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근이 먹고 살아간다.

삼시 세끼 집밥 먹는 네 식구 돌봄 노동이 무보수 극한직업이지만,

굶기지 않고 먹여 살리고 있다.


편의점 도시락에 꽂힌 현승이,

스스로 감자볶음도 만들고 스팸에 구멍 뚫어 계란 채워 부치는 요상한 반찬도 창작하는 채윤이,

그리고 많은 집안 일을 하지만 요리는 통 못하는 JP.


그럭저럭 굶지 않고 먹고 살고 있다.


일(또는 공부) 마치고 집에 오는 길이 더욱 멀게 느껴지는 것은

집으로 고고씽!을 시원하게 지를 수 없기 때문이다.

마트 들러 불편한 주차를 하고, 장을 보고, 낑낑거려야 돌아올 수 있는 집이라 그렇다.


식탁 차릴 때마다 공치사 한 스푼, 유세 한 사발을 애피타이저로 먼저 내놓으니

식구들도 꽤 지겹고 더럽고 치사하겠지만

진짜 삼시 세끼 밥 먹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라니까.


하지만 그럭저럭 화평 이루며 먹고 살고 있다.


이번 설은 밖에서 식사 한 끼 하고  끝내기로 해서 따로 음식 할 일은 없는데

색다른 요리 하나 해보고 싶어서 머리를 굴려봤다.

이렇듯 자발적 에너지가 솟구칠 때, 이런 때만 밥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 밥은 또 얼마나 아름답겠는가.


일본 가정식 식당에서 먹어본 연어장 덮밥을 종필, 채윤, 현승 모두 좋아한다.

그래서 도전했다. 연어장 덮밥.

짜다, 물 더, 엇, 간장 더, 엇, 혀에 감각이 없어.

간 맞추는데 고전 했지만 약간 조금 성공적.


시댁, 친정에 가져가려고 따로 담아둔 걸 현승이가 탐낸다.

정말 가져갈 거냐, 굳이 뭘 가져가냐, 얼마 되지도 않는데 두고 먹는 게 낫지 않겠냐.

이것은 칭찬. 맛있다는, 최고의 칭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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