아직 나오지도 않는 책의 서문이래.
너만 딱 알고 있어.' 이러고 소근소근 공유하시면 제가 알 도리가 있남유?


뽐뿌질은 계속 됩니다.
가진 건 블로그 뿐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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