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강아지는 바리스타 강아지 ♪
핸드드립은 커피의 맛과 향을 가장 잘 담아내는 추출방법이고,
느림의 미학을 몸으로 느끼게 하고,
지금 여기에 깨어있도록 하는 영성적 도구.......
다 좋은데.
귀찮은 게 문제다.
물 끓이고, 잔 데우고, 원두를 갈고, 여과지를 접고, 1차 2차 추출......
엄마 아빠 소파에 앉아 있다가 '현승아~' 하고 부르면.
우쒸, 싫어. 커피 준비 안해. 내가 그럴 줄 알았어. 조마조마 했어.
왠지 커피 준비하라고 할 줄 알았어. 하다가도.
투덜투덜, 드륵드륵, 쫄쫄쫄쫄.....
그래서 우리집 강아지는 바리스타 강아지이다.
원고도 안 풀리고 마음도 싱숭생숭한 엄마가 멍 때리고 있으니까
엄마, 내가 커피 준비해줄까?
짜증 안 내고 한 번 준비해줄게.
나 이제 드립만 배우면 돼. 다 할 수 있어.
어디 카페에 가서도 준비까지는 다 할 수 있겠어.
아우, 오늘 커피는 약하게 볶아서 가는데 힘들다. 나는 강볶음 커피가 좋아. 잘 갈려.
그런데 엄마 사진 안 찍어?
사진 찍어서 블로그에 올리지~이.
엄마 블로그에 내 팬이 많다며.
내가 이렇게 커피 내릴 준비 잘하는 걸 알면 또 뭐라고 할까?
정말 많아?
내 팬이 몇 명쯤 될까?
우리집 바리스타 강아지가 연예인 병에 걸려 화보 욕심까지 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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