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를 생각하고 나는 나는
나의 가난함도 슬프지 않고 슬프지 않고
남의 부요함도 부럽지 않나니
예수를 생각하고 나는 나는
오직 감사한 마음이 넘칠 따름이라

예수를 생각하고 나는 나는
몸의 환란도 괴롭지 않고 괴롭지 않고
그 행복도 사모하지 않나니
예수를 생각하고 나는 나는
오직 평강과 만족만 있을 따름이라

예수를 생각하고 나는 나는
일의 실패에 실망치 않고 실망치 않고
그 성공에 뛰며 기뻐하지 않나니
예수를 생각하고 나는 나는
오직 영원한 승리자이기 때문이라

목자모임에 대한 얘기를 하다가 남편이 그랬습니다. '여보, 생각해보면 우리 목자들 몇 개월 사이에 많이 단단해지지 않았어? 처음을 생각해보면 다들 그 때 보다 자란 것 같애' 말을 듣고 한 사람 한 사람 생각해보니 정말 그랬습니다. 헌데 계속 얘기를 나누다 보니 정작 가장 많이 마음이 단단해지고 자란 것은 우리 부부였습니다. 흔들리며 피는 꽃처럼 마음이 이랬다 저랬다 하지만, 자주 자주 믿음의 눈이 어두워져서 어두운 밤을 헤매기도 하지만 우린 자랐습니다.

목자모임이 끝나고 피고해서 상을 치우지 않고 저 상태로 잤다가 아침에 주방에 서서 거실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저기 앉았던 우리 목자들을 생각해 봅니다. 무엇이 부족해서 자신의 시간과 돈을 들여서, 정성을 들여서 목자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을 섬기는 것일까요? 섬긴다는 것도 적절한 표현이 아닙니다. 왜 목자의 자리에 앉아 있는 걸까요? 무엇이 부족해서 나이 어린 후배들에게 때로 거절 당하고 무시당하는 느낌을 받으면서도 끊임없이 손 내미는 선택을 해야하는 걸까요? 아무 댓가없는 이 일에 왜 이렇게 많은 에너지를 쏟고 상처 받기를 자처하는 것일까요?

남편이 어느 목자와 주고 받은 문자 얘길 하면서 실패한 듯 보이는 자리, 배신 당한 듯 보이는 자리가 바로 예수님의 자리라 했다 합니다. 생각해보면 가장 가난하고, 가장 피곤한 삶을 사셨던 분이고, 끝끝내 모든 제자들에게 철저하게 배신 당하는 삶을 사셨던 분이 예수님입니다. 그 분의 자리가 바로 항상 힘이 있어도 안 쓰는 자리, 낚이는 줄 알면서 낚이는 자리, 뺏길 걸 알면서 뺏기는 자리, 실패인줄 알면서도 자처하는 자리임을 생각해 봅니다. 우찌무라 간조 作 이라는 위의 시가 마음을 많이 울립니다.  우리 목자들이 앉아서 눈물을 떨어뜨리는 저 자리, 낮은 자리, 그 자리가 예수님의 자리입니다. 자주 잊어버리지만 철저한 실패로 영원한 승리자 되셨던 그 분의 길을 걷는 사람들 입니다. 모두 서로 흔들리지만 함께 붙잡아주고, 내가 흔들릴 때 네가 잡아주고, 네가 흔들릴 때 내가 힘이 되어주는 자리입니다.


원고 마감이라서 스트레스가 만땅이었고, 시간도 없어서 모임 시작하기 한 시간 반 전에 장을 보러 갔습니다. 장 보고 나서 무거운 장바구니 들고 오는 것이 큰 부담인데 일찍 와서 이런 저런 많은 무게를 덜어주었습니다. 오랫만에 묵은지 고등어 조림과 두부요리 하나. 오랜 시간 고민해서 준비한다고 꼭 성공하지는 않는다는 진리를 다시 깨달은 저녁식사. ^.^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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