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부터 <큐티진>에 새롭게 쓰게 된 글.
'유브 갓 메일' 이라는 꼭지로 이성교제에 대한 글을 씁니다.
가상의 제자와 주고 받는 메일을 통해서 이성교제에 대해서 상담 비슷한 얘기를 하는 것입니다.
막 2월호 글을 탈고 했는데 요즘 청년들에게는 참으로 고리타분한 얘기가 될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하고, 여러 생각이 들어서 2월호 쓰기가 어려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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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Tzine> 2008년 1월호. 유브 ♥갓♥메일_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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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에 날아온 편지 한 통

은혜야!
메일함에서 너의 이름을 보는 순간 '내가 아는 은혜가 맞나?' 하며 내 눈을 의심했단다. 반갑고 놀라웠다. 더 반가운 것은 메일에 담긴 너의 근황이구나. 주일학교 성가대에서 초롱초롱한 눈으로 찬양하던 초등학교 4학년 때의 모습이 아직 눈에 선한데, 어느새 대학 졸업반을 앞둔 숙녀가 되었다니 말이다. 게다가 어느 녀석이 은혜에게 남자로 보이기 시작했다니 반갑고 신기할 뿐이다. 남친을 선택하는 이 중요한 시점에 선생님을 떠올리며 함께 의논하고 싶다니 이 얼마나 영광된 일이냐? 선생님이 예전 너희를 가르칠 때부터 연애 전문가였긴 하다만…. 흠흠….
아무튼 고맙다. 연애하다가 갈등으로 심각한 위기를 겪으면서 상담을 요청하거나 교제를 막 시작하면서 알려오는 후배들은 만나봤다만, 은혜처럼 시작도 하기 전에 자진신고 하는 신중한 경우는 처음인데.^^ 참 대견스럽다. 노땅 같은 소리인지 몰라도 요즘 '너무 쉽게 사귀고, 너무 쉽게 양다리 걸치고, 너무 쉽게 헤어지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단다. 뭐 예전 우리 세대랑은 분명히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내심 '조금 더 신중하게 연애문제에 접근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었거든. '요즘 사람 같지 않다'는 말이 칭찬으로 들릴지 그 반대일지 모르겠으나, 은혜의 요즘 사람 같지 않은 신중함에 먼저 박수를 보낸다.
은혜가 물어온 얘기에 답하기 전에 선생님이 하나 더 칭찬하고 싶은 게 있었다. 너가 대학 들어가던 해였던가? 너희 동기들과 함께 만났을 때 네가 했던 얘기를 기억하고 있단다. “선생님이 예전에 저희한테 그러셨잖아요. 남자친구는 늦게 사귈수록 좋다고. 스물다섯이었던가? 그 이후에 사귀라고. 제가 잘못 들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가급적 지켜보려고 애를 썼어요. 어릴 적에 들었던 말인데, 그 말씀이 안 잊히는 거 있죠?”라고 했었지. 어쩜 그 말을 기억하고 또 그걸 지키려고 애를 썼단 말이냐!^^


연애를 시작하기 전에 해야 할 고민들

스물다섯 맞다. 다만 문자적인 스물다섯은 아니라는 거 알지? 내 생각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0대 초반의 몇 년(대학생활을 하든 그렇지 않든)은 매우 중요한 시절인 것 같아. 인생의 어느 시기가 중요하지 않겠느냐마는, 길진 않지만 내 인생을 돌아보면 그렇더구나. 고등학교 때까지는 학교공부로 인해서 한편으로 제쳐놓았던 진정한 공부와 고민이 비로소 제대로 시작되는 시기라고 봐. '내가 누구인지, 내 소명은 무엇인지, 그 소명에 따라서 어떤 직업을 선택해야 할 것인지' 등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하는 때니까 말이다. 물론 연애도 포기하고 젊음의 즐거움들도 포기하고 오직 진지하게 그 답만을 찾아 인상(거기다 빙빙 도는 뿔테 안경까지? ㅋㅋ)쓰고 다니라는 얘기는 아니다. 
앞에 말한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건 결국 자기를 찾아가는 것이고, 자기를 찾아가는 것은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나는 누구인가?'로 귀착될 것 같아. 이 질문에 대한 답과 연애를 시작하는 것 사이에 무슨 상관관계가 있느냐고 묻는다면…. 물론 있지! 있고말고! 일단 이런 고민이 진행 중인 사람, 어느 정도 완료형인 사람에게서는 느껴지는 향기가 있다는 것 아니? 너희 또래 정도라면 대부분 진행 중이겠지만 말이다. 자신이 그리스도 안에서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남녀 할 것 없이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단다. 싱글의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는 청년들이 '이성의 눈에 비친 내가 어떨까?'의 잣대로만 자신을 바라보며, 그 거울 앞에서 서성거리며 떠나지 못하는 모습을 볼 때가 있단다. 그런 청년들의 눈은 빛나지. 애인을 찾아 헤매는 우는 사자의 눈빛과 같다고나 할까?^^ 그러나 말씀의 거울에 또는 진정한 내면의 거울에 자신을 비추지 않는 사람은 매력 있는 사람이 되기 어렵다는 것이 내 지론이다. 은혜는 머리가 좋으니까 무슨 말인지 알겠지? 다른 사람에게 매력 있는 사람으로 발견되는 것이 로맨스의 시작이 아니겠니? 그러니 청년 시절의 진지한 고민들은 정말 멋진 연애로 가는 지름길이 된다는 거! 비약이 좀 심했나?


커플들의 갈등 패턴

비록 진지한 고민 없이 연애를 시작했다 하더라도 달콤한 로맨스에 녹아 묻어갈 수는 없는 것 같아. 언젠가는 이 자기정체성에 대한 고민에 봉착하게 되고, 내가 본 대부분의 형제들은 이 문제에 봉착해서 고민하기 시작하면 결국 연애는 부차적인 문제가 되더구나. 형제들이 인생에 대해서 느끼는 중압감은 사회문화적인 토양 때문에 자매들과는 좀 다른 것 같아. 진로나 자기정체성에 대한 고민 때문에 갑자기 잘 사귀던 여자 친구에게 전과 같지 않게 대하고, 자매들은 이런 상황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고, 싸우고, 헤어지고…. 내가 본 적잖은 커플들이 넘어가든, 또는 넘다가 포기하든 이런 갈등의 패턴을 겪더구나.
이렇게 실질적으로 더욱 평탄한 연애를 하기 위해서도 자기정체성에 대한 생각이 분명해진 이후가 좋겠다 싶고, 그러기 위해서는 적어도 20대 중반은 되어야 하지 않겠나 하는 것이었어. 우리 은혜는 기본적으로 외모도 되고 성격도 되고 균형 잡힌 신앙까지 겸비한 아가씨라 주변에서 적지 않은 작업이 쇄도했을 텐데 도도하게(?) 자신을 지키느라 애썼다.


좀 지루한 설교 한 편이었지?^^;; 은혜가 남달리 어른들의 말에 잘 귀 기울이는 사람이다 보니 선생님이 의기충천해서 말이 많아졌다. 정작 은혜가 물어온 질문에는 한마디도 하질 못했네. 'K라는 선배가 마음에 들어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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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사람이 하나님이 주신 사람인지 과연 알 수 있는가?' 이것이 네 메일의 요지였지? 그리고 이럴 때 과연 은혜가 먼저 다가가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가 고민이라는 얘기지? 이야∼ 이런 얘길 나누려고 하니까 나도 살짝 마음이 설레는데? 그 초롱초롱한 눈이 K가 나타날 때마다 더 빛날 것을 생각하니 옆에 있으면 마구 놀려주고 싶은 장난기도 발동을 하네.^^
그렇다면…. 이번 은혜의 질문에 대한 답은 다음번 메일로 넘겨야겠다. 궁금하지? 생각을 정리하게 시간을 좀 다오. 조만간 다시 메일 날릴 테니 그때까지 핑크빛 설렘을 감사하고 즐기며 지내렴. 은혜를 아름답게 자라게 하신 하나님을 찬양하며, 네 앞에 펼쳐질 보석 같은 만남을 위해 기도하며 글을 마친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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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실 씨는 수년에 걸쳐 MBTI와 공동체 세우기, 브리짓 자매의 미혼일기, 약이 된 책을 집필한 큐티진 단골 필자 중 한 사람입니다. 독자들의 인기에 힘입어 이번에 연애상담에 관한 얘기를 맛깔스럽게 이어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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