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가 마흔 다섯에 나를 낳았다.
그리고 마흔 일곱에 내 동생을 낳았다.
철들고 또렷한 기억 속의 엄마는 항상 늙었었다.
그래서 늘 엄마가 죽을까봐 걱정이었다.
헌데 내 나이가 엄마가 나를 낳은 나이를 지나도록 살아 계신다.
고맙지만 여전히 아쉬움은 있다. 엄마가 해주는 김치나 음식이 그립다.
그러나 언감생심 꿈도 꿀 수 없다.
무엇보다 가끔 부부가 함께 집을 비워야할 때
엄마가 와서 다 큰 아이들과 하룻밤 정도 주무시고
학교 가는 걸 챙겨주실 정도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
그럴 수 있는 친정엄마를 가진 내 또래 아줌마들이 부럽다.
이것도 내겐 꿈이다.
화요일은 동생이 하는 논술수업 듣는 작은 아이 데리고 친정에 가는 날이다.
저녁 먹고 가라는 올케의 말에
'집에 가서 큰 애 밥 줘야해.
언제 가서 밥 하냐? 반찬도 하나도 없는데. 에고 귀찮아' 했다.
집에 오는데 올케가 불룩한 종이백을 줬다.
김치, 한 끼 먹을 국, 밑반찬이 들어있다. 나보다 나이도 어린데....
노모 모시고 줄줄이 비엔나 세 아들 키우느라 여력 없는 주분데....


연로하신 친정 엄마, 이제 돌봄만 필요한 엄마에게 받고 싶은 걸 올케에게 받은 것 같다. 지친 몸과 마음에 위로가 넘치는 저녁인데.
이 고마운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 방쁩이 읎네.

(라고 페북에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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