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 베이글과 매실차 한 잔 놓고 아들과 겸상. 그 짧은 시간의 통하는 대화)


현승아, 밖에 있는 자전거 지금 탈 수 있지?


왜? 오늘 자전거 타게? 안 돼, 오늘 타면 안 돼. 바람 빠졌을 거야.


저번에 너가 넣어 놨잖아. 괜찮을 거야.


아니라고, 확인해봐야 한다고. 지난번에 바람 넣어 놨는데 엄마가 안 탔잖아. 그새 바람이 빠져 있을 거야.


아니야, 얼마 안 됐잖아.


그래도 안 돼. 오늘은 타지 마. 이렇게 갑자기 얘기하지 말고 타기 전날에 꼭 얘기하라고. 내가 학교 갔다 와서 바람 넣고, 동네 한 바퀴 돌면서 이상 없는지 확인해볼게. 그다음에 타. 내일 타.


(어머, 오빠! 현승이, 넘나 멋진 남자. 으흐흐흐..... 감동)


알았지? 이따 학교 갔다 와서 해줄게. (감동하여 녹아내리는 엄마를 알아챔) 그러면 그 다음에....... 수고했다고 용돈 좀 두둑이 챙겨줘. 킥킥. 엄마, 내가 좀 계산적이지? 엄마한테 빌려준 돈도 꼭꼭 받아내고, 돈 계산이 정확하지?

'계산적'이란 말 배웠는데 그 설명이 딱 내 얘기 같애.


아냐, 니가 무슨 계산적이야. 오히려 그 반대지. 너는 이 얘기 하면 싫어하지만 너 친구한테 되게 비싼 선물 사주고 니 생일엔 결국 선물 못 받았잖아. 그래도 괜찮다고 했잖아. 예를 들면, 니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뭘 사주거나 선물할 때 아낌없이 쓰잖아. 계산적이지 않아.


하긴, 내가 특히 엄마한테 선물할 때는 돈을 팍팍 쓰지. 엄마, 나는 돈 모아서 선물하는 게 그렇게 싫어. 


그래, 누나랑 돈 합쳐서 엄마 아빠 선물하고 해도 결코 말 안 듣지?


뭐, 돈 모아서 선물해주면 고맙다고 받지만 그 선물에 여러 사람이 다 들어 있는 거잖아. 그냥 모두 고맙다 이렇게 생각하겠지. 혼자 선물 해야 진짜 내가 준 선물이고, 나 하나가 되는 거지. (나 하나가 되는 거지?!ㅎㅎㅎ)


글쿠나, 무슨 느낌인지 알겠다.



(이러고 나서 빛의 속도로 교복 입고 튀어 나갔는데.

이 아이 존재의 향기가 쉬 가시질 않아서 식탁의 텅 빈 앞 자리를 한참 바라보고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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